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영업익 전년比 95.8% ↓…반도체 적자 4조원 예상
"의미 있는 수준까지 생산 조절"…수요 낮은 DDR4 중심 전망
![]()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실적이 증권가 전망치를 밑도는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반도체 업황 부진이 심화하면서 수익성에 큰 타격을 입은 탓이다. 지난해 말까지도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태도를 유지해온 삼성전자도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고 사실상 감산에 돌입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6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95.75%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7일 공시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대 이하로 주저앉은 것은 2009년 1분기(5900억원)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매출은 63조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반도체 수요 둔화에 따른 출하 부진과 가격 하락이 시장의 예상보다 더 심각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올해 초만 해도 1조∼2조원대 영업이익을 예상했으나,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한 올해 1월 당시 전망보다 반도체 업황이 더 나빠지면서 눈높이가 이미 낮아진 상태다.
증권가에서는 통상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60∼70%를 차지하던 반도체 부문에서 4조원 안팎의 적자를 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통상 잠정실적 발표 때 매출과 영업이익 수치만 공개해온 것과 달리 작년 4분기에 이어 이번에도 설명 자료를 내고 "IT 수요 부진 지속에 따라 부품 부문 위주로 실적이 악화하며 전사 실적이 전 분기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며 실적 하락 배경을 짚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는 매크로 상황과 고객 구매심리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 다수 고객사의 재무 건전화 목적 재고 조정이 지속됐고, 시스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SDC)도 경기 부진과 비수기 영향 등으로 실적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설명 자료에서 "이미 진행 중인 미래를 위한 라인 운영 최적화와 엔지니어링 런(시험 생산) 비중 확대 외에 추가로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난도가 높은 선단 공정과 DDR5·LPDDR5 전환 등에 따른 생산 비트그로스(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 제약을 대비해 안정적인 공급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으나, 특정 메모리 제품은 향후 수요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물량을 확보했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판단이다. 구체적인 감산 규모와 시기 등을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DDR4를 중심으로 감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앞서 삼성전자는 작년 4분기 콘퍼런스콜에서는 감산에 나설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와 달리 "올해 시설투자(CAPEX)는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며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바 있다. 다만 당시에도 설비 재배치 등 생산라인 최적화와 미세공정 전환 등을 통한 ‘자연적 감산’ 여지는 남겼다.
삼성전자 2022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 재고는 2021년 말 16조4551억원에서 지난해 말 29조576억원으로 76.6%(12조6025억원) 급증했다.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한 올해 1월 당시 전망보다 반도체 업황이 더 나빠진 만큼 삼성전자도 기존 입장을 유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날 부문별 세부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반도체를 담당하는 DS 부문이 4조원 안팎의 적자를 내며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든 것으로 보인다. DS 부문은 작년 4분기에도 영업이익이 97% 급감한 2000억원대에 그치며 적자를 겨우 면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는 작년 4분기 이미 적자 전환한 데 이어 1분기 들어 재고자산평가손실 확대와 평균판매단가(ASP) 하락이 이어지면서 적자 폭을 키웠을 것으로 보인다. 주요 고객사의 재고 축소 기조가 분기 내내 강하게 유지되며 D램과 낸드 모두 출하가 매우 부진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올해 2분기까지 반도체 부문은 침체가 예상된다. 메모리 가격은 역대급 수요 침체로 빠르게 하락하며 ‘현금 원가’(cash cost)에 근접하기 시작했다. D램 고정가는 지난해 초 3.41달러에서 올해 1∼3월 1.81달러까지 하락했고, 낸드 고정가는 작년 1∼5월 4.81달러 수준에서 지난달 3.93달러까지 떨어졌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D램 ASP는 1분기 20% 급락한 데 이어 2분기에도 10∼15% 하락할 전망이다. 다만 올해 하반기에 수요가 회복할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트렌드포스는 공급업체 재고 수준이 높아 D램 ASP는 계속 떨어지고 있으며, 생산량이 크게 줄어야만 가격이 반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jinsol@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