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당국, 전력수요 성수기 민간 발전사에 손실 강요 논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7.02 15:07

송전망 확충 지연으로 발전제약 상황에서 지난주 발전대금 결정하는 '정산조정계수' 과소 산정 통보
발전업계, 법원에 금지 가처분 신청 제기
법조계 "정부가 민간 기업 부도로 내모는 상황, 재산정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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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남부발전 삼척발전소 전경.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무더위가 한창인 7월로 접어들며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전력을 공급해야 할 동해안 석탄화력발전소들은 송전제약과 함께 과소정산으로 도산위기에 내몰리고 있어 전력수급 안정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급전순위가 높은 발전소가 우선적으로 가동된다. 지금 현재 동해안 지역에서는 공기업인 한국남부발전의 삼척그린파워 2기가 우선 가동되고 있다. 발전기 특성상 워낙 연료가 저렴해 항상 급전순위 최상위에 위치한다. 다음 급전순위를 두고 민간발전사인 GS동해전력 2기와 강릉에코파워 2기 중 급전순위에 따라 가동이 결정되고 있다. 당초 전력수급기본계획대로라면 6기 모두 문제 없이 가동돼야 하지만 지난해부터 수차례 언론에서 지적됐듯이 당초 2022년까지 완공예정이던 송전선로가 확충되지 않아 이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로인해 일부 석탄화력발전소들은 발전소를 다 지어놓고 가동도 온전히 못하는 것은 물론 발전대금 정산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발전사들의 수익을 결정하는 ‘정산조정계수’를 산정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비용평가위원회가 불합리 한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며 "최근 3·4분기 정산조정계수를 통보 받았는데 이를 적용하면 발전기를 돌리면 돌릴수록 적자를 보는 구조"라고 말했다.

독점 전력 판매권한을 가진 한국전력공사는 전력거래소를 통해 전력공급사업자인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도매로 사들여 소비자에 판매한다. 한전의 전력 구입 단가는 도매가인 계통한계가격(SMP)을 시장 거래가격 기준으로 하되 이에 대한 할증률 성격의 정산조정계수를 적용해 산정된다. SMP는 전력 생산 단가에서 발전에 참여하는 발전기 중 가장 비싼 발전기의 발전단가로 결정된다. 현행 제도 상 한전은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사들일 때 SMP에 0~1 사이의 정산조정계수를 적용해 수익을 ‘조정’할 수 있다. 가령 발전사가 1만원을 벌었을 때 정산조정계수가 1이면 1만원을, 0.0001이면 1원만 가져가게 된다. 정산조정계수가 1보다 커지면 발전사가, 정산조정계수가 1보다 작아지면 한전의 이익이 커지게 된다.

이 관계자는 "전력거래소가 각 사별로 받은 열량 단가 예측치를 가지고 판단하는데 동해안 지역 일부 발전기의 발전량이 100%가 보장이 되니 단가를 높이 줘야 될 이유가 없다며 3,4분기 정산조정계수를 0.28로 산정했다. 이렇게 해도 해당 발전기는 손해가 아니라는 것인데 이는 개별 발전기들의 특성을 무시한 처사"라며 "앞서 말한 송전제약으로 인해 발전량에서 손해를 보는 발전기들이 분명히 존재함에도 일괄적으로 같은 정산조정계수를 적용하는 것은 특정 민간 발전사에게 손실을 강요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 발전사의 경우 작년에만 10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봤다. 올해도 송전제약으로 40% 밖에 가동을 못하고 있는데 3,4분기에 0.28의 정산조정계수를 적용하면 연말에는 적자폭이 1800억원까지 커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부의 전력수급계획과 송전망 확충 약속을 믿고 사업에 참여했는데 이렇게 손실을 강요당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전력당국이 이같은 사정을 고려해 재산정 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들 발전업계는 지난 29일 3,4분기 정산조정계수 의결 전 법원에 금지 가처분 접수를 했지만 아직 인용되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정산조정계수 산정으로 인해 일부 민간 발전사의 부도가 발생할 경우 전력거래소는 물론 한전과 산업통상자원부에도 법적인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이 문제는 정부의 약속 미이행에 따른 송전제약에 대한 고려 없이 총괄 원가 보상이라는 기본 원칙을 훼손해 가면서 정산조정계수를 기계적으로 적용해 민간 사업자에게 굉장한 고통을 주고 있는 사례"라며 "이제 막 3분기가 시작된 만큼 제도를 보완해 여름철 전력수요 급증을 앞두고 개별 발전 기업들이 지나친 손실을 보지 않도록 구제할 필요가 있다. 7월 중 제도 보완 후 비용평가위원회에서 재논의하면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력당국은 사정은 이해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측 관계자는 "우리도 개별 발전기들의 특성을 반영하고 싶지만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물을 낸다는 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여기 저기 사정을 다 들어서 반영해도 누구는 또 불만을 제기한다. 한쪽의 입장을 반영하면 반대쪽에서 또 강행한다고 강요한다고 한다"며 "시간이 갈수록 서로 갈등만 쌓이고 피해만 커지는 것 같다. 차라리 법원의 판단에 맡기는 게 낫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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