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순살자이'·'통뼈캐슬’이 웬 말인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7.20 08:41

박지훈 비욘드법률사무소 대표

박지훈변호사프로필사진

▲박지훈 비욘드법률사무소 대표

최근 신축아파트에 대한 부실시공 논란이 거세다. 설계도면에서 규정된 철근을 빼고 시공했다는 ‘순살자이’, 폭우 속에서 콘크리트를 타설했다는 ‘물갈비자이’, 비로 누수와 침수됐다는 ‘침수자이’와 ‘흐르지오’, 철근 다발이 외벽을 뚫고 나왔다는 ‘통뼈캐슬’ 등 웃픈 신조어가 난무한다. 이들 아파트는 모두 신축 중이거나 지어진 지 3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신축아파트라는 점에서 더욱 놀랍다. 특히 ‘순살자이’의 사례는 시공과정에서 부실이 드러났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 상태로 입주가 진행된 후에 이런 사태가 빚어졌다고 생각하면 정말 끔찍하다.

2000년 이후 최근 몇 년 새 아파트분양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고환율과 고금리에 이은 우크라이나 전쟁발 원자재가격이 크게 뛰면서다. 특히 시멘트와 철근가격이 종전보다 50%이상 오르자 시공사들은 이미 계약한 공사단가로는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고 급기야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시행사(조합 등)와의 분쟁이 분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한 자구책으로 시공사들은 공사원가를 낮추는 방법으로 손해를 보전하고자 철근을 빼돌리거나,콘크리트를 묽게 타설한 것이 이 같은 부실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얘기 마저 나돈다.

지난해 1월 시공 중이던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사고 후 국토교통부는 공공공사에만 적용해 온 표준시방서의 민간공사까지 확대, 감리의 공사중지 명령 의무화로 감리 내실화, 국토안전관리원에 대해 현장점검과 지도권한 부여, 부실시공에 대한 무관용의 원칙 대응 등을 골자로 한 부실시공 근절방안을 내놨다. 그런데도 이를 비웃듯이 건설현장에서는 순살자이, 물갈비자이, 통뼈캐슬 등 부실시공 이슈가 끊이지 않고 있으니 말문이 막힌다. 더구나 국토부가 GS건설의 시공 사업장 83곳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는 가운데 조사완료된 14곳 중 12곳에서 모두 48건의 안전문제 또는 시공불량이 지적되며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우리는 이미 삼풍백화점,성수대교에 이어 광주 화정 아이파크 등의 붕괴사고로 많은 희생을 치렀다. 그리고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사고책임자의 처벌과 반성, 부실시공 근절방안 발표를 되풀이해 왔다. 그러나 똑 같은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이는 시공사,감리,주무관청 등의 현장관리 소홀이 1차적인 책임이지만 필자는 이 보다 더 근본적으로 낙후된 시공자 선정 및 수주 방식과 건설현장에 뿌리 박힌 비정상적인 하도급 문화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시공사는 공사를 따내기 위해 무조건 낮은 가격에 더 나은 조건으로 조합원들을 현혹하며 출혈수주에 나서고 공사를 따낸 뒤에는 낮은 단가의 공사대금을 맞추고 이익까지 만들어내기 위해 하도급 가격을 후려친다. 이렇게 해서 공사를 받은 하수급업체는 인건비를 낮추거나 철근 등 자재를 빼먹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공사를 하다보니 부실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니 제대로 된 공사가 이뤄질 수 없고 앞으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당국은 더 일이 커지기 전에 근본적인 ‘약방문’을 내야 한다. 바로 제값주고 제대로 공사하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일이다. 현재의 부실시공 근본문제가 시공사 선정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시공사 선정관행을 확 뜯어고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민간시행 공동주택도 정부가 표준공사비를 공시하고 적정공금액으로 입찰을 유도할 것을 제안한다. 이 표준공사비를 기준으로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한 시공사에 대해서는 이에 대한 보증과 향후 책임을 부담하도록 하는 서류 및 검토자료 등을 제출하도록 해 적정한 단가로 입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공동주택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하도급을 금지해 시공사가 책임시공을 하도록 해야 한다. 다만 예외적으로 특수한 기술이 필요하거나 부득이한 사유만으로 한정해 하도급을 허용하는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 시공과정에서의 감리감독을 철저히 하고 시공사의 법 위반과 부실시공 등에 대해서는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리고 자이아파트 사례에서 드러났듯이 최근 3년 전부터 공사가 진행 중이거나 신축 아파트에 대한 부실시공 여부에 대한 전수조사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당국은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말을 되새길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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