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호령하는 韓조선·방산… 마지막 과제는 '부품 국산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4.25 15:28

조선업계 화물창 국산화 '시급'… 1척 당 수 백억원 로열티



방산업계 수출 시장 확대 위해선 부품 국산화 필연적

한국조선해양

▲HD한국조선해양이 건조한 LNG운반선. 사진=HD한국조선해양

[에너지경제신문 이승주 기자] 우리나라 수출의 역군으로 입지를 단단히 굳힌 조선과 방산업계에 ‘부품 국산화’라는 과제가 놓였다. 업계는 국산화 여부가 향후 수익성 개선·시장 확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들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1척 건조할 때 마다 화물창 기술을 보유한 프랑스 GTT사에 선가의 5%에 해당하는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17만4000㎥(입방미터)급 LNG운반선의 선가가 2억5400만달러인 것을 감안할 때, 한 척당 약 165억원에 달하는 로열티를 지불하는 셈이다.

로열티를 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화물창이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기 때문이다. LNG 운송 시에는 화물창 내부 온도를 끓는 점인 -162℃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LNG는 기체와 액체 간 부피차이가 600배에 달한다. 이에 화물창에는 극한의 저온과 고도의 압력을 견디는 동시에 열 손실도 막아내는 기술이 적용된다.

화물창 국산화 시도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가스공사와 국내 조선3사는 2000년 초부터 한국형 LNG선 화물창(KC-1) 개발을 시도했다. 하지만 오히려 2018년 SK해운에 적용된 화물창에 결함이 발생하면서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한 수천억원대의 소송이 진행중이다. 또한 현재 후속 모델인 KC-2가 개발되고 있지만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시간은 다소 걸리겠지만 KC-2가 실제 선박에 적용돼 좋은 레코드를 내면 국산화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조선 3사와 정부가 총력전을 벌여서 내실을 기할 때"라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방산업계 역시 부품 국산화가 한창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2019년부터 ‘항공소재개발연합’을 출범시켜 현재까지 총 81종의 국산화에 성공했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초 개발 완료한 ‘120mm 자주박격포’의 국산화율을 96%까지 끌어올렸다.

방산 부품 국산화의 중요성은 2020년 여실히 드러났다. 당시 한화디펜스(現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아랍에미리트(UAE)에 K-9 자주포 수출하려 했으나 성사 직전에 무산됐다. 당시 K-9 자주포에는 독일 MTU사 엔진이 탑재돼 있었는데, 독일이 대(對)중동 무기 금수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다.

이에 방위사업청은 2021년부터 K-9 자주포 엔진 국산화 개발에 착수했다. ‘K-9 자주포용 1000마력급 엔진 및 엔진제어장치 부품 국산화개발’ 과제에는 방산용 디젤엔진과 민수용 발전엔진에 강점을 가진 STX엔진이 선정됐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국산화율이 낮은 경우 부품 제공국의 외교·군사적 이해관계에 장비 수출이 제한될 수 있다"며 "민간 업체들은 부품 국산화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lsj@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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