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수소경제도 에너지 확보가 관건이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5.17 08:37

박성우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정책실장

박성우

▲박성우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정책실장


수소경제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수소는 세 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다. 매우 많고, 매우 가볍고, 매우 격렬하게 반응한다. 이런 특징에 대해 하나씩 살펴보자. 우주는 약 68%의 암흑에너지(dark energy)와 약 27%의 암흑물질(dark matter)로 이뤄져 있다. 이 가운데 우리가 아는 물질은 5%도 채 되지 않는데 75%가 수소이고, 25%는 헬륨이다. 나머지 물질은 1%도 안된다. 이처럼 수소는 알려진 물질 중에서는 가장 많다. 138억 년 전 빅뱅이 일어난 지 3분 만에 만들어진 원소가 수소와 헬륨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원소들은 한참 뒤에 별에서 만들어졌다.

우주가 대부분 수소와 헬륨으로 이뤄진 것과 달리 지구는 철이 가장 많다. 철은 지구 중량의 35%를 차지하고, 5.2%가 지표면에 존재한다. 지구를 철의 행성이라고 부를 정도로 매우 많은 양의 철이 존재한다. 철은 초신성이 폭발할 때 발생하는 높은 온도와 높은 압력에서 핵융합을 통해 만들어진다. 별은 우주의 철공장인 셈이다.

수소는 양성자 하나와 전자 하나로만 구성된 가장 가벼운 물질이기도 하다. 이처럼 가벼운 수소 원자를 잡아둘 만큼 지구의 중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지구 대기에 수소는 0.00001%도 존재하지 않는다. 수소와 산소로 구성된 물이 없었다면 지구에는 그마저도 수소가 없을 것이다. ‘해저 2만리’의 작가 쥘 베른이 1874년 ‘신비의 섬’이라는 소설에서 석탄이 고갈될 경우 석탄 대신 물을 때면 된다고 한 이유이기도 하다.

수소는 상온에서 기체로 존재하지만 영하 253도 이하에서는 액체로 바뀐다. 수소를 파이프라인이 아닌 배로 운반할 때는 액화해 탱크에 보관한다. 운반 과정에서 탱크 내외부의 온도 차이로 자연 증발되거나 기화되는 수소 가스가 상당하다. 미국에서 액체수소를 싣고 한 달을 걸려 우리나라에 도착하면 30% 정도가 기체로 날아가고 70% 정도만 남는다. 암모니아는 질소 원자 1개와 수소 원자 3개가 결합한 화합물로 영하 53도까지만 내려가도 액체로 바뀌어 보관이 쉽고 기화가 덜 된다. 그래서 암모니아를 수소 운반체로 활용하려 노력한다. 그러나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분리하려면 액체수소에 비해 30배 이상의 에너지가 소요된다는 게 문제다.

수소는 공기와 혼합한 후 불꽃을 튀겨주면 폭발적인 연소반응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가연성 물질이다. 발열량이 원유에 비해 3배가 넘는다. 1980년대 미국 우주왕복선은 액체수소를 연료로 사용했다.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와 스페이스X의 펠컨9 로켓은 발사할 때 주로 등유를 연료로 사용한다. 화석연료인 등유를 사용하다 보니 팰컨9은 발사 후 3분도 안 되는 165초 동안 약 116톤의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자동차 1대가 69년 동안 배출하는 양과 같은 수준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등유 대신 액체수소를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가 이끄는 블루오리진의 뉴셰퍼드와 일본의 주력 로켓인 H-2A는 액체수소를 연료로 쓴다.

지난 2021년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은 6억8000만톤이며 이 가운데 철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비중이 14.3%로 전 산업부문에서 1위다.그래서 ‘제철소 몇 개만 해외로 옮기면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우주에서 가장 흔한 수소와 지구에서 가장 흔한 철이 만나면 어쩌면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 문제를 상당부분 해소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철강 공정은 산화철 형태인 철광석과 석탄을 용광로에 넣어 1500도 이상의 고온에서 녹이면 일산화탄소가 발생해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시키면서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동시에 순수한 철을 얻는다. 수소환원제철은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시킬 때 수소를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수소는 산소가 만나 물이 되고, 철을 얻게 된다. 그러나 수소환원제철은 수소를 800도 이상 가열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양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결국은 무한루프처럼 에너지 문제로 돌아왔다. 수소를 얻기 위해서는, 수소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결국 에너지가 필요하다. 여전히 그 에너지를 어디에서, 어떻게 얻을 것인가가 관건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에너지를 얻기 위해 석유, 석탄, 가스를 해외 수입에 의존해 왔다. 2021년 기준 에너지 수입의존도 92.8%라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수소경제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에너지 확보 방안을 철저히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정훈식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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