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사진=로이터/연합) |
7일 미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엔화 환율은 지난 5일 달러당 140엔을 재돌파했다. 지난달 말 달러·엔 환율은 작년 11월 이후 약 6개월만에 140엔을 넘은 바 있다. 그 이후 환율이 떨어지면서 안정되나 싶더니 최근 들어 엔화 가치가 또 다시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한국시간 8일 새벽 1시께 달러·엔 환율이 140엔을 또 넘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가 환율 개입에 다시 나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 부상하고 있다고 CNBC는 전했다. 인베스팅닷컴 역시 "지난 5일 환율이 달러당 140엔을 다시 돌파하면서 정부 개입에 대한 이야기가 촉발됐다"고 밝혔다.
달러화 초강세와 일본은행(BOJ)의 나 홀로 완화정책이 맞물리면서 엔화 통화가치는 작년부터 본격 고꾸라졌다. 달러·엔 환율은 지난해 9월 1998년 8월 이후 처음으로 140엔대로 올라섰고 그 다음달인 10월엔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기는 150엔을 32년만에 돌파했다.
이에 일본 당국은 엔화 통화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해 9월 22일, 10월 21일, 10월 24일 총 세 차례에 걸쳐 시장에 개입했다. CNBC는 일본 정부의 개입 규모가 총 680억달러(약 88조 3320억원) 가까이 달한다고 분석했다.
▲지난 1년간 달러·엔 환율 추이(사진=네이버금융) |
HSBC의 조이 츄 아시아 환율 리서치 총괄은 최근 투자노트를 통해 "환율이 다시 140엔선 위로 오름에 따라 일본 재무성의 개입 가능성을 추측하는 관측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그는 지난해 9월 당국의 첫 개입 당시 전월 대비 환율 변동 폭이 6∼8% 수준이었는데 최근엔 4∼5%대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변동 폭이 6% 이상 찍으러면 환율이 145엔 수준으로 올라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런 와중에 엔화 통화가치가 앞으로도 약세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상황이다.
일본 최대 은행인 MUFG는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일본 4월 실질임금의 마이너스 폭이 더 확대됐다는 점을 주목하면서 "일본은행이 이달 16일에 예정된 금융정책결정회의는 물론 연말까지 대규모 완화정책을 유지할 것이란 시장의 예상치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은행의 정책 전환 없이 엔화는 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물가 변동을 고려한 실질 임금은 지난 4월 전년 동기대비 3.0%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시장 예상치(-2.0%)는 물론 3월의 2.3% 감소를 크게 웃돈 수치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긴축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도 엔화 약세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금리 선물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7월에는 또 한차례의 0.25%포인트 금리인상을 가장 높은 확률로 반영하고 있다.
이와 관련,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연준이 긴축을 이어가거나 일본은행이 통화정책을 변경하지 않을 경우 엔화 가치가 더 떨어질 리스크는 여전하다"며 "미국 경제가 침체할 가능성보다 두 가지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것이 더 유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