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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 공장(사진=AFP/연합) |
배터리 3사는 저성능이란 이유로 그동안 LFP 배터리를 외면해온 반면 에너지 밀도가 높은 니켈·코발트·망간(NCM)으로 이뤄진 삼원계 배터리를 주력 제품으로 생산해왔다. LFP 배터리는 NCM 배터리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안전한 게 장점이지만 저온에선 성능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CATL을 비롯한 중국 업체들이 LFP의 한계를 극복하는 사례들을 발표하자 철 기반 배터리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인식이 바뀌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실제로 CATL은 삼원계와 LMFP(리튬·망간·인산철)를 혼합한 신형 M3P 배터리 양산을 앞두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쩡위친 CATL 회장은 지난 3월 M3P 배터리와 관련해 "LFP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아 성능이 개선됐다"며 "니켈과 코발트에 기반한 배터리보다도 저렴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강병우 포항대 교수는 "CATL의 혼합 기술은 한국 배터리 3사 모두 놀라게 했다"며 "완충시 주행거리가 400km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3사는 최대한 빠르게 LFP 배터리 기술에 기울이고 있다"며 "특히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SK온이 가장 열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SK온은 지난 3월 서울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컨퍼런스에서 국내 최초로 LFP 배터리 시제품을 선보인 바 있다. SK온은 이 제품이 저온에서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다고 홍보했다.
황재연 SK온 상무는 "SK온은 니켈 배터리 전극과 소재 제조에 필요한 기술력을 LFP 배터리에 적용하는데 성공했다"며 "SK온은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고객들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블룸버그에 전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역시 최근 실적발표를 통해 전기차에 탑재될 LFP 셀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또 미국 애리조나주에 에너지저장장치(ESS)용 LFP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또 LFP 셀을 공급하기 위해 다양한 완성차 업체들과 논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삼성SDI의 경우 2026년까지 LFP 배터리를 개발하려는 정부 주도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차전지 양극재 생산기업인 에코프로비엠도 올해 말까지 LFP 시제품 생산라인을 구축하려는 계획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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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 중인 전기차(사진=로이터/연합) |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생산 공정이 다르기 때문에 NCM 배터리와 LFP 배터리가 같은 시설에 생산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내 배터리 3사가 LFP 배터리를 제조하려면 별도의 공장을 구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더욱 뒤쳐질 수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의 글로벌 합산 시장 점유율은 2021년 30%에서 지난 3월 25% 미만으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CATL과 BYD의 점유율은 35.2%에서 51.2%로 불었다.
이와 관련해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CATL과 BYD는 LFP 배터리 기술과 관련해 새로운 역사를 쓰는 반면 한국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상용화에 가까운 차세대 배터리 기술력이 없다"고 꼬집었다.
박 교수는 이어 LFP 배터리를 통해 중국 업체들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피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IRA 규정상 철은 핵심 광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중국 기업들이 이런 허점을 이용해 세액공제 혜택을 받으면서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업체들도 더욱 저렴한 전기차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LFP 배터리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지난 2월 포드는 미국 기업 중 최초로 CATL과 손잡고 LFP 배터리 공장을 북미에 짓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전기차 시장을 이끄는 테슬라는 상하이 공장에서 LFP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고 메르세데스 벤츠, 폭스바겐, 리비안 등 역시 LFP 배터리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향후 LFP 배터리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핵심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 기업들도 결국 LFP 배터리를 생산해낼 수 있다"며 "중국 업체들과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