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더 필요한데 개발은 NO?"…난항 겪는 에너지전환, 구리값 폭등하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5.15 13:30
구리

▲구리(사진=픽사베이)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전환이 난항을 겪고 있다. 전기자동차, 태양광·풍력 발전 등 친환경 에너지에 상당한 구리가 요구되는데 공급이 뒷받쳐주지 못해서다. 구리 공급난이 예상되면서 가격 폭등은 시간문제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 현상이 뚜렷해지자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세계적 움직임은 앞으로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구리 수요는 덩달아 큰 폭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15일 세계변호사협회(IBA)에 따르면 풍력과 태양광 발전소 건설은 석탄과 천연가스 발전소 구축보다 8배에서 12배 더 많은 구리를 요구한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분야인 전기차 또한 제조과정에서 구리 소비량이 내연기관차보다 3∼4배 높다.

전문가들은 세계가 넷제로(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현재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수준보다 더 많은 구리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P글로벌에 따르면 2035년까지 구리 수요가 현재 대비 두 배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도 구리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2031년까지 글로벌 수요공급 격차가 연간 600만톤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글로벌 구리 시장은 공급난을 겪고 있다. 국제구리연구그룹(ICSG)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43만 1000톤의 구리 공급이 부족했는데 올해도 11만 4000톤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ICSG는 올해 15만 5000톤의 구리가 과잉공급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글로벌 구리 생산량 또한 저조해지고 있다. ICSG는 글로벌 구리 광산 생산량이 2022년, 올해 각각 3.9%, 5.3%씩 기록할 것으로 작년 10월 예측한 바 있었지만 최근엔 각각 3.0%, 3.0%로 하향조정했다. 내년 생산량은 2.5%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를 두고 로이터통신은 "기대를 모았던 구리의 공급과잉 전망은 입증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난 11일 지적했다.

문제는 구리 공급난이 갈수록 심화될 가능성이다. 로이터통신에서 아시아 원자재 및 에너지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클라이드 러셀은 새로 발견된 구리 광산에서 생산이 이뤄지기까지 과거에 10년 걸렸지만 이제는 그 기간이 23년으로 늘었다고 지적했다. 각국의 환경 규제에 이어 환경단체들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러셀은 특히 지역 주민들의 바나나(BANANA) 현상이 광산 업계에서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고 짚었다. 바나나 현상은 ‘Build Absolutely Nothing Anywhere Near Anybody(어디에든 아무것도 짓지 마라)’의 구절에서 머리글자를 딴 신조어로, 비슷한 의미를 지닌 님비(NIMBY, Not in My BackYard) 현상과 다소 차이가 있다.

님비는 지역이기주의의 사례로 꼽히지만 바나나 현상은 지역 구분없이 시설 자체의 건립을 반대하기 때문에 바나나는 님비보다 더욱 강경한 자세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해 러셀은 "가장 큰 소리로 에너지 전환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구리 등 필수적인 금속 생산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가장 열심히 나서고 있다"며 글로벌 에너지전환이 이루어지려면 공급량이 대폭 늘어나는 확실성이 뒤따라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러셀은 아울러 소형 광산 업체들은 인력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시에 대형 업체들은 신규 광산 개발에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재고가 바닥날 가능성을 경고하며 구리 가격이 12개월 이내 1만 10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지난 12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현물 가격은 톤당 8240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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