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 투자 늘린 증권사, 전산장애도 '852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4.17 11:17

작년 증권업계 전산운용비 7927억원...전년 대비↑



대형사 중심 디지털 신사업 박차, 토스·카카오페이도 대폭 확대



전산장애 민원도 폭주...업계 "LG엔솔 IPO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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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증권가.(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작년 대부분의 증권사가 전산운용비 지출 규모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플랫폼 개발 및 관련 신사업 진출을 위해 각 증권사가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자기자본 상위 10대 증권사의 전산장애 민원도 800건 넘게 접수돼, 증권사들이 기존 서비스 품질 유지보다는 신사업 확장에만 몰두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60개 증권사가 지출한 총 전산운용비는 792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6668억원) 대비 18.89%(1260억원) 증가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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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 모두 전년에 비해 전산운용비가 늘었다. 신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인공지능(AI) 도입, 토큰증권(STO) 플랫폼, 마이데이터 등 디지털 신사업에 대비하기 위한 투자·개발 비용이 커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가장 많은 전산운용비를 쓴 증권사는 키움증권(919억원)과 삼성증권(880억원)으로 나타났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시스템과 통합 MTS 구축, 기타 프로젝트의 증가로 하드웨어 및 IT 인력 관련 비용이 증가했다"며 "코로나19 사태 당시 하드웨어를 대폭 증설한 후, 그에 따른 유지보수 비용이 확대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전산운용비 증가폭이 가장 큰 곳은 KB증권으로, 전년 대비 108.22% 커진 509억원을 지출했다. 서버 증설, 재해복구 예방, 미래컨택센터 등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 운영을 위해 전산운용비를 확대 편성한 것이다. KB증권 다음으로는 신한투자증권(44.11%)와 한국투자증권(31.32%)의 전산운용비 증가폭이 컸는데, 이들 3사 모두 STO 플랫폼 개발 등 디지털 신사업 진출에 적극적인 곳이다.

중소형사 중 MTS 플랫폼 의존도가 큰 토스증권, 카카오페이증권은 작년 전산운용비로 각각 94억원, 184억원을 지출했다. 이는 전년 대비 64.69%, 97.77%씩 증가한 규모다. 이들 역시 서비스 출시 후 빠르게 늘어난 신규 고객, ‘주식 선물하기’ 등 신규 서비스 출시와 관련한 투자 비용이 많이 들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양사 모두 올해에도 MTS에 기반한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만큼, 전산운용비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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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전산운용비가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산장애’로부터는 자유롭지 못했다. 작년 한 해 동안 자기자본 상위 10대 증권사를 상대로 접수된 전산장애 민원은 총 852건이었다. 이중 민원이 가장 많이 접수된 곳은 대신증권(599건), KB증권(95건), 신한투자증권(74건) 등이었다. 이에 주식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각 증권사가 신사업에만 몰두한 채 기존 서비스 운영에 충분히 신경 쓰고 있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대해 증권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인다. 작년 접수된 전산장애 민원 중 대부분은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공개(IPO)가 원인으로, 일반적인 전산 서비스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1월 상장 직후 코스피 시총 2위에 오른 LG에너지솔루션은 공모주 사상 ‘최대어’로 꼽힌다. 공모시장에서 조달한 금액만 13조원에 육박하는만큼, 투자자들로부터 엄청난 수요가 몰린 바 있다.

당시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을 주관한 증권사가 바로 KB증권, 대신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이었다. 이들 3곳으로 공모주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들의 접속량이 몰리면서 의도치 않은 전산장애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신증권이 받은 599건의 전산장애 중 540건이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된 1분기에 접수됐으며, 같은 시기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에도 각각 83건, 64건씩 신고됐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각 증권사는 대부분 오랜 기간 위탁매매를 서비스해 온 입장에서 충분한 전산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며 "작년뿐 아니라 ‘동학개미운동’ 이후 공모주 투자 열풍이 불며 대어급 IPO 상장 때마다 비정상적인 트래픽이 몰려 전산장애가 폭주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작년에는 1분기 LG에너지솔루션 외 특기할 만한 대어급이 없어 2분기 이후로는 전산장애 빈도가 대폭 줄었다"며 "단순한 전산장애 민원 건수만으로 해당 증권사의 서비스 품질을 평가하면, 사업 특성상 IPO 주관을 잘 하지 않는 증권사들이 돋보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su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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