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될 거 알면서 올린 양곡법·간호법 허탈한 줄 폐기...입법 낭비에 갈등만 활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5.30 18:55
본회의장 나서는 이재명 대표

▲간호법 재표결 후 국회 본회의장을 나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처리한 법안들이 줄줄이 윤석열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앞에 막히면서 소득 없는 갈등만 증폭되고 있다.

특히 앞으로도 다수 쟁점 법안에 같은 장면이 ‘도돌이표’처럼 반복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30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윤 대통령이 취임 후 두 번째 거부권을 행사한 간호법 제정안이 재차 표결에 부쳐졌으나 결국 부결돼 폐기됐다.

해당 법안은 현행 의료법 내 간호 관련 조항을 분리하는 내용을 두고 의료인 내부 직역 간 큰 갈등을 불렀다. 간호사 직역을 제외한 의사·간호조무사 등이 모두 반발하면서다.

그러나 민주당 등 야당은 여당 반대 속에도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유관 직역 간 과도한 갈등을 일으키고,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초래한다"며 거부권을 행사했고 결국 이날 폐기돼 사라졌다.

지난달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폐기된 것과 같은 절차, 같은 결과다.

특히 거야 법안 강행 처리와 여권 재의요구 건의 그리고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로 이어지는 과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미 야당에 의해 본회의 직회부 절차를 거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방송 3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을 두고도 대통령실 거부권 행사가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방송법 개정안의 경우 야당이 공영방송을 영구적으로 장악하려는 악법이라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노란봉투법 역시 기업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시각이다.

거야(巨野)에 정국 주도권을 내줄 수 없다는 정무적 판단이 깔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국민의힘도 민주당 행보가 ‘거부권 정국’을 유도해 총선을 앞두고 여권에 정치적 부담을 지우기 위한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 때문에 ‘악법’에 대한 재의요구를 피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민주당의 (총선) 매표용 악법 밀어붙이기는 6월에도 계속될 전망"이라며 노란봉투법, 방송법,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 등을 꼽았다.

이어 "망국적 입법 폭주를 막을 수 있는 건 현재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여권의 이런 움직임을 ‘행정 독재’로 규정하고 한 발도 물러나지 않을 태세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반복될수록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권을 향한 민심이 악화할 것이라는 계산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 가운데 야당 법안 상정에 협조하고 있는 민주당 출신 김진표 국회의장은 ‘여야 협의’를 촉구하는 원론적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김 의장은 이날 간호법 제정안 폐기 후 "여야가 양보해 조정안을 마련할 것을 당부했는데도 정치적 대립으로 법률안이 재의 끝에 부결되는 상황이 반복돼 유감"이라고 했다.

특히 민주당은 김 의장이 내놓은 안을 중재안이라는 이름으로 여권에 압박하고 있다.

방송법도 김 의장이 중재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인 가운데 민주당은 원론적으로 여당과 법안 내용을 협상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여권이 강경해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hg3to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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