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현대차, 중·러시장 ‘플랜B’ 준비해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6.20 16:01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김필수자동차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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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부터 현대차그룹의 질주가 거침없다. 1분기 영업이익이 6조4000억원을 넘어섰다. 한해 전체의 영업이익이 1조원 정도였던 시절을 감안하면 ‘서프라이즈’다. 이런 추세라면 연간 영업이익 20조원 돌파도 무난할 전망이다. 반도체 등 여러 분야에서 심각한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자동차 산업이 한국경제에 ‘단비’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질주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높아진 위상과 함께 고가 브랜드 차종 판매 증가와 친환경차의 질주에 힘입었다. 세계 빅2 자동차 시장인 미국·유럽과 함께 인도 등 신흥국까지 ‘바닥’을 다진 결과이기도 하다.

글로벌 1~2위를 달리는 토요타와 폭스바겐 등이 내연기관차나 하이브리드차 등에 몰입하는 상황에서 전기차 시대로의 빠른 전환은 현대차와 기아에게 시장 점유율을 넓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현재 10∼11% 정도인 미국·유럽시장에서의 점유율 상승과 함께 현대차 기아가 공을 들이는 인도와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아시아권과 중동,남미 등 신흥국에서의 시장 선점 기회는 훨씬 많다.

현대차 기아의 품질 수준과 브랜드는 세계 최상위급으로 자리매김 하며 모두가 사고 싶은 모델이 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추종자가 아닌 퍼스트 무버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이런 분위기가 기회 요인이라면 위험요인도 있다. 바로 중국과 러시아 시장이다. 러시아의 경우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지난해부터 러시아 공장이 멈춰 섰고 국제 사회의 경제 규제가 강화되면서 시장마저 크게 위축되고 있다. 중국은 미중 갈등 틈바구니에서 자국 자동차산업 보호 정책이라는 높은 벽으로 가로막혀 있다. 더구나 러시아 시장은 글로벌 제작사가 모두 철수한 상태에서 그나마 중국과 중앙아시아 자동차가 러시아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현대차는 러시아에서 생산과 판매가 전면 중단되면서 큰 피해를 입고 있다. 가뜩이나 러시아에 우호적인 중국을 제외하고 모든 서방 자동차 회사가 러시아에서 철수한 상황이어서 현대차로서는 철수여부에 대한 기로에 서 있다. 생산과 판매 중단으로 함께 진출한 부품사들의 고통도 커지고 있다. 러시아에서 철수할 경우 손실이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시장도 만만찮다.현대차와 기아는 한 때 9%에 달하던 중국시장 점유율이 지금은 1%대로 떨어졌다. 이는 중국 정부가 한한령 등 정치 논리를 경제에 끌어들인 것이 주된 이유다. 그만큼 중국시장은 불확실성이 크고 위험요인도 상존한다. 그렇다고 연간 시장규모가 2500만대에 달하는 중국시장을 무작정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현대차와 기아는 불확실성 크고 리스크가 상존하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 다른 시장과 구별해 이원화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중국 시장에 대한 차별화 전략으로 점유율을 올리고 매출을 늘린다고 해도 미중간의 갈등과 사회주의와 민주진영간의 신 냉전이라는 또 다른 큰 변수가 기다린다. 최대한 두 시장에서의 버티기 작전,이른바 ‘발 담그기 전략’을 펼치다가 한중관계 등에 따라 중국이 한한령 같은 정치 논리로 심각한 몽니를 부릴 경우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발을 빼는 ‘플랜B’ 전략을 짜야 한다. 2000년대 들어 중국 휴대폰 시장을 주름 잡던 삼성전자 휴대폰도 최근 들어 현지에서의 맹목적인 애국주의 마케팅에 밀려 고전을 하는 상황이다.

사실 중국시장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음은 오래 전부터 이어지고 있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은 중국 시장에서 위험성을 경고하며 투자를 거뒀고 다른 글로벌 기업들도 이미 줄줄이 중국 시장에서 빠져나오는 상황이다. 따라서 현대차 기아는 중국에 대한 무리한 신규 투자는 최대한 자제하면서 기존의 시설에 대해서도 구조조정을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더 근본적으로는 전체 자동차 사업부문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비중을 줄이고 신시장 개척을 강화하는 등 글로벌 자동차 사업 전략 전체에 대한 궤도 수정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시절이 하 수상한 만큼 유비무환이다.

정훈식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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