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세력의 진화] 카나리아바이오 '1억주 무증'은 개미들의 '악몽'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7.14 06:00

자본잉여금 항목서 끌어온 돈 주당 100원 무상증자에 사용



호재 뒤에 감춰진 전환청구권… CB로 지분 20% 확보 '갑툭튀'



무증에는 115억원 쓰면서 1분기 오레고보맙에는 6000만원 '찔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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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리아바이오 CI


[에너지경제신문 강현창 기자] ‘주가조작 일인자’로 검찰이 특정한 ‘이 씨’가 구속됐지만 관련 종목에 대한 리스크는 여전하다. 특히 ‘이 씨’가 고문으로 재직한 카나리아바이오가 무상증자에 나선다고 밝히며 개인투자자들의 기대가 커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금융투자 전문가들은 이번 카나라이바이오의 무상증자는 다른 상장사의 일반적인 경우와는 달라서 호재로 보기에 힘들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회사의 모멘텀에 영향을 주는 증자가 아니라는 얘기다.


◇ 본업은 적자… 주주 통해 먹고 사는 카나리아바이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카나리아바이오는 지난 12일 장 마감 뒤 1억1519만5870주를 새로 발행하는 내용의 무상증자 공시를 냈다. 신주배정 기준일은 오는 27일이다.

이번 증자는 주주 입장에서는 돈이 투입되지 않는 무상증자다. 그렇다고 영업활동의 이익을 주주에 환원하는 방식도 아니다. 주식을 새로 발행해야 하는 자금은 회사 내부에서 나온다. 신주를 찍어내는 재원은 주식발행초과금으로 총 규모는 약 115억원이다. 이 자금은 재무제표 상 자본잉여금 계정에 담겨 있는 장부 상의 숫자다. 자본잉여금은 자본금으로의 전입이나 결손금을 줄이기 위해서만 사용할 수 있는 돈이다.

지난 1분기 개별재무제표 기준 카나리아바이오의 자본잉여금 총액은 약 1079억원이 있다. 이를 무상증자 재원으로 쓸 경우 사용하는 만큼 자본잉여금이 재무제표 상 자본으로 옮겨가는 효과를 가져온다. 자본이 늘어난다면 회사의 재정은 더 탄탄해지는 것처럼 보이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결손금이 남는다. 이미 카나리아바이오는 1분기 기준 2674억원 규모의 결손금이 있다. 지난해 3분기 말까지만 해도 카나리오바이오에는 400억원 가량의 이익잉여금이 누적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자본잉여금으로 이를 보전해도 1600억원규모의 결손금이 남는 상황이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3068억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하고 올해 1분기에도 순손실 규모가 53억원이 넘은 결과다.

자본잉여금은 쌓였는데 이익잉여금은 적자를 입고 있다는 것은 현재 이 회사가 본업으로는 돈을 벌지 못하고 있지만 주주들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는 뜻이다.



◇ 유증으로 자본 쌓아 다시 무증 재원으로 활용 ‘꼼수’


지금 쌓여있는 자본잉여금의 성격도 문제다.

카나리아바이오는 지난해에만 총 7차례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며 자본잉여금을 쌓았다. 3자배정 방식으로 진행된 유증에서 1차부터 5차까지는 기존 현대사료 주주들이 참여했으며 6차와 7차는 카나리아바이오그룹 계열사인 세종메디칼이 참여했다.

유증으로 들어온 자금은 총 968억원으로 이중 99억원을 제외하면 모두 운영자금으로 쓰겠다고 사용목적을 밝힌 돈이다. .

하지만 운영자금이 아니라 무상증자 재원으로 쓰겠다고 나서면서 결국 주가부양용이 된 셈이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회사에 유입된 자금을 향후 회사의 모멘텀이 될 수 있는 곳에 투입해야 한다. 당초 현대사료가 카나리아바이오그룹에 인수될 때 주주들이 기대한 것도 바이오 사업을 영위해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 주주들의 희망 오레고보맙…3상이라면서 투자는 ‘찔끔’


현재 주주들의 희망은 회사가 권리를 보유하고 3상에 착수 중이라는 난소암 치료제 ‘오레고보맙’이 유일하다. 바이오사업의 특성 상 큰 폭의 개발비 지출 등으로 초기 적자는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현재 회사 카나리아바이오 측은 실제 오레고보맙에 대한 투자 규모가 극히 적다. 지난해 카나리아바이오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가 오레고보맙 등 바이오사업에 지출한 연구개발비는 1년동안 2억원에 불과하다. 올해 1분기에는 6000여만원을 쓰는데 그쳤다.

최근 신약 개발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중견 제약사 JW중외제약의 경우 지난해 611억원이 넘는 돈을 연구개발비로 지출했다. 올해는 1분기에만 200억원이 넘는 돈을 약품 개발에 사용했다. JW중외제약의 시가총액은 카나리아바이오의 절반 수준이다.

국내에서 가장 신약개발에 앞장선다는 평가를 받는 한미약품은 지난해 1779억원이 넘는 개발비를 지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에 ‘이 씨’를 검거한 검찰도 "바이오사업은 선량한 일반투자자들을 기망하기 위해 외적으로 구색만 맞출 뿐, 실제로 지속적인 바이오사업을 위한 인적·물적 인프라 등 능력과 의사는 전무했다"고 밝혔다.



◇ 전환권행사가 핵심… 기존 주주, 지분 희석 불가피


이번 무상증자의 진짜 의도는 증자공시와 함께 나온 전환청구권 행사 공시와 신주인수권 행사 공시를 분석하면 파악할 수 있다.

12일 카나리아바이오는 전환사채(CB) 전환청구권 행사 공시와 신주인수권 행사 공시를 냈다. 각각 536만주씩 총 1073만주의 신주를 새로 찍어내 청구권자에게 주게 된다. 청구권자는 또 과거 현대사료 측이다.

전환가액은 3727원으로 12일 기준 2만3000원대를 기록한 주가를 생각하면 7배가량의 수익이 가능한 상황이다.

신주가 상장하는 날짜는 오는 26일이다. 다음날은 바로 무상증자에 따른 신주배정 기준일이다. 현 주가보다 7배 낮은 가격에 주식을 3자배정해 발행하고 곧바로 무증에 참여시킨다.

무증이 실행되면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들고 있던 주식이 늘어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결국 전환청구권을 행사한 주주들의 지분이 들어와 희석되기 때문에 실제로는 들고 있는 주식의 가치는 더 떨어진다. 게다가 전환청구권을 행사한 주주들은 지금 가격보다 7배나 저렴한 가격에 주식을 받는다.

CB를 행사한 측은 무상증자 직후 신주 1070만주와 무상증자에 따른 신주 2140만주를 받아 약 20%의 지분을 확보한다.

만약 이들이 무상증자에 따른 권리락 후 주가가 싸보이는 착시현상에 따라 주가가 오르면 그 타이밍에 주식을 팔아 큰 폭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런 타이밍을 기다리지 않아도 이미 7배 이익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기존 개인 주주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런 주식을 살펴보면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떠오른다"며 "얼핏 무상증자는 호재 같지만 전체적인 상황을 분석하면 주주들에게 좋을 것이 없는 이슈"라고 말했다.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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