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시장 판 커진다”…증권사 점유율 확대 총력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4.0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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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 에너지경제신문DB


[에너지경제신문=윤하늘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퇴직연금 시장 점유율 확대에 집중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최근 수익률 제고를 위해 은행·보험·증권사 등 퇴직연금 사업자 간 경쟁을 촉진하겠다고 나서면서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최근 정부가 퇴직연금 가입 금융사를 갈아탈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편의 서비스 및 상품 강화에 나서고 있다.

실제 금융당국은 퇴직연금의 인프라 개선과 수익률 제고에 초점을 맞춘다. 당국은 고용노동부, 예탁결제원 등과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상품의 해지 손실 없이 금융회사만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연금상품의 실물이전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기존에는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금융회사를 바꾸려면 기존 상품의 해지가 필요해 가입자가 손해를 볼 수 밖에 없었는데 앞으로는 상품은 그대로 둔 채 운용사만 바꿀 수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퇴직연금 시장을 가입자 중심으로 개편하고 경쟁을 촉진토록 하기 위해 오는 7월 도입되는 사전지정운영제도(디폴트옵션) 안착에 집중할 방침이다. 원리금보장상품 금리는 보다 높게, 실적배당상품 수수료는 보다 낮은 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게 디폴트옵션 승인을 내주는 식이다.

현재 퇴직연금 가입자 수는 700만 명을 넘어섰다. 금액으로 봐도 2016년 147조원이던 퇴직연금시장은 지난해 335조원 수준으로 급성장했다. 이 중 증권업계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전체 2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시장 확장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지난해 기준 증권사 14곳의 전체 적립금은 73조846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63조991억원) 대비 17.03% 늘어난 수치다.

앞으로 성장성도 충분하다. 한국신탁운용은 2023년 퇴직연금시장 규모가 860조원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기간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이 각각 158.1%와 312.0% 늘어나 222조원과 229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증권사들은 당국의 퇴직연금 개혁안을 기점으로 은행이 압도하는 시장점유율도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서비스 개선 및 상품 강화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전일 증권사 최초로 ‘퇴직연금규약 모바일 동의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에 한국투자증권 퇴직연금 가입 기업은 근로자에게 동의서 서명 링크를 발송, 근로자는 모바일로 간편하게 동의서를 확인하고 즉시 서명을 입력할 수 있게 됐다.

증권업계 퇴직연금 사업자 1위인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12월 일찌감치 모바일트레이딩 시스템(MTS)을 통해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을 간편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구축했다. 지난 1월부터는 퇴직연금 사업자 최초로 DC 모바일 사전가입 서비스도 개시했다.

삼성증권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디폴트옵션 상품을 지정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설했다. NH투자증권은 연내 퇴직연금 솔루션도 출시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고객들의 연금 포트폴리오 구성을 위한 모바일 앱 저용 ‘연금솔루션 서비스’를 시작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디폴트옵션 제도 도입과 정부의 퇴직연금 정책과 맞물려 시장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증권사 퇴직 연금 규모도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퇴직연금 시장에서 양질의 적격 상품을 설계하고 제공하는 게 경쟁에서 우위를 결정할 것"이라면서 "디폴트옵션 제도 도입으로 증권사들도 수익률에 대한 책임감이 부여될 것으로 보며 업권 간 건전한 경쟁구도가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퇴직연금 개혁안에서 증권사가 주목해야할 부분은 연말마다 퇴직연금 만기 도래에 따라 발생하는 대규모 자금 이동이 상시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라면서 "그동안 은행과 보험사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던 증권사 퇴직연금에는 장기적인 수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yhn770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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