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간 ETF 순자산총액 15%↑
23개사 중 21개사 증가
한화·하나UBS 시장점유율 '점프'
교보·메리츠는 감소
지분매각, 대표 교체 후 동향 주목
"하위권 성장동력 제한적...상위권 추격 못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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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 |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올 1분기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15%가량 증가한 가운데, 23개사 중 21개사의 ETF 순자산총액이 커지며 상·하위권 운용사가 골고루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화·하나UBS자산운용의 시장점유율 순위가 지난 1월 출시한 ETF의 흥행에 힘입어 크게 뛰어올랐다. 순자산총액이 감소한 교보악사·메리츠자산운용도 대표이사 교체, 지분 매각 등 과정을 거친 후 ETF 사업에 총력을 쏟을 것으로 점쳐진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 국내 23개 자산운용사의 총 ETF 순자산총액 규모는 지난달 말 기준 90조57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말(78조5116억원) 대비 14.71%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 3개월간 주요국 금리 인상 및 경기 둔화 우려가 계속됐지만, 작년 말에 비해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회복되고 채권형 ETF에 대한 수요가 커진 것이 ETF 시장 확대를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채권형 ETF의 순자산총액은 지난달 말 기준 16조2426억원으로 1분기 동안 29.30% 늘었다. 같은 기간 주식형 ETF 순자산총액(45조4970억원)은 12.74%, 파생형 ETF(27조3307억원)은 10.56%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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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자산운용사의 ETF 순자산총액도 대부분 성장했다. ETF를 운용하는 23개사 중 21곳이 규모를 키웠다. ‘2강’ 삼성자산운용(37조1366억원)과 미래에셋자산운용(33조9939억원)의 순자산총액은 각각 12.70%, 14.97% 커져 여전한 성장세를 과시했다. 그 뒤를 잇는 ‘3중’은 KB자산운용(7조9207억원), 한국투자신탁운용(3조7744억원), 키움투자자산운용(2조739억원)으로, 각각 13.71%, 23.64%, 12.29%씩 증가했다.
특히 하위권 ETF 운용사의 약진이 돋보였다. 작년 말 시장점유율 순위 7위에 그쳤던 한화자산운용은 1분기 사이 순자산총액을 41.57% 끌어올리며 2조488억원을 기록, NH아문디자산운용(1조5144억원) 따돌리고 키움투자자산운용을 턱밑까지 따라잡았다.
김성훈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지난 1월에 상장한 K방산 ETF 위주로 개인 순매수가 지속됐다"며 "다수의 채권형 ETF 상장을 통해 기관투자자의 투자수요에 부합하는 차별화된 신상품 출시가 주효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하나UBS자산운용(1237억원)의 증가폭(830%)은 전 운용사 중 가장 컸다. 하나UBS자산운용은 작년 말 23개 운용사 중 시장점유율 19위에 그쳤지만, 1분기 동안 규모를 확대하며 9위까지 뛰어올랐다. 순위만 보면 신한자산운용(9317억원)보다 불과 한 단계 위치다. 하나UBS자산운용은 연내 UBS와 결별하고 하나금융그룹의 완전 자회사화가 진행될 예정되며, 지분 매각을 마치는 대로 그간 미진했던 ETF 사업에 추진력을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나UBS자산운용 관계자는 "지난 1월 말 출시한 코스피200 액티브 ETF의 순자산총액이 1000억원 넘게 성장한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며 "그간 진출하지 못했던 ETF 시장 성장세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향후 신규 상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면서 비즈니스를 키워갈 것"이라고 말했다.
23개사 중 ETF 순자산총액이 감소한 곳은 교보악사자산운용(-23.88%), 메리츠자산운용(-20.77%) 두 곳뿐이었다. 두 운용사의 경우 올해 대대적인 지배구조 및 내부 조직개편이 진행되고 있어 ETF 비즈니스에 신경 쓸 여력이 부족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자산운용업계 일각에서는 이들의 ‘집 안 정리’가 마무리되는 대로 의사결정 과정이 일원화되며 ETF 규모가 크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교보악사자산운용은 지난달 24일 이사회에서 조휘성 전 교보생명 상무를 새로운 대표이사로 맞이했다. 또한 교보생명은 악사그룹이 보유한 교보악사자산운용 지분 50%를 인수하고 완전 자회사화하는 방안을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자산운용의 경우 오랫동안 지휘봉을 잡았던 존리 대표와 작년 결별하고, 강성부 펀드로 매각하는 과정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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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이같은 ‘하위권의 반란’에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ETF 시장이 확대되며 중소형 ETF 운용사의 규모도 함께 성장할 것일 뿐, 상위권 운용사의 시장점유율을 좇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중소형 운용사가 거두는 영업이익 규모가 작아 비즈니스에 투자할 여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아직 ETF의 손길이 닿지 못한 자산 영역이 많은 만큼, 현재 증시 상황과 별개로 ETF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본다"며 "단 시장점유율을 뒤집으려면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데, 하위 운용사의 투자 여력이 부족한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상위권 운용사와의 격차는 벌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su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