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국 조선사, 각각 기술·가격경쟁력으로 승부
메탄올 추진선, 환경규제 대안으로 꼽혀…견조한 수요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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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포조선이 인도한 메탄올추진 PC선. 사진=HD한국조선해양 제공 |
[에너지경제신문 이승주 기자] ‘메탄올 추진선’을 두고 한-중 조선업계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 조선사들이 메탄올 추진선 시장 과반을 점유하고 있지만, 중국 역시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메탄올 추진선은 해운 환경규제를 돌파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히며 향후에도 견조한 수요가 예상된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영 컨테이너선사 코스코(COSCO)는 최근 계열 조선사에 1만6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4척을 발주했다. 총 4척의 선박 가운데 3척은 메탄올 변환 엔진, 1척은 이중연료추진엔진(DF)가 장착된다.
메탄올 추진선은 지난달까지 총 101척 발주됐다. 국내 조선사들은 이 중 HD한국조선해양이 54척, HJ중공업이 3척을 수주하며 전체 57%를 점유했다.
그 중에서도 HD한국조선해양은 메탄올 추진선에 남다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별도의 엔진사업부를 가지고 메탄올과 디젤을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메탄올 이중연료 엔진을 생산하고 있다. 메탄올 연료공급시스템(LFSS)를 장착한 해당 엔진은 머스크사가 발주한 1만6000TEU급 메탄올 추진선에도 탑재될 예정이다.
중국 조선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주전에 뛰어들고 있다. 세계 3위 선사인 프랑스 CMA CGM은 지난해 8월 중국 다롄 조선에 10억달러 규모 1만5000TEU급 메탄올 추진선 6척을 발주했다. 당시 국내 조선사들도 수주전에 뛰어들었지만 선가 측면에서 중국 조선사들이 앞섰다.
코스코사가 속한 끈끈한 해운동맹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코스코는 세계 2위 해운동맹 ‘오션 얼라이언스’에 속해 있는데, 해당 동맹에는 프랑스 CMA CGM, 대만 에버그린, 홍콩 OOCL 등 대형선사들이 다수 포진돼 있다. 이들 선사들은 환경규제 대응을 위해 메탄올 추진선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메탄올 추진선이 주목받는 이유는 해운 환경규제를 돌파할 수 있는 차세대 친환경 선박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까지 선박 탄소 배출량을 2008년 대비 50% 감축시킨다는 계획이다. 메탄올은 기존 선박 연료인 벙커C유 대비 황산화물 99%, 질소산화물 80%, 탄소배출량 25% 감축이 가능해 규제에 대응이 가능하다.
메탄올 추진선은 향후에도 견조한 수요가 예상된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는 오는 2026년까지 한국과 중국 조선소에서 약 100척의 메탄올 추진선이 건조될 것으로 내다봤다.
조선업계 전문가들은 한국 조선사들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기술 ‘초격차’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한 업계 전문가는 "메탄올 추진선이 주류로 떠오른 이상 중국보다 월등한 기술력이 필요하다"며 "메탄올 추진선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한다면 향후 암모니아·수소 추진선 분야에서도 앞서나갈 것"이라고 조언했다.
lsj@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