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전력산업 세미나] "'팀 코리아'로 뭉쳐 전압형 HVDC 일자리·가치 창출해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5.10 14:56

‘해저케이블 전력 연계선 분산전원 시대 연다' 주제 토론



지역·학계·공기업·당국자, HVDC 가치창출 '팀 코리아' 협력 공감

71포럼장_IMG_4120

▲에너지경제신문이 지난 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소회의실에서개최한 ‘제4회 전략산업 세미나’에서 참석한 패널들이 종합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김정인 기자·여이레 기자] 정책 당국자·학계·공기업 등 전력분야 전문가들은 전압형 초고압직류송전(HVDC) 기술을 일자리와 부가가치 창출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이를 위해선 민간과 공기업이 ‘팀 코리아’로 뭉쳐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거쳐야 한다는 데도 뜻을 같이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지난 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소회의실에서 ‘해저케이블 전력 연계선 분산전원 시대 연다’라는 주제로 ‘제4회 전략산업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해저케이블의 전력연계 송전 기술의 현주소와 효과를 파악하고 미래 분산전원 시대를 조명하고자 마련됐다.

61유승훈_IMG_4231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의융합대학 학장


토론회 좌장을 맡은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창의융합대학 학장은 "최근 최종적으로 공개된 제10차 송·변전설비계획에는 제주와 육지를 잇는 제3 고압직류송전선(HVDC)도 포함돼 있다"며 "전압형 HVDC는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는 것은 물론 이를 트랙 레코드 삼아서 해외에 수출할 수 있는 전략까지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62배용석_IMG_4159

▲배용석 전라남도 해상풍력산업과장


배용석 전라남도 해상풍력산업 과장은 서해안-수도권 HVDC 프로젝트와 관련, 국가적인 차원의 장기적 계획뿐만 아니라 지역 차원의 에너지 활성화 방안을 동시에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 과장은 "전남은 해상 풍력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서 국가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해상풍력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지역적인 측면에서 보면 지역의 인구를 늘리고 산업을 활성화한다는 목적이 있다. 따라서 국가적인 목적과 지역적인 목적이 함께 갈 수 있는 전력계통망 계획이 수립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전기를 수도권으로 올려야 된다고만 생각을 하고 있지만 지역적인 관점에서 보면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데이터센터, 반도체 등 재생에너지를 써야 되는 기업들에 대한 지역 분산 정책이 먼저 우선돼야 된다"고 주장했다.

63박종배_IMG_4173

▲박종배 건국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박종배 건국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송전 사업에 세 번의 큰 터닝 포인트가 있었다며 △765kB 송전망 도입 △수도권 환상망 구축 △제주 HVDC 연계 등을 꼽았다.

박 교수는 "과거 한전이 송전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우리나라의 안정적 에너지 공급에 큰 역할을 했다"며 "한국의 전력 공급 안정성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있기는 하지만 미국, 유럽연합(EU)의 호당 정전 시간이 40분인데 비해 한국의 호당 정전 시간은 8분 내외밖에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어 "기존의 패러다임으로 안정적 전력 공급을 하기 위해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공급원에 대한 변화는 물론 수송원에 대한 변화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최근 전국 및 수도권의 지속적인 전력수요 성장(수도권 IDC 센터, 반도체 클러스터 등), 신재생·원전 등 무탄소 공급원의 지역 편중, 기존 송전망(육상 루트)의 민원과 수용성 저하 등으로 인한 건설 지연 등으로 지역별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고 짚었다.

박 교수는 지난 8일 한국전력공사가 발표한 ‘제10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 이 같은 필요가 반영된 점을 높게 평가했다. 이번 계획을 통해 한전은 △유연하고 안정적인 전력망 구축을 위해 계절 및 시간대별 시나리오 기반의 설비계획 도입 △지역간 전력융통망 보강을 통해 원전, 재생에너지 등 무탄소전원을 적기에 연계 △기존 전력설비의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신기술 및 전력망 건설 대안기술(NWAs) 확대 등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전력계통을 구축할 예정이다.

박 교수는 "최근 미국 등 해외에서 추진 중인 지역별 도매시장과 전기요금과 같은 분산화 정책과 더불어 대규모 전력망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분산화와 더불어 강력한 지역 간 전력망 연계를 동시에 추진할 필요가 있고 HVDC 산업을 국가 성장 동력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서해안-수도권 HVDC 프로젝트 추진시 고려 사항으로 △적시 준공 △한전의 재무 부담 경감 △국내 산업 육성을 통한 수출 주력 산업화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박 교수는 최근 한전 컨소시엄이 5조4000억원 규모의 UAE 해저 송전망 사업자로 선정된 점을 예로 들며 "향후 해외 HVDC 사업 시 ‘팀 코리아’ 구성을 통한 수출산업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64이인호_IMG_4190

▲이인호 LS전선 전무


다음 토론자로 나선 이인호 LS전선 전무도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산업으로 배터리나 반도체, 자동차가 많이 언급되지만 BTB 중전기 산업이 이에 가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중전기란 중량이 큰 전기 기구를 통틀어 이르는 말로 발전기, 전동기, 변압기부터 넓게는 발전용 보일러, 터빈까지 포함한다.

