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원전 강국이라는 것은 5∼6년 전 이야기, 10년·20년 후 대비해야"
"원전산업에 정부정책 중요…정권 따라 바뀌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 필요"
"i-SMR 민간주도 사업화 필요…제조 대기업, 자사공장에 짓도록 해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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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에너지경제연구원·에너지미래포럼 공동주최로 28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에너지포럼 2023’의 네 번째 세션 ‘원전 수출산업화와 생태계 활성화’ 패널 토론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현승 한국수력원자력 수출사업본부 체코폴란드사업실장, 문주현 단국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장, 박우영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전정책연구팀장, 송종순 조선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사진=강민석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우리가 원전 강국이라는 것은 5∼6년 전의 이야기다. 지금 한국형 원전(APR1400)처럼 10년, 20년 뒤에 세계시장 선도할 대표 상품을 꾸준히 개발해야 한다."
에너지경제신문·에너지경제연구원·(사)에너지미래포럼 공동 주최로 28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에너지포럼 2023’의 네 번째 세션 ‘원전 강국으로 가는 길’ 주제 패널토론 참석자들은 "원전 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는 꾸준한 국내외 일감 확보와 기술개발, 민간 참여가 담보돼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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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 회장이 28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에너지포럼 2023’에 참석, ‘원전 수출산업화와 생태계 활성화’ 패널토론의 좌장을 맡아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장이 좌장을 맡은 이 토론에는 주제 발표자 장현승 한국수력원자력 수출사업본부 체코폴란드사업실장과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 박우영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전정책연구팀장, 송종순 조선대학교 교수가 패널로 참여했다.
문주현 교수는 "원전 생태계는 일감이 꾸준히 나오면 문제가 없다. 그런데 우리는 정부정책에 의해 일감이 결정이 되는 큰 변수가 있다"며 "국내 원전 산업은 공기업 위주라 원전 건설, 계속 운전, 폐로 등이 굵직한 정책적 결정인데 이런 것들이 정부의 정책에 따라 결정된다"고 지적했다.
문 교수는 "과거엔 정부 정책에 따라 기술개발에 투자하고 2∼3년 주기로 신규원전을 계속 지어왔고 그게 지금 우리나라가 세계적 원전 산업 경쟁력을 갖게 된 배경"이라며 "그런데 지난 정부에서 정책이 갑자기 180도 바뀌면서 고사 직전까지 가는 위기에 처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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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현 단국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가 28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에너지포럼 2023’에 참석, ‘원전 수출산업화와 생태계 활성화’ 패널토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
그는 "현 정부가 원전 산업을 복구하겠다는 것은 굉장히 다행스럽다"면서도 "그러나 지금 원전 업체들이 얼마나 정부를 믿고 따를지 노력할지는 미지수다. 원전 산업 생태계가 완전히 복원되기 위해서는 산업체에 정책의 신뢰도를 얼마나 잘 심어주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원전 정책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는 것은 물론,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고 정권 교체에 따른 급격한 변화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우영 팀장은 "원전 정책이 정권에 따라 바뀌어 지속 투자를 못하게 돼 안타까웠다"며 "다행히 세계적으로 원전 산업, 에너지시장 환경이 크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원전 산업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를 채택하면서 원전을 포함시키는 성과도 있었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세계적인 차원에서 원전의 활용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 달라져 원전 수출과 생태계를 활성화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박 팀장은 이어 "전 정부에서는 탈원전 정책으로 이런 호기를 놓칠까 우려됐지만 현 정부에서는 원전을 적극적으로 산업화 하고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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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우영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전정책연구 팀장이 28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에너지포럼 2023’에 참석, ‘원전 수출산업화와 생태계 활성화’ 패널토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
박 팀장은 "그러나 정부의 정책들은 상용원전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며 "택소노미나 탈탄소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대형원전 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나 한수원은 i-SMR(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사업화 노력을 하고 있다. 당장의 가시적 성과는 어려울 수 있으나 미래 성장 담보를 위해서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대형원전 중심의 원전 수출 사업과 지원 정책들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도 "미래지향적으로 적극적인 정부의 지원, 세계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까지 면밀히 검토한 노형 개발과 사업화 전략, 수익구조 확보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SMR은 대형원전과 경제성 확보 방안이 다르다. 대형원전은 많이 생산해서 많이 파는 규모의 경제인 반면 SMR은 동일 노형 대량생산을 통한 경제성 확보 전략이 필요하다"며 "대규모 생산이라는 조건을 달성해야 하는데 기술개발과 제작하고 생산하고 판매하는 기업 생태계를 분리해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반도체 파운드리와 유사하다. 지속가능한 원전 생태계 유지를 위해서는 해외 진출을 비롯해 기술개발과 생태계 물량까지 확보하는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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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순 조선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가 28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에너지포럼 2023’에 참석, ‘원전 수출산업화와 생태계 활성화’ 패널토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
송종순 교수는 "지금 우리가 원전 강국인가, 우리가 경쟁력이 있다고 하는 부분들은 5∼6년 전의 이야기다. 현실인식이 중요하다"며 "공급망 확보, 계속 건설 경험 유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최근에 SMR을 포함해 여러 가능성이 거론되는데 미국은 민간 주도의 원전 시장이지만 우리는 정부 주도의 공기업에 의해 사업들이 추진되어 왔기 때문에 동력과 경쟁력이 약화됐다"며 "이는 공급망에 큰 악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원전을 계속 운영하는 장점을 유지하려면 경제성이 있어야 한다. 6년 정도 건설기간이 필요해 금융조달 능력이 필수다. 그동안은 대형원전을 계속 지었고 APR1400이라든지 세계시장에 대응하는 노형 개발을 계속해왔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지금은 정부의 연구개발에 그만한 지원이나 계획이 없다. 10년, 20년 뒤에는 대표 상품이 없을 것 같아 우려된다. 우리의 노형 전략은 다른 나라와 다른 독특한 전략을 가져왔다. 앞으로도 미래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원필 회장은 "i-SMR의 경우 완전한 민간주도 사업화가 허용이 되어야 한다. 제조업 대기업들이 자사 공장에 i-SMR을 짓도록 해줘야 한다"며 "민간 대기업들이 해외 SMR에 투자한 투자액이 1조원이다. 우리는 정부가 i-SMR에 약 4000억원을 투자하고 있는데 그중에 한수원이 900여억원이다. 민간 투자가 더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