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예금보유액 급감...주가 '주르륵'
국내 은행들 주가 보합 마감 "불안 요인 선반영"
은행 원화대출 연체율 상승, 신용위험 확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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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영업점. (사진=나유라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 이어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에 대한 불안이 계속되면서 국내 금융사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VB 사태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나, 국내 은행의 대출 연체율이 2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현재까지도 금융시장 곳곳에 불안요인이 도사리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나 2분기에도 기업, 가계 신용위험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금융사들이 리스크 관리에 더욱 고삐를 조이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예금 보유액이 1045억 달러(약 140조원)로, 작년 말보다 720억 달러(40.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미국 은행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시장의 1분기 예상 예금액 평균치는 1450억 달러(약 194조원)였는데, 이를 상회하는 수치가 나온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현 상황을 ‘산송장’이나 다름없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 여파로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주가는 25일(현지시간) 49.4% 폭락했고, 팩웨스트 뱅코프 등 다른 지역은행들의 주가도 고전했다.
다만 미국발 불안에도 불구하고 국내 은행의 경우 주가 낙폭은 크지 않았다. 신한지주(-0.84%), KB금융(-1.61%), 하나금융지주(-0.12%), 카카오뱅크(-0.89%) 등 대부분의 금융사들 주가가 보합으로 마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SVB 사태 등 글로벌 금융 불안 요인들이 국내 금융사 주가에 반영된 측면이 있다"며 "또 우리나라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리스크요인들을 면밀하게 보고 있다고 시장에서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은행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SVB 사태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그러나 향후 유사 이벤트의 국내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한국은행 등 관계당국과 금융기관이 함께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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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대출 연체율 추이.(자료=금감원) |
국내 금융사들도 리스크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 2월 말 국내 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36%로 2020년 8월(0.38%) 이후 2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국내 은행과 비은행 금융기관은 2분기 기업, 가계의 신용위험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실물경기 둔화, 일부 취약 업종의 채무상환 능력,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부담 가중 등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금융사들은 리스크 발생 가능성을 경계하는 한편 금융지원 특수성, 미래 경기 전망 등을 반영해 충당금 적립 규모를 늘리는 등 리스크 관리에 한층 고삐를 조이는 분위기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먼저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우리금융지주는 1분기 대손비용 26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 넘게 증가했다.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는 오는 26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데, 이 자리에서 보다 구체적인 충당금 적립 규모와 리스크 관리 방안 등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은행들은 중소 지역은행 등 규모가 작은 곳"이라며 "국내 은행의 유동성은 충분한 상태이나 혹시 모를 금융 불안에 대비해 보다 엄격하게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나 국내 금융권은 견고한 펀더멘털과 별개로 개별 은행의 위기가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개인사업자의 신용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영업 현장에서 이들을 밀착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건전성지표 등에 불안 요인은 없지만, 미국의 금융 불안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국내 금융사의 위기로 번질 지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ys106@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