이재용의 결단···삼성전자 ‘대형 M&A’ 밑그림 나오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3.20 15:34

반도체·AI 등 ‘매물’ 주목

바이오·전장 역량 강화 가능성도



로봇 기업 지분 꾸준히 매입

"미래 사업 역량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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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그룹 내실 다지기’ 작업이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회사의 ‘대형 인수합병(M&A)’ 밑그림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다시 조성되고 있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 역량 강화에 베팅할 것이라는 전망부터 인공지능(AI), 바이오, 전장, 이차전지 등 미래 사업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는 의견까지 다양한 얘기가 나온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7년 미국 전장업체 하만을 약 9조원에 인수한 이후 의미 있는 규모의 M&A를 진행하지 않았다. 그러다 2021년 1월 ‘의미 있는 M&A가 있을 것’이라며 대규모 자금 투입을 공식화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초 미국 ‘CES 2023’ 현장에서 "인수합병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보안 문제로 자세히는 말하지 못하지만 잘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삼성전자가 현재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00조원이 넘는다. 단순 대입하면 국내 상장 기업은 모두 살 수 있는 수준의 금액이다. 20일 종가 기준 주요 기업 시가총액은 삼성전자 약 360조원, LG에너지솔루션 약 127조원, SK하이닉스 약 60조원 순이다.

재계에서는 다만 지난 2년여간은 삼성전자가 M&A를 추진하기에 나쁜 환경이었다고 본다. 2021년에는 유동성 확대로 대부분 기업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최종 결정권자 격인 이 회장이 없는 ‘리더십 부재’ 상태이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전쟁, 경기침체 우려, 반도체 업황 부진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았다.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이 회장이 작년 승진하며 내부 분위기를 다잡았다는 이유에서다. 국내와 미국 등에서 굵직한 투자 계획을 수립하며 신성장동력을 찾는 작업에 열중할 환경을 조성하기도 했다. 주요국 금리 인상으로 시장에서 기업들 몸값 거품이 많이 빠졌다는 점도 포인트다.

삼성전자가 최근 로봇 개발업체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을 매입한 것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보태는 요소다. 올해 들어 이 회사 지분을 각각 590억원, 278억원어치 사들였다. 금액으로 보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점찍은 로봇 분야에 투자를 집행했다는 데 시장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2021년 조직개편을 통해 로봇사업팀 몸집을 키웠다. 올해 안에 운동을 보조하는 시니어 특화 로봇 ‘EX1’을 출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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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AI, 바이오, 전장, 이차전지 등의 사업영위 기업들을 살피고 있을 것으로 본다. 앞서 영국의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ARM을 인수할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ARM 대주주인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을 만나 포괄적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다만 지분 매각 등 구체적 방안은 아직 논의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ARM 인수가 (현재 시점에서)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모두가 안다"면서도 "인수 후보군이 많지는 않지만 포괄적인 반도체 역량 강화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현장 경영’을 통해 M&A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는 작년 10월 회장 취임 이후 아랍에미리트(UAE), 베트남, 미국, 유럽, 일본 등을 방문했다. 이달 말께는 중국·미국 출장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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