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진보 vs. 보수의 차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6.28 08:57

박주영 숭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2023062801001277200061811

▲박주영 숭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필자의 미국 유학시절 시카고대에서 학교를 옮긴 교수가 수업시간에 보수와 진보의 차이가 무엇인지 정의를 내려보라고 했다. 대부분의 MBA 학생들은 보수와 진보에 대해서 우리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추상적인 개념으로 설명하려고 했다. 즉, 보수는 기존의 것을 지키고 보존하며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고, 진보는 기존의 것을 버리고 급진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라고들 답했다. 그러나 교수의 답은 뜻밖이었다. 진보와 보수의 차이를 ‘세금’에 있다고 했다. 보수인 공화당이 선거에서 이기면 세금을 낮추고, 진보인 민주당이 집권하면 세금을 올리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공화당은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에 움직이며, 정부는 공정한 관찰자의 역할만 하면 되기에 세금을 인하하면 민간은 소비를 촉진하고 기업은 투자를 늘린다고 주장한다. 반면 큰 정부를 지향하는 민주당은 시장을 그대로 놔두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경기를 일으키고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흥미로운 것은 시카고대는 시장 자유주의 중심의 대학으로 공화당 정책의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하며 공화당이 집권하면 시카고대 경제학자들이 경제정책자문을 한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이 집권하면 자유방임주의는 시장실패로 귀결된다고 주창하는 프린스턴대·컬럼비아대 등 동부해안에 자리 잡은 대학들의 경제학자들이 대거 백악관의 정책자문으로 입성한다는 것이다.

복지혜택의 수혜자인 저소득층을 제외하고는 세금인상은 인기가 적어 2차 세계대전 이후 선출된 미국 대통령 중 연임에 성공한 민주당 대통령은 클린턴 대통령이 최초다. 미국 역사상 전쟁에서 승리한 대통령이 연임을 못한 경우는 드문데도, 걸프전을 승리로 이끈 공화당 대통령인 아버지 부시대통령을 물리치고 무명에 가까운 아칸소 주지사였던 민주당의 클린턴이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경제가 보수와 진보 모두에게 첨예한 이슈가 될 것이라는 전조를 시사한다. 클린턴의 대통령 당선은 ‘경제대통령’이라는 국민의 기대에 힘입었다. 부시 대통령을 겨냥해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그의 구호가 유명세를 타며 지지를 얻었다. 클린턴은 집권 후 4년만에 걸프전으로 인한 막대한 재정적자를 해결하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초로 재선에 성공한 민주당 대통령이 됐다. 재정적자 해소라는 클린턴의 전무후무한 업적에도 세금 인상정책을 펴는 민주당이 클린턴의 뒤를 이어 3 연임하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클린턴 이후 미국 대통령은 공화당의 아들 부시가 연임한 뒤 민주당의 오바마가 연임했다. 그 이후엔 공화당의 트럼프가 단임에 그치고 다시 민주당의 바이든이 집권하는 등 미국정치 지형에 격랑이 일고 있다. 클린턴 이전까지만 해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화당 대통령이 연임 하고, 잠깐 민주당에 대통령 자리를 넘겨 준 뒤 다시 찾아오는 상황이 반복됐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공화당을 지지하는 미국의 중산층이 미래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여유가 있던 시기에는 공화당 대통령을 두 번 찍고는 사회 안정화를 위해 자신이 세금을 더 내더라도 민주당으로 스윙 보트를 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나 클린턴 이후로는 공화당의 부시가 8년 집권한 이후 민주당의 오바마가 8년을 집권하고는 공화당의 트럼프가 연임에 실패를 한 것을 보면 미국의 선거 지형이 달라진 것 같다. 사실 클린턴 이후부터는 대통령 선거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접전을 벌이며, 선거 후에도 결과를 승복하지 않고 소송전을 벌이는가 하면,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지고,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선거불복을 내세우며 의회 의사당에 난입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는 미국의 소득불평등이 1990년대 중반 이후 심화되고 있고, 특히 과거의 중산층에 속했다고 생각한 백인 중산층이 더 이상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여유롭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를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지표인 지니계수를 보면 2019년 0.395로 0.339인 우리나라보다도 높다.미국보다 지니계수가 낮다는 이유로 우리나라가 안심할 수는 없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가 저성장 국면에 들어섰다고 봤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도 1.5%로 낮췄다. 정치도 마찬가지로 위기이다. 윤석열 정부는 ’공정‘이라는 시대정신을 중심으로 서서히 지지를 확보해 나가는 정책을 펴고 있다. 국민의힘이 집권했지만 여전히 민주당의 지지층도 37%로 팽팽하다. 대한민국은 ’팬덤정치‘라는 극한적 이념 갈등의 중심에 있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는 경제활성화다. 경제활성화에 따른 소득 불평등의 감소는 자연스레 정치적 대립을 감소시키고 나아가 사회의 안정으로 이어질 것이다.

정훈식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