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워진 직원들, 멀어진 주주들'...임종룡號 우리금융 100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7.04 06:30

CEO 경영승계 프로그램 도입

상생금융 선제적 발표



우리카드, 자체 경쟁력 확보 시급한데

지원책 동원 '뒷말'



타 지주사 회장들, 자사주 매입-해외 IR 주력

임 회장 '관 출신 타이틀 사수' 아쉽다는 의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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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이달 1일로 취임 100일을 맞이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직원들과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임 회장은 우리금융 내부적으로 ‘관 출신’ 인사의 부정적인 시선을 지우는데 상당 부분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취임 100일간 기업문화 혁신, 상생금융과 같은 대외적으로 보여주기 식의 활동에만 집중한 탓에 주주가치 제고와 같은 업무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월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한 임 회장의 주요 성과는 상생금융, 기업문화 개선 등 두 가지로 요약된다. 금융위원장을 지낸 관 출신 인사답게 금융당국이 원하는 금융사의 역할을 빠르게 간파하고, 금융소비자의 눈높이에 맞는 대책들을 내놓은 것이다.

지난 4월 전세사기 피해 가구를 대상으로 53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책을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어 우리카드는 지난달 말 카드업계 최초로 금융 취약계층 대상 채무 정상화 지원 프로그램, 소상공인 대상 마케팅 지원 등을 골자로 한 상생금융 1호 지원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우리금융 측은 "금융, 비금융 지원책을 발표한 것은 관을 의식한 행보라기보다는 소상공인 등 금융소비자들에게 하루라도 빨리 도움을 줘야 한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지배구조를 포함해 우리금융의 기업문화를 개선한 것도 임 회장이 취임 100일간 거둔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다. 우리은행장을 투명하게 선출하기 위한 은행장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도입해 금융지주 회장으로의 권위, 역할은 내려놓고 4단계의 엄격한 검증을 거쳐 최적의 인물을 행장으로 선임하도록 했다.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임 회장의 기업문화 혁신이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우리금융은 내년부터 직원들 개인의 성과가 평가에 합리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평가 결과도 직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할 방침이다. 기존에는 직원들이 어떠한 이유로 이러한 고과를 받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는데, 앞으로 평가 결과가 직원들에게도 공유되면 직원들을 평가하는 상급자 입장에서도 조금 더 부담을 느끼고 오직 성과에 중점을 둔 인사고과가 이뤄질 것이라는 게 임 회장의 구상이다. 또한 내부에서 직원들 인사 고과에 대한 피드백이 이뤄지면서 직원들의 업무역량을 끌어올리는 데도 효율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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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카드 상생금융 출시 기념 취약계층 후원금 전달 및 소상공인 간담회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다만 임 회장이 취임 100일간 대외적인 행보에만 주력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는 지적도 있다. 통상 관 출신 인물이 민간 금융사 CEO로 자리를 옮기면, 자신의 행동이 괜한 관치 논란으로 비춰지지 않도록 조심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임 회장은 대내외적으로 금융당국의 의중을 간파하고, 자리를 함께하는데 있어서 스스럼이 없는 탓에 관 출신 인사라는 타이틀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우리카드의 경우 카드업계 내에서 시장점유율 등 경영성과 측면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아 자체적인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임에도 상생금융 1호를 내놓은 것은 임 회장의 과욕에서 비롯됐다는 의견이다.

상생금융, 기업문화 개선을 제외하고는 임 회장의 성과가 두드러지지 않다는 점도 ‘코드 맞추기가 과하다’는 세간의 평가와 일맥상통한다. 임 회장 공식 취임일인 3월 24일 1만1010원이었던 우리금융 주가는 이달 현재 1만1910원으로 보합에 머물렀다. 이 기간 외국인 주주 비중은 40.03%에서 38.45%로 떨어졌다. 금융지주사 주가가 지지부진한 것은 우리금융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한 다른 금융지주사들이 지난 3개월간 해외 기업설명회(IR),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주주들과 소통을 강화하고,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를 지속적으로 피력한 점을 고려하면 우리금융의 주가 성적표는 그 내용면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다.

결국 주주 입장에서는 현재 당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향후 우리금융의 원활한 M&A를 위한 초석이라면, 이제는 우리금융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가시적인 경영 성과를 애타게 기다리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사 입장에서 상생금융도 물론 중요하고, 꼭 필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당국에서 관련 내용을 정리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상생금융을 발표한 것은 조금 과한 느낌"이라며 "다른 금융지주 회장들도 상생금융과 같은 지원책에 주력하고 있긴 하지만, 임 회장이 관 출신인 탓에 유독 두드러지게 보이는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ys106@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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