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우조선해양, 작년 고급인력 400여명 이탈…"막을 방법 없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5.02 11:22

대우조선해양, 지난해 정규직 325명 줄어…연구·설계직 추정



3월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기각'



사내서도 '고급인력 이탈' 문제 심각하게 받아들여

대우조선

▲대우조선해양 조선소.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이승주 기자] 대우조선해양 내 고급인력(연구·도면설계 업무 등 담당) 이탈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는 조선업계 특성 상, 이탈을 막을 수 없다면 자칫 경쟁력 하락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양성에 10년 걸리는 ‘고급인력’ 줄줄이 이탈


2일 조선업계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내에서만 약 400여명의 고급인력이 이탈(전자공시 기준 정규직 증감은 -325명)했다. 대우조선해양 사내에서는 "(설계)도면 그릴 사람도 없다"는 푸념이 들린다는 말도 나온다. 자율운항·친환경선박·탄소저감기술 등 연구개발(R&D) 역량이 강조되고 있는 조선업계의 최근 흐름과는 반대되는 행보다.

회사의 ‘두뇌’ 역할을 담당하는 고급인력은 통상 박사 학위 수료까지 10년의 과정이 걸리는 등 ‘공급의 탄력성’이 떨어지는 직종이다. 외국 인력이 이를 대체할 수도 없거니와, 연구 분야가 다른 타 업계에서 데려오기도 힘들다. 이에 대다수 기업들은 인사팀을 통해 연구직 직원들을 따로 관리하고 이탈을 막으려 한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업종에 특화된 고급인력은 절대적인 수도 적을 뿐더러, 이를 확보하려는 회사들의 경쟁 역시 치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대우조선해양의 법적 기대… ‘기각’ 판결


지난해 5월 불거졌던 대우조선해양 ‘정보보안 서약서’ 사건은 고급인력 이탈을 막으려는 최후의 수단으로 해석된다. 대우조선해양은 당시 보안서약에 서명을 받으며 9항에 ‘퇴직 후 1년간 경쟁업체 취업금지’ 조항을 넣었다. 이를 어길 시 근로자는 퇴직시점 기준 3개월 평균임금 상당액을 (회사에) 지급(반납)하고 별도로 회사의 손해액을 지체 없이 변상한다는 내용이다.

본지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은 지난 3월 3일 대우조선해양이 현대삼호중공업으로 이직한 직원을 상대로 제기한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에 즉시 항고했으며 사건은 광주고등법원으로 이관됐다.

법원의 구체적인 기각 이유는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민법 제103조(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에 반해 무효라고 볼 여지가 큼 △ 전직금지약정에 기재된 내용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 기술이 핵심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음 △ 피신청인은 전직금지약정에 대한 별도의 대가를 받고 있지 않음 등이다.


◇ 사내에서 바라본 고급인력 이탈… "문제 심각해"

대우조선해양 내부에서 바라볼 때도 고급인력 이탈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대우조선 한 연구원은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많은 수의 인력이 이탈했다는 것은 확실하다"며 "이는 그간 회사의 재정적 어려움으로 타사 대비 보상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다만 대부분 사람들이 HD현대 등 동종업계로 취업했다는 점은 잘 못 알려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추가로 "대우조선해양 내 연구원들은 대부분 ‘정보보안 서약서’ 내 조항이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발언은 현재 남아있는 사내 연구원들도 훨씬 좋은 대우를 받는다면 떠나갈 수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될 수 있다.

앞서 대우조선해양은 삼성중공업·대한조선·케이조선 등 조선사들과 HD현대그룹 내 조선계열사들을 ‘부당 인력 유인·채용’을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바 있다.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를 두고 "같은 일을 하더라도 보수가 좋은 곳으로 옮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대우조선해양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력 유지 노력이 선행돼야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우조선해양은 23년의 산업은행 소속 딱지를 떼고 ‘한화그룹’ 품으로 넘어간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조기 경영정상화는 물론 해양 에너지 생태계를 개척하는 ‘글로벌 혁신 기업’으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다.


lsj@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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