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나지 않고 에너지 다소비인 나라서 에너지 안보 확보 고민 필요"
"지역 생산 재생에너지 전력을 수도권까지 가져오면 분산형 전원인가"
"전력 도매시장 개편해도 소매시장과 연결 안돼 효율성 거두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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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에너지경제연구원·에너지미래포럼 공동주최로 28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에너지포럼 2023’의 첫 번째 세션 ‘탄소중립과 에너지믹스’ 패널 토론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 이중호 한국전력공사 전력연구원장,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김희집 에너지미래포럼 사무총장, 김남일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정책연구 선임연구위원. 사진=강민석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시장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고 고려한 전력수급기본계획이 필요하다. 에너지 계획은 정부나 정책에 따라 단발성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시장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에너지경제신문·에너지경제연구원·(사)에너지미래포럼 공동 주최로 28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에너지포럼 2023’의 첫 번째 세션 ‘탄소중립과 에너지믹스’ 주제 패널토론의 참석자들은 "전력수급기본계획이란 국가 목표에는 시장 상황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했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은 이 토론에는 주제 발표자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와 이중호 한국전력공사 전력연구원장, 김희집 에너지미래포럼 사무총장, 김남일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정책연구 선임연구위원이 패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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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가 28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에너지포럼 2023’에 참석, ‘탄소중립과 에너지믹스’ 패널토론의 좌장을 맡아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
손양훈 교수는 "너무 일괄적으로 계획이나 정부의 말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다 보니 탈원전 등 어이 없는 정책이 세워졌다"며 "에너지 믹스는 그런 것에서 자유롭고 시장에 의해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탄소중립과 에너지 믹스라는 주제가 과연 양립할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며 "탄소중립을 달성하면서 에너지 안보까지 만족할 수 있는 에너지 믹스를 만들 수 있는 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세계적으로 에너지 쇼크가 오고 공급망이 급변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탄소중립보다 에너지 안보로 균형 추가 이동하는 게 지금의 상황"이라며 "많은 국가들이 탄소중립을 위해 투자나 연구개발(R&D) 등에 노력하지만 에너지 안보도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만드는 과정에서 우리는 어떤 환경이었나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는 원전 부활에 원전 비중 올리겠다는 걸 축으로 삼고 있었다.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가 40% 이기 때문에 재생에너지를 줄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민들이 자원이 나오지도 않는데 에너지를 많이 쓰는 나라가 어떻게 에너지 안보를 확보할 것인가에 대해 엄청난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난방비 폭등이나 블랙아웃 등 끊임없이 이런 문제를 반복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에너지 계획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해 방향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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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호 한국전력공사 전력연구원장이 28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에너지포럼 2023’에 참석, ‘탄소중립과 에너지믹스’ 패널토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
이중호 원장은 "결국 재생에너지와 화력발전 에너지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아무리 재생에너지를 70∼80% 발전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저장한다고 해도 장마철에는 태양광을 사용할 수 없고 배터리도 방전된다"며 "기상악화 속에서도 한전은 전기를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재생에너지 설비 작동에 문제가 생긴다면 화력발전이나 원자력발전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에너지 소비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최대부하 수치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는데 재생에너지가 많아지면 잉여 전력도 생기기 때문에 최소부하 수치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하가 작을 때 잉여 전력을 어떻게 해결할 지, 정말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너무 많으면 어떻게 균형을 맞출 지 등에 대한 고민도 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분산형 전원에 대해서도 세밀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이 원장은 "10차 전기본에는 재생에너지를 전부 분산형 전원으로 지정했다"며 "재생에너지는 주로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들어설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분산형 전원은 송전선로 건설을 줄여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역에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많이 지은 뒤 전력을 수도권으로 가져오려면 어차피 송전선로를 깔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부 부처 간 전력과 관련된 계획의 조율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 원장은 "전기본에 따르면 열병합 발전이 30년 뒤 없어져야 하는데 국토교통부가 수소·암모니아를 기반으로 에너지를 사용하는 건설에 대해 고려하고 있는 건지도 알 수 없다"며 "열병합 발전 사용 시기도 산업부 계획과 맞춰야 한다. 배제하면 국가 계획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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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집 에너지미래포럼 사무총장이 28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에너지포럼 2023’에 참석, ‘탄소중립과 에너지믹스’ 패널토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
김희집 사무총장은 "대한민국 에너지 정책이 시장과 괴리된 형태로 가고 있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지난 정부에서 에너지가 가격도 싸고 풍부했던 시기였고 이 때 나온 정책들이 시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낙관적으로 정해졌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에서도 현실적인 계획을 세우려고 생각했는데 전기나 가스요금을 보면 시장과 이렇게 괴리가 커도 되는 건지 우려가 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 총장은 "전기·가스 요금이 단기적으로 지나치게 빨리 오르면서 발생한 국민 고통을 덜어주고자 에너지 요금 인상을 완화할 수는 있지만 계속해서 근본적인 원가를 숨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장이 작동되지 않으면서 생기는 여러 가지 부작용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생기는 문제를 막을 유일한 방법은 재정인데 재정마저 좋지 않은 상황이다"며 "시장이 많이 왜곡되고 있기에 빨리 시정돼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에너지 요금이 올랐기 때문에 에너지 원가를 낮추려면 근본적으로 경제성이 받쳐줘야 한다"며 "여러 원가를 낮추는 발표를 했는데 단순히 임금이나 경비 차원으로 조정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비판했다.
김 총장은 "구조적으로 우리가 방만하게 생각했던 요소들을 잡는 등 에너지 총 원가를 낮추는 게 힘들더라도 그 노력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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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일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정책연구 선임연구위원이 28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에너지포럼 2023’에 참석, ‘탄소중립과 에너지믹스’ 패널토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
김남일 선임연구위원은 전력시장 제도에 초점을 맞춰 10차 전기본을 분석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전력거래소를 중심으로 전력시장 제도 개편이 있을 예정이다. 도매시장 개편에 큰 변화가 올 것 같다"며 "하지만 도매시장을 개혁해도 소매시장과 연결이 안되기 때문에 효율성이 전파되기 힘들다는 게 문제점이다"라고 지적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0년 동안 선진국은 이미 전력시장 제도 문제를 해결하고 새롭게 등장하는 기술적인 거버넌스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데 우리는 20년 동안 전력시장을 개편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시점에 우리나라 전력산업과 시장을 생각할 때 새로운 발상과 접근을 해보는 게 필요하다"며 "20년 동안 하지 못했던 전력시장 제도를 한번에 개편하려면 꼭 해야 하는 부분과 지나쳐도 되는 부분을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직접 전력거래계약(PPA)제도와 재생에너지 입찰제도가 가장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직접 PPA는 전력 도소매 문제를 해결하고 전력 판매를 촉진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직접 PPA가 잘 되지 않는 이유는 망 이용료 문제"라며 "우리나라는 전체요금의 10% 초반대를 차지하는데 그칠 정도로 송배전 요금이 굉장히 낮다. 사회적 비용을 반영하지 못하고 실제 송전망을 건설할 토지를 수용하는데 비용이 적어서 건설도 잘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0차 전기본에는 수소와 ESS의 전용 거래시장 개설이라는 내용이 나온다"며 "재생에너지 입찰제도를 도입하면 가상발전소(VPP)와 ESS 전력까지 입찰에 포함할 수 있다"고 말했다.
claudia@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