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기 하한가…주가조작 전력 강 씨가 이 종목 고른 이유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6.18 10:08

대주주 지분율 높아 행동주의 타깃되긴 부적절



이익잉여금 수백~수천억원 쌓인 점은 매력적



증권가 "대출로 버티다 재무적 위기관리 실패한듯"



추종자 대상으로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는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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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전경. /사진=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강현창 기자]국내 증시에서 무더기 하한가를 기록한 5개 종목에 대한 거래가 정지된 가운데 사태의 배후로 지목되는 강 모 씨가 해당 종목을 고른 이유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방림과 대한방직, 동일산업, 만호제강(이상 코스피), 동일금속(코스닥) 등 5개 종목이 지난 14일 무더기 하한가를 기록한 배경으로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투자자 카페를 운영하는 강 모 씨가 지목된다.

강 씨는 이번 사태 이전부터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 해당 종목에 대한 투자 의견과 투자방법 등을 공유하며 추종세력을 형성해왔다.

이에 이번 무더기 하한가 사태 직후 금융투자업계는 사태의 배경으로 강 씨를 지목했고, 강 씨도 이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다만 하한가는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가 아니라 "행동주의 주주운동을 하던 중 증권사가 대출제한과 만기연장 거부 등에 나서면서 하한가가 촉발됐다"는 게 강 씨의 주장이다.


◇ 주주행동 펼친 전력있지만… 해명은 미심쩍어

실제 강 씨는 해당 종목에 투자하면서 적극적인 주주행동을 펼쳐온 사실이 있다. 인터넷 카페를 통해 주주들과 오프라인 모임을 가지고 관련 강의도 진행했으며, 사외이사와 감사선임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했다. 방림에는 감사후보로 본인을 추천하기도 했다.

하지만 강 씨의 행보대로 해당 종목을 행동주의 주주운동의 대상으로 삼기에는 몇가지 문제점이 있다.

행동주의 주주운동이란 투자 기업에 배당 확대나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면서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 투자 수익을 얻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가장 중요한 조건이 있다. 최대주주의 영향력이 적어야 한다는 점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36.5% 이하인 종목이 행동주의의 목표가 된다고 설명한다. 상장사들이 여는 정기 주주총회 평균 참석률이 73% 선이기 때문에 참석률 대비 과반의 지분율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주총에서 이사 및 감사 선임 등에서 치열한 표대결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번 하한가 사태 대상 종목 중 대한방직(25.95%)과 만호제강(19.32%)를 제외하면 다른 종목은 모두 지분율이 안정권이다. 동일금속은 대주주 측 지분율이 58.68%나 되며 동일산업도 56.38%에 달한다. 방림도 38.80%의 대주주 지분율로 주총에서 대주주 측의 방어가 용이한 편이다.


◇ 이익잉여금 높지만 대주주 지분율도 높아

반대로 해당 종목에 대해 행동주의 주주운동을 펼칠 만한 포인트도 있다. 바로 배당재원이 되는 이익잉여금 수준이 높다는 점이다.

각각 가장 최근 정기보고서를 기준으로 방림은 962억원 규모의 이잉잉여금이 누적됐고 대한방직은 1247억원, 동일산업은 4057억원, 반호제강은 1355억원, 동일금속은 1436억원의 이익잉여금이 있다. 동일산업의 경우 시가총액보다 잉여금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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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무더기 하한가 종목 분석. /출처=각사 보고서 종합



하지만 아무리 이익잉여금이 매력적이더라도 대주주의 지분율이 탄탄해 행동주의 주주운동을 펼치기에는 어려운 종목들이라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설명이다.

결국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을 종합해보면 강 씨가 나름의 행동주의 주주운동을 시도했지만 재무적인 위기관리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강 씨는 이번 하한가를 맞은 종목들에 대해 100여개가 넘는 글을 올렸다. 대부분은 해당 종목의 주가 전망이 아니라 자산 상황과 지분율을 분석하는 내용이다. 행동주의 주주운동이 일반적으로 해당 상장사의 잉여자산을 배분하는데 관심을 가진다는 점에서 강 씨의 행보는 이와 일치하는 점이 있다.

문제는 ‘총알’이다. 실제 강 씨는 행동주의 주주운동을 주도할 만한 재력이나 파트너는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목표한 종목의 시총이 비교적 낮은 편이지만 개인이 대주주 지분율을 압도하는 규모의 지분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카페 등을 통해 동조하는 추종 세력들도 대부분 개인투자자들로 분석된다.

실제로 국내 증시에서 활동 중인 다른 행동주의 펀드 등은 재정이 탄탄한 전략적·재무적 파트너를 확보한 뒤 투자에 나섰지만 강 씨는 그런 정황이 없다. 결국 나홀로 분투 끝에 대출을 유지하지 못하고 강 씨나 추종세력의 하한가 매도주문이 쏟아진 셈이다.



◇ 추종세력과 통정거래 등 위법 여부 관건


한편 당국은 강 씨에 대한 출국금지와 거주지 압수수색 등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고 있다.

강 씨의 주장대로 행동주의 주주운동이라면 불공정 거래가 아닐 수 있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설명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추종세력과의 통정거래가 있을 수 있으며, 추종자들을 대상으로 한 불법 투자자문 등 다양한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는 여전하다.

실제 강 씨는 주가조작 혐의로 지난해 말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4억원의 유죄를 확정받은 적이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강 씨의 설명대로 행동주의 주주운동을 펼쳤다고 한다면 무리수를 고집하다가 사고가 난 것"이라며 "강 씨를 믿고 투자하던 개인투자자가 적지 않다던데 이들에게 이런 리스크를 잘 설명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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