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감산 긍정적...하반기께 수급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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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
[에너지경제신문=윤하늘 기자]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14년 만에 영업이익 1조원을 밑도는 실적을 냈음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증권가에서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에 대한 전략적 감산을 결정하면서 실적과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잇따라 내놓으면서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한 달간 10.44% 올랐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선 영향이 크다. 외국인은 올 들어 삼성전자를 5조9030억원 이상 사들였다. 외국인 비중도 4월 22일 이후 약 1년 만에 51.09%를 기록, 1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특히 외국인은 전 거래일 삼성전자를 8811억6282만원어치 순매수하기도 했다. 일일 매수 규모로는 지난해 3월24일(9525억원) 이후 최대 규모였다.
이는 삼성전자의 실적과 전혀 다른 움직임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63조원, 영업이익은 6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 95.75% 급감한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분기 기준 영업이익이 1조원을 밑돈 건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지던 2009년 1분기(5900억원)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매출액(64조2012억원)과 영업이익(1조1억원)을 각각 1.87%, 40% 밑도는 ‘어닝쇼크’였다.
실적 감소에도 삼성전자 주가가 주목 받는 이유는 그간 경쟁사와 달리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기조를 유지했던 삼성전자가 감산을 선언해 투자심리를 움직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감산을 공식화한 건 1998년 이후 25년 만이다.
증권가에서도 삼성전자의 ‘감산 결정’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쌓여있던 디램(DRAM) 등 메모리 재고가 줄어들면서 실적 회복세를 보일 수 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에 대한 목표주가를 올려 잡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최근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 8만원에서 9만원으로 상향,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높은 목표가를 제시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공급과잉이 이전보다 빨리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돼 투심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감산 결정으로 디램 가격의 낙폭이 줄어드는 것도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라고 내다봤다.
BNK투자증권도 이날 목표주가를 기존 7만7000원에서 9만원으로 올려 잡았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업황 바닥에 접근함과 최악의 실적 악화 국면이 지나고 있다"며 "아직 본격적인 수요 증가나 실적 상향 조짐은 없으나, 주가는 이미 바닥을 지나 반등 추세에 있음을 재확인했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하이투자증권(7만5000원→8만3400원), 키움증권(7만8000원→8만원), 신영증권(7만6000원→7만9000원), 유진투자증권(7만2000원→7만8000원), 다올투자증권(7만1000원→7만5000원) 등도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삼성전자의 감산 결정으로 메모리 재고수준이 2분기 내로 고점을 형성하고 연말 수급 균형이 맞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현재 보유 재고의 수준 절대량이 많아 하반기께 수급 균형이 맞춰지는 모습을 볼 수도 있을 것"이라며 "다만, 쌓여있는 재고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올 3분기 계약가격 인상이 돼야 연중 유의미한 수준까지 감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께 삼성전자의 주가가 본격적으로 되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최악의 실적기간이 지나고 있는데, 경기반등 지표 등이 확인이 된다면 상승 랠리를 펼칠 것"이라면서 "이미 일부 경기사이클 지표가 반등하기 시작한 만큼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움직임을 시작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yhn770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