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안팎으로 '친윤'계 공천 후보군 10명 거론
부산 지역구, 18개 中 15개 국민의힘…중진 5곳
▲김기현(오른쪽) 국민의힘 대표와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민의힘으로선 전통적으로 대구·경북(TK)가 텃밭이라면 부산·경남(PK)은 준텃밭으로 꼽힌다. PK는 국민의힘에 그만큼 큰 상징성을 가지고 있지만 역대 선거에서 종종 국민의힘을 매섭게 심판해 표심의 향방을 예측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노무현 효과’,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지방권력 변화’, ‘문재인 정권심판대 등’ 대한민국 정치 지형이 뒤집힐 때 마다 PK는 민심 변화의 시발점이 돼 왔다. 그만큼 정치권에서는 ‘부산 민심을 잡아야 선거 압승을 거둘 수 있다’는 공식이 암묵적으로 깔려있다.
현재 부산지역의 전체 18개 국회의원 선거구 중 15석을 국민의힘이 차지하고 있다. 내년 총선 때 부산지역의 선거결과가 전체 승패를 가름할 수 있는 셈이다. 국민의힘으로선 부산지역에서 혁신 공천을 통해 그 바람을 수도권까지 몰고 와야 총선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는 분석이 당 안팎에서 제기된다. 특히 부산지역의 경우 혁신 공천 여건도 조정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부산지역 국민의힘 전체 현역의원 15명의 3분의 1이 넘는 6명이 3선 이상 중진이고 나머지 9명은 모두 초선이다. 통상 여야를 막론하고 3선 중진은 자신의 지역구를 벗어나 수도권 등 경쟁이 치열한 이른바 험지 출마를 요구받는다. 또 원외 출마 예상자로 거론되는 윤석열 대통령 측근 인물들이 대다수 ‘PK’ 출신인 점도 부산지역의 대대적인 물갈이 공천 전망을 높이는 이유로 꼽힌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 압승을 바란다면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 공천에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부산지역 현역 의원들 사이 최근 긴장감이 돌고 있는 분위기다.
다만 이번 국민의힘 당직 인선 때 공천 실무를 담당하는 자리에 ‘친윤석열’(친윤)계로 꼽히는 PK 출신 지역구 의원들이 포진돼 큰 폭의 현역 교체 공천이 이뤄지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국민의힘 부산 지역구 의원 현황(가나다 순)
의원명 | 지역구 | 당선횟수 |
김도읍 | 북구 강서구 을 | 3선 |
김미애 | 해운대구 을 | 초선 |
김희곤 | 동래구 | 초선 |
박수영 | 남구 갑 | 초선 |
백종헌 | 금정구 | 초선 |
서병수 | 부산진구 갑 | 5선 |
안병길 | 서구 동구 | 초선 |
이주환 | 연제구 | 초선 |
이헌승 | 부산진구 을 | 3선 |
장제원 | 사상구 | 3선 |
전봉민 | 수영구 | 초선 |
정동만 | 기장군 | 초선 |
조경태 | 사하구 을 | 5선 |
하태경 | 해운대구 갑 | 3선 |
황보승희 | 중구 영도구 | 초선 |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소속 부산 국회의원 15명 중 총선 공천에서 안정권에 들어있다고 평가되는 사람은 4명 정도로 알려졌다.
현재 부산 18개 지역구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소속 현역의원 지역구인 △남구을(박재호 의원) △북구 강서갑(전재수 의원) △사하갑(최인호 의원) 등 3곳을 제외한 15개 지역구에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이 포진돼 있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의원들은 △장제원 의원(3선·부산 사상) △박수영 의원(초선·부산 남갑) △원내 대변인인 김미애 의원(초선·부산 해운대을) △정동만 의원(초선·부산 기장) 등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들 ‘윤핵관’을 제외한 나머지 국회의원 11명은 내년 총선 때 공천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지역 정가에서는 이들 지역구에 원외 윤핵관 인사들이 대거 내려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 안팎에서 거론되는 부산 출마 예상자만 현재 10명 정도이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 △박성훈 대통령실 국정기획비서관 △김윤일 대통령실 미래정책비서관 △주진우 대통령실 법률비서관 △박성근 국무총리실 비서실장 △조승환 해양수산부장관 △석동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등이다.
중·영도에는 검사 출신인 박성근 실장이, 서·동에는 조승환 장관이 거론된다.
부산진갑에는 부산시 경제부시장을 지낸 박성훈 비서관이, 동래는 해당 지역구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이진복 수석의 출마설이 돌고 있다.
해운대갑에는 석동현 사무처장이, 수영에는 주진우 비서관이, 북·강서갑에는 장예찬 최고위원이 내년 총선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여기에 과거 부산 연제구 의원으로 활동했던 김희정 전 의원도 부산에 재도전 의사를 보이고 있다고 알려졌다.
김 전 의원은 17대 국회 당시 한나라당 소속으로, 19대 국회 당시에는 새누리당 소속으로 부산 연제구 지역구를 이끌어 왔다. 현재는 이주환 의원의 지역구다.
정치권에서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에 압승하려면 공천 과정부터 신진 인사들을 배치하는 등 변화를 줘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부산 지역구 가운데 중진 의원들의 공천 과정이 녹록치 않을 전망이다.
부산에서 3선 이상 지역구 의석을 차지한 의원들은 5선에 서병수·조경태 의원과 3선에 김도읍·이헌승·장제원·하태경 의원 등이다. 대표적인 ‘윤핵관’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 역시 당내에서 3선 이상 동일지역 공천 배제 원칙이 설 경우 칼바람 대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이번에 국민의힘이 TK와 PK에 공천 변화를 주지 않으면 절대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가 없다"며 "당내 총선 압승을 목표로 둔 만큼 대대적인 공천 물갈이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박 교수는 "부산은 과거부터 영남권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지형 변화가 바람을 불러 오던 곳이다. 부산에서 민심이 가장 먼저 바뀌고 전국에 영향을 많이 끼친다"며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을 대비한다면 PK 지역 공천을 두고 고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의석을 차지해왔던 중진의원들의 경우 수도권에 출마하는 게 아닌 이상 공천이 어려울 수도 있다"며 "초선이나 재선의원들의 경우 안정권일 수 있지만 3선 이상 의원들의 경우에는 한 곳에 안주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claudia@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