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문재인 전 대통령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공동취재/연합뉴스 |
특히 문 전 대통령은 참배 과정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대선 때 보였던 모습과는 다소 결이 다른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5·18 민주화운동 43주년을 하루 앞둔 이날 오전, 문 전 대통령은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오월 영령을 추모했다.
그는 5·18묘지 들머리인 민주의문에서 방명록에 ‘5·18 민주정신이 언제나 우리 곁에 있습니다’라고 적었다.
참배단 앞에 문 전 대통령은 시종일관 입을 굳게 다문 엄숙한 표정으로 헌화, 분향, 묵념하며 희생자들 넋을 기렸다.
헌화와 분향을 마친 문 전 대통령은 고등학생 시민군으로 활동하다가 숨진 문재학 열사 묘소를 찾았다.
광주상고 1학년 재학생이었던 문 열사는 전남도청을 지키는 ‘최후항쟁’에 참가해 계엄군 총탄에 숨졌다.
이때 문 전 대통령은 문 열사를 모티브로 한 소설 ‘소년이 온다’를 언급하며 안타까워했다.
문 전 대통령은 별도 공간에 마련된 5·18묘지 2묘역, 이한열 열사 등이 안장된 민족민주열사 묘역(망월동 구묘역)도 차례로 방문했다.
다만 민족민주열사 묘역 출입로 바닥에 묻힌 이른바 ‘전두환 표지석’은 밟지 않고 지나쳤다.
전두환 표지석은 1982년 전두환 전 대통령이 전남 담양군 마을을 방문한 것을 기념해 세웠다. 이후 1989년 광주·전남민주동지회가 표지석을 부순 뒤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도록 묻었다.
이재명 대표도 지난 2021년 대선 경쟁 과정에서 묘역을 찾아 "올 때 마다 꼭 잊지 않고 꼭 밟고 지나간다"며 표지석을 밟은 바 있다.
이때 이 대표는 경쟁 후보였던 윤 대통령을 향해 "존경하는 분이면 (표지석) 밟기가 어려웠을 텐데"라고 꼬집기도 했다.
당시는 윤석열 대통령이 "전 전 대통령이 5·18 빼면 정치는 잘했다"는 취지로 말해 ‘옹호 논란’을 겪던 때였다.
이에 이 대표는 "살인강도도 살인강도를 했다는 사실만 빼면 좋은 사람일 수 있다. 무슨 말을 더 하겠느냐"라며 "민중의 피땀으로 만들어진 민주주의 체제 속에서 혜택만 누리던 분이라 전두환이라는 이름이 갖는 엄혹함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 대표는 광주 방문 2달여 뒤 경상북도 칠곡을 찾은 자리에서는 "전두환도 공과가 병존한다"며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것은 성과인 게 맞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한편,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지난해 5·18 기념일을 앞두고 퇴임해 참배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는데 오늘 참배하게 돼 뜻 깊게 생각한다"며 "우리 국민이 다 함께 5·18 민주항쟁의 의미를 새기며 민주주의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 참배에는 강기정 광주시장, 김영록 전남지사, 조오섭 민주당 의원, 김병내 광주 남구청장 등이 동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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