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5년만에 파업···"차값 평생 할인해달라" 대립
한국지엠도 전운···美 GM 사태 예의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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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명촌정문에서 오전조 근무자들이 2시간 일찍 퇴근하고 있다. 이날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오전조(1직)와 오후조(2직) 각각 2시간씩 총 4시간 파업 지침을 내렸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벌인 것은 지난 2018년 이후 5년만이다. 연합 |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 오전조 조합원들은 이날 오후 2시간 부분파업을 벌였다. 오후 출근조 역시 이날 밤 퇴근 시각보다 2시간 일찍 일터를 떠날 예정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가 12일 총파업에 돌입한 데 동참하는 차원이다. 금속노조는 모든 조합원에게 주야 최소 2시간 파업 지침을 내렸다. 현대차 노조가 쟁의행위를 하는 것은 2018년 이후 5년 만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 노사가 지난달 임단협 상견례 이후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앞서 노조는 25년 이상 장기 근속한 정년 퇴직자에게만 제공하는 ‘2년마다 신차 25% 할인’ 혜택을 모든 정년 퇴직자에게 확대 적용해 달라고 사측에 요구했다. 이 요구대로라면 퇴직자들은 5000만원짜리 차량을 2년마다 3750만원에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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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사가 지난달 13일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교섭대표 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임단협 상견례를 열고 있다. 연합 |
9년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한국지엠에서도 전운이 감돈다. 노조가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 성과급 1800만원 지급 등을 원하고 있어 접점을 찾기 힘들 전망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가 한국 사업장에 전기차 생산을 맡기지 않고 있다는 점도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지엠 노조는 그간 사측과 임금협상 과정에서 사장실을 불법 점거하는 등 과격한 행동을 벌여왔다.
한국지엠 입장에서는 미국 GM 노조의 움직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미자동차노조(UAW)가 4년 노동계약이 만료되는 9월을 앞두고 있어 협상이 결렬될 경우 파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지에서는 전기차 전환 등의 이유로 임금 수준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고 전해진다.
한국지엠은 쉐보레, GMC, 캐딜락 등 브랜드의 일부 차종을 국내에 수입·판매하고 있다. 한국 공장에서 만든 트레일블레이저, 트랙스 등은 북미로 수출한다.
르노코리아자동차와 KG 모빌리티 노사는 비교적 ‘상생’에 방점을 찍고 있다. 르노코리아 노조는 기본급 14만7740원 인상, 일시금 600만원 지급 등 요구안을 마련했다. 당장 마땅한 주력모델 없이 ‘신차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와중이라 노사 고통 분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라고 알려졌다.
KG 모빌리티는 노사 관계 ‘모범생’으로 꼽힌다. 2009년 ‘쌍용차 사태’ 이후 회사가 존폐기로에 서면서 상호 생산적인 방향으로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협상은 KG그룹으로 인수된 이후 처음 진행되는 임단협이라는 점에 의의가 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완성차 업계에 파업 공포가 번질 경우 우리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경기침체, 반도체 부진, 주요국 자국우선주의 등 엄중한 경제 상황에 자동차 분야가 사실상 한국의 수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흑자로 돌아섰던 무역수지는 이달 초순까지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1∼1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이 132억67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4.8% 감소한 영향이다. 이로 인해 올해 우리나라의 누적 무역적자는 290억달러에 육박했다.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