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전환' 조선업계, 中 저가수주 공세 극복해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5.16 15:38

머스크, 中 양쯔강조선에 14억달러·메탄올 추진선 8척 발주



中, 韓 추격 위해 '출혈경쟁'펼쳐… 건조 경험 확보도 목적

메탄올

▲현대미포조선이 인도한 메탄올추진 PC선. 사진=HD한국조선해양


[에너지경제신문 이승주 기자] 흑자전환을 이뤄낸 국내 조선업계에 풀어야 할 과제가 생겼다. 중국 조선사들이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친환경 선박’ 부문에서 저가수주 공세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메탄올 추진선으로 대표되는 친환경 선박 부문은 국내 조선사들이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며 대부분 수주를 해왔다.

1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해운 선도기업 덴마크 머스크(MAERSK)사는 중국 양쯔강조선에 14억달러 규모 8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메탄올 추진선 8척에 대한 LOI(건조 계약 의향서)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선박 건조에 대한 입찰에서 양쯔강조선은 국내 조선소보다 약 8000만달러 이상 낮은 금액을 제시했다.

머스크의 중국 발주는 ‘친환경 선박’ 파이를 나누게 됐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전까지 중국 조선사들이 수주한 메탄올 추진선은 자국의 국영 컨테이너선사 ‘코스코(COSCO)’ 혹은 코스코사와 해운동맹으로 묶여있는 프랑스선사 ‘CMA CGM’ 등이 발주한 물량이었다. 반면 머스크는 지난해부터 메탄올 추진선 총 19척에 대한 건조를 모두 HD한국조선해양에 맡긴 바 있다.

조선업계는 중국 조선사들이 친환경 선박 부문 추격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출혈경쟁’을 펼치고 있다고 진단한다. 저가수주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선박 건조 가격에 ‘프리미엄’이 붙는 국내 조선사를 견제할 유일한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친환경 선박에 대한 건조 경험을 늘리려는 의도도 있다고 분석한다. 선박 수주전에서는 다수의 건조 경험이 곧 경쟁력으로 작용하는데, 저가수주를 통해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건조 경험을 늘리려는 전략인 것이다.

메탄올 추진선 등 친환경 선박은 조선사들의 미래먹거리로 평가 받는다. 현재 해운업계가 환경규제를 돌파할 수 있는 차세대 연료를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탄올 추진선은 기존 벙커C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에 비해 황산화물 99%, 질소산화물 80%, 탄소배출량 25%를 감축할 수 있다.

국내 조선사들은 ‘기술 초격차’를 통해 친환경 선박 부문에서 압도적인 수주 점유율을 유지해왔다. 실제로 올해 1분기까지 발주된 메탄올 추진선 총 101척 중 57%(HD한국조선해양 54척, HJ중공업 3척)를 점유했다. 이에 중국 조선사들의 수주에 ‘일희일비’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거대한 자국 시장을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고 있으나 국내 조선사들이 품질, 신뢰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앞서 있다"며 "현재 국내 조선사들은 안정적인 수주잔고를 바탕으로 아주 제한적인 슬롯으로 영업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중국 조선소들이 저가 물량을 가져가면 국내 조선사들이 보다 고가의 수익성 높은 선박을 수주하는데 유리한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lsj@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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