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세력의 진화] '그룹'이 된 작전세력…무자본M&A '시한폭탄' 터질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7.12 06:10

난소암 치료제 '오레고보맙'…세력 '이 씨'의 '펄'로 활용



'이 씨' 구속되며 카나리아바이오그룹에 수사 확대 가능성



작전세력 엑시트 위해 상장사 인수하며 '그룹'으로 성장



헬릭스미스 인수로 갈등 심화…개미 입막으려 소송 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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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리아바이오 CI


[에너지경제신문 강현창 기자] 최근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이 ‘주가조작 일인자’로 알려진 ‘이 씨’를 검거하면서 카나리아바이오그룹에 대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카나리아바이오그룹은 이 씨의 주도로 다수의 무자본M&A를 진행하며 여러 개의 상장사들을 인수해 ‘그룹’으로 발전한 회사이다.

검찰도 이같은 무자본M&A 행태에 대해 ‘시한폭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이 씨의 검거 이후에도 해당 상장법인에는 여전히 ‘이 씨’의 그림자가 짙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우려다.


◇ ‘오레고보맙’ 활용해 상폐 위기 탈출

최근 급격하게 성장한 카나리아바이오그룹의 핵심은 난소암 치료제 ‘오레고보맙’이다. 이들은 ‘이 씨’의 지휘로 오레고보맙에 대한 권리를 여러 회사로 이동시키며 사명을 바꾸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 씨’가 주도한 것으로 의심되는 세력들은 지난 2021년 상폐 위기에 몰린 코스닥 상장사 OQP가 가지고 있던 오레고보맙에 대한 권리를 인적분할해 OQP바이오라는 곳을 만든다. 남은 사업부는 K-OTC등록사인 두올물산으로 인수시켜 코스닥 상장사를 K-OTC 등록사로 ‘이사’하는 계획을 진행한다.

오레고보맙을 가진 OQP바이오는 두올물산의 손자회사로 현물출자해 이동시키고 이후 이를 코스닥 상장사 현대사료로 넘기며 지금의 구조를 만든다. 이 과정에서 복잡한 사명변경 과정을 거쳐 OQP는 ‘디아크’로, 두올물산은 ‘카나리아바이오엠’으로, 현대사료는 ‘카나리아바이오’로 정착한다.

현재 그룹의 간판은 코스닥 상장사 카나리아바이오다. 하지만 그룹의 확장은 카나리아바이오엠이 나서고 있다.


◇ CB 받고 BW 줘서 완성하는 무자본M&A


카나리아바이오엠은 지난해부터 잇따른 M&A를 성사시키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K-OTC 등록사가 코스닥 상장사인 세종메디칼과 헬릭스미스, 리더스기술투자를 인수하며 그룹을 형성한 것이다.

하지만 해당 M&A는 무자본M&A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우려가 많았다.

먼저 카나리아바이오엠은 지난해 세종메디칼의 8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대주주 자리를 획득한다. CB인수와 함께 세종메디칼의 대주주 세종메디칼컴퍼니로부터 지분 전량을 대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카나리아바이오엠은 현금 납부 대신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해 세종메디칼에 넘겨줬다.

이후 세종메디칼은 카나리아바이오엠의 계열사 카나리아바이오의 유상증자에 500억원을 투자한다. 결국 카나리아바이오엠은 세종메디칼과 자금을 순환시키는 무자본M&A를 진행했다.


◇ 50억에 인수한 헬릭스미스, 소액주주와 소송만 12차례 벌여


카나리아바이오그룹에 들어온 세종메디칼은 곧바로 다른 상장사의 ‘사냥’에 사용된다. 바로 헬릭스미스다.

곧바로 카나리아바이오엠은 헬릭스미스를 인수하면서 앞서 인수한 세종메디칼의 CB 300억원 어치를 헬릭스미스가 매입하게 한다. 그 결과 카나리아바이오엠이 헬릭스미스 인수를 위해 투입한 자금 총 350억원 중 실제 현금 유출은 50억원에 불과하다. 이 역시 무자본M&A의 전형적인 형태다.

특히 헬릭스미스 인수는 이 과정에서 무수한 잡음이 생기면서 현재도 갈등이 진행 중이다.

카나리아바이오엠으로 경영권을 넘기는 결정을 위해 진행한 이사회에서 반대표를 던진 사내이사들에 대한 축출이 시작된 것이다.

지난해 12월 헬릭스미스는 이사회를 열어 카나리아바이오엠에 경영권을 넘겨준다. 당시 이사회에는 회사 측이 임명한 이사가 5명, 그리고 개인 주주들의 추천으로 이사회에 들어온 최동규 전 특허청장과 김훈식 전 대상홀딩스 대표, 박재석 한화에이스 스팩 4호 대표 등 사내이사 3명이 있었다.

해당 사내이사 3명은 이사회에서 카나리아바이오엠에 대해 "실체가 불분명하다, 판단의 근거가 없다, 회사 자금을 어떻게 활용할지 모른다" 등의 이유로 반대표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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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릭스미스가 지난해 12월 21일 개최한 이사회 의사록 일부. 소액주주가 선임한 사내이사들이 카나리아바이오에 경영권을 넘기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하지만 다른 이사들의 찬성으로 결국 헬릭스미스는 카나리아바이오엠에 경영권을 넘겨준다.

M&A직후 카나리아바이오엠은 주총을 열어 안건에 반대한 이사 3명에 대한 해임을 추진하지만 부결로 뜻을 이루지 못한다. 이에 법원에 이들을 해임해 달라는 소송까지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냈다. 해당 소송의 원고는 이번에 주가조작으로 합수단에 의해 구속된 이창현 대표다.

헬릭스미스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유독 카나리아바이오그룹에 반발이 가는 이유가 있다. 2020년 헬릭스미스의 주가 폭락을 유발한 2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당시 CFO가 카나리아바이오의 나한익 대표다. 당시 나 CFO는 주주들과 소통하며 "유증은 하지 않는다"고 장담했지만 자신과 임원들의 지분을 줄여놓은 뒤 주주대상 유증을 실시하고 사퇴해 주주들의 원망을 크게 샀던 인물이다.

한편 카나리아바이오엠과 헬릭스미스 소액주주간의 갈등은 올해 들어서만 12번의 소송이 오갈 정도로 심화 중이다.


◇ 검찰 "저렴한 상장사 인수해 엑시트 꾀한 것"


이어 리더스기술투자 인수도 ‘이 씨’가 설계한 그림이다.

카나리아바이오엠은 리더스기술투자의 대주주 에이티세미콘으로부터 리더스기술투자 지분 18.04%를 250억원에 인수한다. 이 과정에서 리더스기술투자는 카나리아바이오가 발행한 CB에 250억원을 투자한다. 결국 리더스기술투자의 M&A는 리더스기술투자의 돈을 회전해 이뤄낸 결과다. 이 같은 방식은 과거 ‘이 씨’가 마제스타를 인수하기 위해 세미콘라이트와 제이스테판을 활용한 방식과 판박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 씨에 대해 "코스닥 상장사를 무자본M&A 방식으로 인수해 엑시트를 시도한 것"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씨는 범행 구조 설계자로서 저렴한 상장사를 무자본M&A로 인수하고, 본업과 상관도 없는 아이템을 무작위로 붙여 대규모 시세차익 취득(Exit)을 꾀하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핵심 사업인 바이오사업(오레고보맙)은 선량한 일반투자자들을 속이기 위해 구색을 맞춘 것"이라며 실제로 지속적인 바이오사업을 위한 인적·물적 인프라 등 능력과 의사가 전무하다"고 설명했다.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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