이인호 전무는 "LS전선은 발전된 전기를 소비자까지 최대로 전달하기 위한 전달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며 "땅 위로 가는 철탑이나 아래로 가는 가공선이 환경성과 주민 수용성 등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다. 그러다가 답을 찾은 것이 바로 바다"라며 "지난 1954년 스웨덴은 이미 HVDC를 통해 이미 스웨덴에서 본토와 섬을 연결했다. 3면이 바다인 대한민국은 굉장히 좋은 양질의 재생에너지 자원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짚었다.

이 전무는 ‘에너지 하이웨이’를 통해 한국 남쪽의 남는 전력을 북쪽으로 보내는 방안도 소개했다. 이 전무는 "호남 지역에서 태양광과 풍력 등을 이용해 남는 전력이 1만7000Gwh 정도다. 이는 삼성전자가 1년에 사용하는 전력의 양과 맞먹는다"며 "서해안의 에너지 하이웨이가 공간적인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 전무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해상 풍력을 이용한 풍력 에너지는 전기저장장치(ESS)를 활용한 다전지 혹은 유예 전류를 활용한 그린수소를 만드는 생각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대한민국은 아직도 할 게 많다"고 했다.

아울러 ‘학계·정부·기업 원팀’을 강조했다. 이 전무는 "산학연을 통해 대한민국이 선진국 반열에 진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65최덕환_IMG_4209

▲최덕환 한국풍력산업협회 대외협력실장


최덕환 한국풍력산업협회 대외협력실장은 "해저 케이블은 10년 전에도 논의가 됐었던 콘셉트이기도 하고 대단위 투자가 수반된다"며 "한전의 과잉 투자를 방어하면서 해상 풍력 사업자들이 금융을 프로젝트파이낸싱(PF)할 수 있는 조건이 될 수 있을 만큼의 확실한 계통, 적시 건설 등이 화두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굉장히 많은 투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의 실현은 필요하며 한전이나 전력 당국의 최근 조치는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 실장은 "육지에서의 라인도 신경을 써야 한다"며 덴마크와 유럽 등지의 ‘에너지 아일랜드’를 언급했다. 최 실장은 "전남·호남 쪽에서 올라가는 라인들을 받아주는 연계가 필요하다. 에너지 아일랜드를 별도로 만들라는 것이 아니라 ‘분산에너지법(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안)’ 등을 잘 활용하면 지역에서도 이러한 제안들을 받아들이는데 좀 더 수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분산에너지법은 소비지역 인근 발전소에서 전력을 생산·소비하도록 규정한 분산에너지를 활성화하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66정승혜_IMG_4220

▲정승혜 산업통상자원부 계통혁신과장


정승혜 산업통상자원부 계통혁신과장은 HVDC 프로젝트에 대해 "현재 가장 스타성 있는 정책 아이템인 것 같다"며 "에너지라는 분야에 있어 수급의 달성이 많이 중요하던 관점에서 벗어나서 산업통상자원부가 함께 할 수 있는 아이템들이 다 총망라된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정 과장은 이어 "지역 주민의 수용성 문제로 마음껏 그리지 못하던 계통망 건설을 바다를 통해 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수출 시장이 막 열리고 있는 유망한 시장에 우리가 경쟁력을 가지게 됐다는 점에서도 뜻 깊다"고 했다.

정 과장은 HVDC 프로젝트에 있어 △에너지 안보 △해상 풍력 산업 △탄소 중립 실현 등 세 가지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이 프로젝트는 민간과 공기업이 ‘팀 코리아’로 진행할 수 있는 토양이 됐다"고 전했다.

정 과장은 "이번엔 대한민국에 이렇게 이득이 많은 새로운 사업 기회가 있다는 차원에서 화두를 던진 것"이라며 "성급하게 추진하기보다는 시간을 가지고 국가적인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간 사업자들의 의향과 관점을 파악하고 △해상 풍력 차원의 관점을 파악해야 하며 △투자 차원과 △국가 산업의 전력공급을 하는 측면에서도 파악하는 등 복합적인 관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정 과장은 그러면서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의견을 수렴해서 방향을 잘 잡아나가야 한다"며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면밀한 소통의 장을 마련해서 정책의 우선순위를 세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ji01@ekn.kr·gore@ekn.kr
김정인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