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투자證도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압수수색
'SG증권 사태' 피해자들, 키움 상대 집단소송 나서
투심에도 찬물...투자자예탁금 줄고·빚투 규모 ↓
韓 자본시장 후진국 처럼 느껴져… 당국 감독도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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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일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성우창 기자] 연이은 주가조작 스캔들에 국내 증권업계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하한가 사태’에서 차액결제거래(CFD) 서비스를 제공한 증권사에 대한 책임론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또 다른 코스닥 상장사 주가조작 사건에 증권사 임직원이 개입한 정황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SG증권발 하한가 사태에 연루된 일부 투자자들이 해당 증권사를 상대로 집단소송 절차에 나서기도 했다. 이 같은 불신은 주식시장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확산시키고 있다. 개인들의 투자자예탁금은 물론이고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도 급감하는 등 투심 저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는 이날 오전 유진투자증권 본사의 임원실과 서버실 등에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코스닥 상장사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하던 중 유진투자증권 임직원 A가 개입한 정황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과거 코스닥에 상장됐던 태양광 부품 제조업체 B는 바이오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 나스닥에 상장한다는 소문이 퍼지며 한때 주가가 폭등한 바 있다. 그러나 나스닥 상장은 무산됐고, B 업체도 지난 2020년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됐다. 경찰은 B 업체의 주가 급등에 A가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관계자는 "임원이 아닌 직원이 개입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지만, 최근 있었던 SG증권발 하한가 사태와는 상관없는 별개의 사건"이라고 말했다.
또다시 증권사가 주가조작 사태에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자 업계 전반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는 땅에 떨어진 모습이다. SG증권발 하한가 사태에서도 주가조작 세력은 따로 있었지만, 이들에게 CFD 계좌를 허용한 증권사들에게도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CFD가 고위험 파생상품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편 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도 이날 "SG증권과 CFD 계약을 맺은 키움증권 등 관련 증권사들을 상대로 집단소송 원고를 모집할 계획이라며, 이미 수 명의 피해자를 확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집단 소송은 차후 소송 경과에 따라 더욱 늘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키움증권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투자자들로부터 지워지지 않는 ‘주홍 글씨’를 안게 됐다.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하한가 사태 직전 자신이 보유한 다우데이타 주식을 상당수 팔아치운 정황이 드러나자, 주가조작 사실을 미리 알고 처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 때문이다. 김 회장과 키움증권은 지난 4일 기자 간담회를 통해 의혹을 부정하고 605억원의 사회 환원과 회장직 사퇴를 공언했지만 성난 민심을 가라앉히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키움증권 측은 "집단소송과 관련해 아직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며 "다만 CFD를 포함해 계좌 개설을 할 때는 본인 및 신분증 진위 여부를 모두 파악하고 있다. 본인 확인도 없이 계좌를 열어줬다는 것은 사실과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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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키움증권 본사의 모습. 최근 SG증권발 폭락 사태로 드러난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키움증권에 대한 차액결제거래(CFD) 검사에 착수했다. 사진=연합뉴스 |
증권사의 신뢰도 추락은 결국 국내 증시 전반에 대한 악재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증시 주변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하한가 사태 당일인 지난달 24일 53조3475억원을 기록했지만, 이달 3일 51조1502억원까지 줄었다. 빚투 규모를 보여주는 신용거래융자 규모도 같은 기간 20조4319억원에서 18조9149억원까지 약 2조원 가량 급감했다. 반대매매 비중은 7.1%에서 13.8%까지 올랐으며, 이달 2일에는 16.4%까지 치솟기도 했다. 대규모 시장교란 행위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투자자들의 투심에 찬물을 끼얹은 모양새다.
‘증시 불신’이 커지자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주 중 금융당국과의 협의를 통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주가조작 등 증권 범죄에 가담한 경우 최대 10년간 계좌 개설과 주식 거래를 제한하고 금융 상장사 임원으로 취직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금융당국 역시 하한가 사태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CFD 관련 제도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세계적으로 상위권에 있지만, 유독 자본시장만큼은 후진국 수준인 것처럼 느껴진다"며 "금융당국이 제대로 관리·감독을 못해 최근 논란들이 연이어 일어났고, 정치권에서도 제대로 된 제도를 도입하지 않아 주식시장 질서가 혼탁해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su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