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중단’ 법적 상식 안 맞아…특별법 통해 매수해야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대출 고작 8건…실효성 없다 지적도
국회·정부·지자체, 뒤늦게 부랴부랴 전세사기 수습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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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인천 미추홀구 경인국철(서울지하철 1호선) 주안역 광장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가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전세사기 피의자들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 기자] 전 재산과도 같은 전세 보증금 사기 기승이 지속되자 최근 2030세대 3명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상황까지 치닫게 됐다. 이에 지난 18일 윤석열 대통령이 ‘경매중단’ 등 대책을 주문하자 정부 등이 추가대책 논의에 나섰다. 다만 이는 시간벌기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아 피해자들은 미봉책에 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예산을 투입하는 특별법을 제정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에 설득력이 생긴다.
◇ 조건 충족 못하는 피해지원 ‘실효성’ 질타
19일 관련 내용을 종합하면 최근 인천 미추홀구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잃을 위기에 놓였는데 선순위 채권을 가진 금융권에서 먼저 대출금을 회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최근 집값 하향세에서 전세사기로 빌라 인기가 떨어지자 낙찰 금액이 높지 않은 상황이기에 후순위 세입자에게 돌아오는 전세 보증금은 거의 없어 사회적 문제로 번지고 있다.
이에 정부가 경매절차 중지, 우선매수권 부여, 정부의 경매 물건 매입 등 대책을 고려하고 있다. 다만 경매절차 중단은 공공기관인 한국자산관리공사(켐코) 정도만 경매 기일을 연기할 수 있을 뿐, 93%에 가까운 민간 금융권까지 이를 강제할 수 없는 입장이다.
또한 피해자 우선매수권은 국회 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고, 정부의 경매 물건 매입도 세금 투입 문제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그간 정부는 가구당 최대 2억원을 대환 대출하는 것을 신설하고, 긴급주거지원 확대 및 전세사기 피해자의 빌라 낙찰 시 무주택자 유지, 3억원 이하 전셋집을 2억4000만원까지 저리 대출하는 대책들을 내놨다.
그럼에도 피해자들은 5월부터나 대환 대출을 할 수 있고, 최우선변제금도 보증금 8000만원 이하여야 30% 정도 받을 수 있는 한도를 넘으면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국토교통부가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지원 대출은 지난 1월 9일 출시 이후 8건에 그쳤다. 이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이용을 못한 경우인데, 극단적 선택을 한 3명의 청년들은 이 도움을 받을 수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대책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 국회·정부·지자체, 뒤늦게 수습中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회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를 위한 당내 TF를 구성하고 경매중단, 우선매수권, 선별구제 방안 등을 살펴 실현 가능한 방안을 조율하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이재명 대표가 ‘선 지원 후 구상권 청구’를 골자로 한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에서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대한변호사협회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피해지원센터와 함께 전세사기 피해자 법률·심리상담 지원 긴급 대책회의를 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1인 가구, 저소득층에 ‘찾아가는 상담’을 실시토록 하고, 전문 변호사의 적극 참여와 심리 상담 전화서비스도 지시했다.
유정복 인천시장도 전세사기 피해자 추가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전세 피해자에게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 이자 금리 1.2∼2.1%로 2년간 전액 지원한다. 또한 전세 사기 피해자 가운데 만 18∼39세 청년이 월셋집에 입주할 경우 12개월간 월 40만원의 월세를 지원할 예정이다. 긴급 주거지원을 신청해 공공주택에 입주하는 세대에는 가구당 150만원의 이사비도 지원하기로 했다.
한편 피해자 단체들은 공공매입과 피해구제 등을 골자로 한 ‘깡통전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중이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비즈니스학과 교수)는 "경매중단이나 우선매수권은 선순위 채권 권리자의 자격을 침해하는 처사로 법적으로나 일반적으로 모두 상식에 맞지 않다"며 "결국 전세사기를 구제하는 방법은 특별법을 통해 정부가 예산을 투입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고 진단했다.
kjh123@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