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인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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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인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
사람이 어려운 일이 있거나 간절하게 원할 때면 무엇인가에 기도하거나 주문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풀 버전은 아브라카다브라 알라카잠(Abracadabra Alakazam)이라고 한다. 그 의미는 ‘말한 대로 이루어지리다’라는 뜻으로 우리식으로는 ‘수리수리 마수리’ 쯤 된다. 어원은 명확하지는 않으나 아랍어로 된 문장 ‘Abhra Ke-dhabhra’(말한 대로 이루리라), 또는 ‘Abhdda Ke-dhabhra’(말한 대로 되었다)에서 유래했으리라는 추측이 가장 일반적이다.
지금의 에너지 문제를 둘러싸고 국가적으로 가장 간절한 주문은 아마도 전력요금이나 가스요금 인상을 원하는 한국 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일 것이다. 물론 그 반대는 산업계와 가정 등의 에너지소비자다. 경제학에서 시장의 원리에 기반해 모든 것이 잘 이루어 질 때를 시장이 균형을 이룬다고 한다. 즉 수요자와 공급자가 서로 만족하는 가격에서 합의를 이룰 때 이루어지는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시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때 시장실패나 정부실패가 발생하는데 정보가 비대칭이거나, 공공재의 비극처럼 소유권이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은 경우, 그리고 외부비경제가 있거나 공공서비스 공급의 독점성으로 경쟁이 결여되는 경우에 나타난다고 한다.
한국의 전력가격은 물가 안정을 이유로 정부가 개입하면서 오랫동안 시장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원가인 연료비가 오르면 이것을 전력 가격에 반영해야 하는 데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그나마 약간의 시도가 있었던 것이 몇 년전에 도입한 연료비 연동제다. 그러나 이마저도 상한과 하한을 둠으로써 모양만 갖추는 수준에 그쳤다. 그런데 전력가격의 상승과 관련해 한전부채, 물가 상승 등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매우 불편한, 아니 심각한 진실이 있다는 것은 잘 모른다. 그것은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한전은 지난해 32조6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올해 상반기에도 적자액에 12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측됐다. 당초 올 상반기 적자 예상액 10조원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한전은 한 달에 네 차례에 걸쳐 정산을 하는데 발전사로부터 구매한 전기에 대해 대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이런 사정이다 보니 돈이 없다. 돈을 마련하는 방안은 채권을 발행하거나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은행 대출금리가 회사채 발행금리보다 높으니 이 것은 손해다. 한전채권을 발행하는 것이 낫다. 그래서 2023년 3월 말 기준 채권 발행 잔액이 68조300억원으로 1년 전 39조6200억원에 비해 무려 72%나 증가했다. 정부는 적자를 돕겠다는 듯 한전법을 개정해 한전채 발행 한도(자본금과 적립금) 규모를 2배에서 5배, 산자부장관이 인정하면 6배까지 가능도록 했다. ‘병주고 약주는 셈’인데 병이 더 깊어질 수 있는 것은 모르고 하는 것이다.
이미 금융 시장에서는 한전으로 투자가 몰리면서 신용등급 A급 이하 회사채와 같은 경우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하지고 있지만 자금도 잘 안 모이고 정부 보증의 한전으로 모이고 있으니 기업의 자금 순환이 어려워지고 있다. 경제는 흐름인데 돈의 흐름이 막히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다시 은행 수신금리를 올리게 되고 여신금리도 오르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전력요금 억제가 금리인상과 연계된 막대한 비용부담은 고려되었는지 모르겠다.
세상이치가 항상 물 흐르듯이 흘러야 문제가 생기지 않는 법이다. 몇 십 년 동안 억제해 온 전력 요금 시스템을 이제는 정상으로 돌려야 한다. 바로 원가에 맞춰 요금도 연동하도록 시장원리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래야 최고의 공기업도 살고, 경제도 산다. 더 이상 늦으면 돌아오지 못하는 강을 건널 수 있다. 전기요금의 아브라카다브라. 이렇게 되도록 ‘수리수리 마수리’를 수 만 번 외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