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남은 총선, 윤 대통령이 이기려면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4.10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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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4월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개회선언을 하고 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해 5월 취임한 윤 대통령의 ‘1호 거부권’ 행사다. 사진=연합뉴스


내년 4·10 총선이 꼭 1년 남았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총선에서 이길 수 있을까? 여론은 부정적이다. 한국갤럽 조사(4월 4~6일)를 보면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36%에 그쳤다. 반면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50%나 된다.

대통령 지지율도 저공비행 중이다. 갤럽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31%에 그쳤다. 부정 평가는 61%로 더블 스코어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민주화 이후 대통령 가운데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 지금 총선을 실시하면 야당이 이길 확률이 훨씬 높다.

윤석열 정부에 여소야대는 악몽이다. 2020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슈퍼 집권당으로 탄생했다. 초기 코로나 위기 속에 유권자들은 민주당에 표를 몰아주었다. 그 뒤 대통령은 바뀌었지만 의회 권력은 여전히 민주당이 쥐고 있다. 이 구도가 내년 4월까지 간다. 만약 민주당이 차기 총선에서 또 이기면 윤 대통령은 5년 임기(2022~2027년) 내내 기를 펼 수 없다. 22대 국회의원 임기(4년)는 2028년까지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에서 이기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할까? 아래 세가지를 제안한다.


◇ 윤 대통령, 이재명 대표와 소통하길

낮은 지지율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나는 소통 부족이 근본 원인이라고 본다. 유권자들은 ‘검사 윤석열’을 충분히 봤다. 대통령은 달라야 한다. 앞으론 ‘정치인 윤석열’을 보여줄 차례다.

싫든 좋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69석을 가진 슈퍼 야당을 대표한다. 이런 사람을 제쳐두고 원활한 국정을 펴기는 어렵다. 행여 대선 후보 시절의 앙금이 남아 있다면 털어버릴 때가 됐다.

윤 대통령은 대선에서 48.56% 득표했다. 이 중 상당수가 떨어져나갔다. 윤 후보를 찍은, 합리적인 중도층을 다시 내 편으로 끌어들어야 한다. 한국 선거판은 보수:중도:진보층이 대략 3:4:3 구도를 형성한다는 게 상식이다. 승패는 중도층이 누구 손을 들어주느냐에 달렸다.

윤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에 먼저 손을 내밀면 체면이 깎인다고?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어떡할 거냐고? 핑계를 대자면 한도 끝도 없다. 그러나 국민통합과 올바른 정치를 바라는 민심을 맨 앞에 두면 길이 보인다. 굳이 둘이 만나지 않아도 좋다. 과거 일회성, 이벤트성 영수회담은 종종 역효과가 났다. 중요한 건 대화하고 소통하려는 자세다. 마음만 먹으면 연금개혁은 얼마든지 정책 공조가 가능하다. 총선에서 캐스팅 보트를 쥔 중도층은 윤 대통령의 변신 노력에 기꺼이 박수를 보낼 것이다.


◇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존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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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7일 오후 전남 나주시 노안면 노안농협육묘장에서 열린 ‘양곡관리법 재추진 결의를 위한 현장 농민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역대 최강 슈퍼 야당이 맞상대다. 야당이 틀면 법 개정은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한다. 실제 임기 1년이 가깝지만 ‘윤석열표 정책’ 가운데 딱히 기억에 남을 만한 게 없다.

노동개혁은 소리만 요란할 뿐 참 개혁에는 손도 못 댔다. 예컨대 낡은 임금체계를 직무급 중심으로 바꾸는 건 입도 벙긋 못했다. 근무시간 개편은 ‘주 69시간’ 논란 속에 탄력을 잃었다. 되레 민주당은 노조 입지를 강화하는 노란봉투법을 밀어붙일 태세다.

대선에서 윤 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했다. 그러나 민주당이란 거대 장벽 앞에 공약은 맥없이 무너졌다. 이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공약을 실천하려면 야당에 협조를 구하는 것 외에 달리 도리가 없다.

윤 대통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라는 게 썩 바람직해 보이진 않는다. 그럼에도 법률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때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 국회 고유권한인 입법권을 침해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칠 수 있어서다. 여론은 좋지 않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민주당이 주도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찬성한다는 비율이 60%로 반대 28%를 압도했다. 거부권 행사에 대해선 ‘좋지 않게 본다’가 48%로 ‘좋게 본다’ 33%를 웃돌았다.

대통령학 전문가인 함성득 교수는 성공하는 대통령을 위한 조건 가운데 하나로 "국회를 중시하여 원만한 여야관계의 형성에 노력하는 입법 리더십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점을 든다(‘제왕적 대통령의 종언’). ‘입법의 달인’이 되려면 국회와 부지런히 소통해야 한다. 여소야대 국면에선 더욱 그렇다.


◇ 검사 중용은 이제 그만

유권자들은 끼리끼리 정치에 눈살을 찌푸린다. 한때 군인 출신이 득세했다. 특정 지역 출신이 고위직을 독차지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에선 민주화 운동권 출신이 큰 세력을 형성했고, 그 바람에 이른바 586세대에 대한 반감을 불렀다.

야당은 윤석열 정부를 ‘검찰 공화국’이라고 비판한다. 사실 유능한 전·현직 검사는 예전 정부에서도 늘 중용됐다. 하지만 윤 정부가 검사 출신을 기용하면 입길에 오를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검사 출신이기 때문이다. 검사 출신 변호사를 경찰 핵심 보직인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하려던 시도는 학폭 논란 속에 실패로 돌아갔다. 무리한 인사는 여기서 그쳐야 한다.

집권 국민의힘 지도부도 친윤 일색으로 채워졌다. 상명하복이 몸에 밴 검사, 용산 눈치를 보는 친윤계만으론 민심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인위경(以人爲鏡)이란 말이 있다. 사람으로써 거울을 삼는다는 뜻이다. 옛날 중국 당나라 태종이 직언을 서슴지 않던 신하 위징을 두고 한 말이다. 나라를 다스리는 이들이 늘 새겨야 할 경구다.

이재명 대표와 소통하고, 민주당을 국정 파트너로 존중하고, 친윤계 아닌 사람을 쓰는 게 불편할 수 있다. 그러나 길게 보면 지는 정치가 이기는 정치다. 유권자는 오만한 정당을 심판한다. 2016년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은 진박 감별사, 옥새 파동 같은 유치한 논란 끝에 민주당에 제1당 자리를 내주었다. 그로부터 8개월 뒤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2020년 총선에서 압승한 뒤 민주당에선 20년 집권론이 나왔다. 그러나 단 5년만에 정권을 내주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로 나라가 두 쪽이 나게 생겼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작년 9월3일자 표지에 ‘Disunited States of America’라는 제목을 달았다. 미국은 합중국에서 분열국으로 치닫고 있다. 한가롭게 미국을 걱정할 처지가 아니다. 우리도 좌우 대립으로 나라가 쪼개질 판이다. 이를 방치하는 건 정치 지도자의 직무 유기나 마찬가지다.

강풍은 나무를 쓰러뜨리지만 풀을 뽑지는 못한다. 지금 윤 정부는 딱딱한 나무다. 총선까지 딱 1년 남았다. 여당이 완패한 4·5 재보선은 미리 맞은 매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에서 이기려면 민심, 그 중에서도 무당파 중도층의 마음을 얻는 게 상책이다. 그러려면 거북하더라도 상대방에 먼저 손을 내미는 포용력을 보이는 게 좋다.

<경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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