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탄소중립, 빅데이터 기반 스마트 에너지 절약부터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7.24 08:15

박진호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연구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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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호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연구부총장


디지털 자산(Digital Equity) 전략 중심의 포용적 스마트시티로 잘 알려진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의회는 2011년 새로운 조례를 만들었다. 샌프란시스코 권역 내 1만ft²이상의 모든 기축 상용건물의 에너지성능을 규제하는 ‘상용빌딩 에너지성능조례(EPO· Energy Performance Ordinance)’가 그것이다. EPO는 해당 빌딩의 주인(또는 투자자)에게 적용되는 규제로, 도시 내 비슷한 환경 및 규모의 빌딩들과 비교해 해당 빌딩의 에너지 성능이 현재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스스로 진단한 결과와 이를 기준으로 향후 건물에너지 성능을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한 실행계획도 함께 제출하도록 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 조례를 만들면서 권역 내 상용건물의 에너지 소비를 매년 2.5%씩 줄여 2030년에는 1990년 소비량의 절반 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는 2030년까지 기축 상용건물 중 50% 이상을 넷제로화하겠다는 캘리포니아주 정부의 목표에 부응하는 조례이기도 하다.

샌프란시스코 시의회가 실제 건물을 사용하는 세입자가 아닌 건물주와 투자자에게 이런 의무를 부과한 이유는 명백하다. 세 들어 영업하는 사업자들이 에너지 소비 절감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또는 건물의 에너지설비가 노후화하거나 고장으로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더라도 건물주 입장에서는 매월 부과되는 에너지 비용을 세입자에게 그대로 떠 넘기면 되기 때문이다.

이 조례 제정 후 에너지 소비 절감이라는 지자체 목표 달성과 함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일거양득의 효과로 이어졌다. 건물주들은 대부분 에너지설비 전문가가 아니어서 해당 건물의 에너지성능을 객관적으로 진단해 줄 감리자와 에너지 소비 저감 계획을 만들어주고 실행할 전문기업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에는 EPO 같은 조례 도입으로 250개 이상의 에너지 성능평가 및 효율 개선 전문기업이 성업 중이다. 에너지 성능평가 및 효율 개선 기업들은 정확한 건물 에너지성능의 진단과 효율 개선계획 수립에 있어 건물 내외부의 에너지 소비 및 공급에 대한 실시간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 당시 유틸리티 기업들이 독점하던 에너지 빅데이터를 민간에게 과감히 개방하게함으로써(예: 그린버튼얼라이언스) 창업기업들이 차별적인 비즈니스 아이디어와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애플에서 엔지니어로 있던 토니 파델이 에너지 효율 스타트업인 NEST를 2010년에 창업하고 이를 2014년에 구글에 32억 달러에 매각하면서 엑시트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2022년 한해 전 세계는 청정에너지 분야에 약 1조7000억달러(약 2경원) 이상 투자했다. 이 중 대부분이 기존의 중앙집중형 에너지 시스템을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으로 바꾸는 재생에너지와 분산형 에너지를 수용하기 위한 새로운 전력망 등 에너지 인프라 선진화, 에너지산업을 디지털화하고 수송 분야를 전기화하는 데 집중 투자됐다.

이와 함께 이제는 글로벌 에너지의 주도권이 ‘자원보유국’에서 ‘기술보유국’으로 발 빠르게 이동하고 있음도 잘 알 수 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수출 강국인 우리에게는 탄소중립발 에너지 대전환이 큰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무탄소 전력으로의 에너지 대전환에 있어 글로벌 대기업들의 움직임과 함께 신기술 창조의 텃밭인 스타트업들은 더욱 활발하게 창업하며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 이 중 특히 주목할 분야는 에너지 효율 분야로, 이 분야에만 6100개 이상의 스타트업들이 이름을 올렸다.

정부는 최근 ‘스마트 에너지 절약 추진 방안’을 발표하면서 그 주요 대상으로 상업 및 공공 부문에 대한 에너지 절약 추진 방안을 마련했다. 첨단 ICT 및 절약 신기술을 활용하고 수요관리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다는 것으로, 에너지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과 효율향상 핵심기자재 설비투자에 대한 지원 강화도 그 내용에 반영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대형건물 목표 에너지원단위 제도의 도입’이다. 그간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과 국내외 스타트업들이 자유롭게 접근 가능한 에너지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새로 도입될 정부의 바람직한 규제 및 지원 정책에 힘입어 우리나라에서도 토니 퍼델과 같은 에너지 스타트업 창업자가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정훈식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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