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기업대출 연체율 일제히 높아져
은행권 가계대출 4월 증가세 전환
특별대손준비금 적립 요구권 도입 앞둬
2분기도 역대급 충당금 적립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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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은행권의 연체율이 전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가계대출 잔액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며 리스크 관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은행들은 2분기에도 충당금을 더 확대하며 손실 흡수 능력 강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연체율이 일제히 오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기준 국내 은행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은 0.33%로 1년 전 대비 0.11%포인트 상승했다. 신규 연체채권 규모는 1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월과 비교해 9000억원이 더 증가했다. 신규 연체율은 0.08%로 전년 동월 대비 0.04%포인트 높아졌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0.31%로 1년 전 대비 0.14%포인트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0.2%), 주담대 제외 가계대출 연체율(0.59%)은 0.10%포인트, 0.28%포인트 각각 높아졌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0.35%로 0.09%포인트 상승했다.
지난달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신규 연체율 평균(잠정)은 0.09%로 집계됐다. 1년 전의 0.04% 대비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가계의 신규 연체율은 0.08%로 1년 전(0.04%)의 2배를 기록했고, 기업의 신규 연체율은 0.11%로 전년 동월(0.05%)의 2배를 넘어섰다.
장기간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고 경기 침체 등의 요인이 맞물리면서 차주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감소세를 보이던 은행권의 가계대출이 다시 늘어나면서 꿈틀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 4월 2조3000억원 늘어난 데 이어 5월에도 4조2000억원 증가했다. 5대 은행의 5월 말 가계대출 잔액도 전월 대비 1431억원 늘어나면서 17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연체율 등 부실 지표는 확대 속에 가계대출마저 증가세로 바뀌며 은행들은 더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상황이다. 은행들은 코로나19 사태와 미래 경기 상황을 반영해 충분한 충당금을 적립했다는 입장이지만, 앞으로의 상황은 예상보다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9월 코로나19 대출인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상환유예 조치가 끝나면 잠재됐던 부실이 터질 것이란 우려도 커진다. 한은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출로 인한 착시 효과가 사라질 경우 은행의 기업대출 부도율은 0.24%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은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40% 이상 늘어난 1조7338억원의 역대 최대 충당금을 적립했다. 경기 상황 악화를 반영했을 때 2분기에도 역대급 충당금 적립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은행업 감독규정 개정을 통해 도입하는 특별대손준비금 적립 요구권이 시행되면 은행들은 당국의 권고 아래 대손충당금·준비금 적립에 나서야 한다. 특별대손준비금 적립 요구권은 상반기 도입 예정이었는데, 내달께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고 앞으로의 부정적인 경기 상황을 감안하면 은행의 추가 충당금 적립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