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 "'설계오류' 광의적 표현…'구조설계 오류다'" 지적
건축구조기술사 “건축사, 권한만 갖고 책임은 떠넘겨”
결국 건축사·구조기술사·감리·시공사 모두 책임 나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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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검단 AA13-2BL 아파트 건설공사 붕괴사고를 두고 건축사와 건축구조기술사가 책임 공방전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해당 지하주차장 지붕층 슬래브 일부가 붕괴되는 사고 발생 현장. 사진제공=제보자, 에너지경제신문DB |
[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 기자]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주차장 붕괴사고를 두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GS건설이 책임 공방전을 벌이다가 양측 모두 책임으로 판결났지만 건축분야에서는 여전히 ‘네 탓’ 공방전이 한창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건축사 분야에선 ‘구조설계 오류’를 ‘설계오류’라고 했는데 엄연히 다른 영역이라고 강조했고, 구조안전 분야에선 ‘구조설계’는 ‘설계’의 하위개념이기에 따로 떼어놓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앞서 건축사를 대표하는 대한건축사협회는 구조계산을 한 건축구조기술사사무소의 ‘구조계산 및 구조계획 오류’를 두고 사고조사위원회가 ‘설계오류’라는 광의적 표현을 써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 원인인 현장의 구조계산서와 구조도면은 모두 구조기술사 사무소가 직접 작성한 것이고, 전단보강근(철근) 누락 역시 구조기술사사무소의 구조계산 오류가 일차적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협회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현장의 구조계산서와 구조도면 모두 구조기술사 사무소가 직접 작성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붕괴의 주요 원인인 전단보강근 누락 역시 구조기술사사무소의 구조계산 오류가 그 일차적 원인이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구조계산을 전문으로 하는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에서는 "구조기술사는 건축사의 하청 개념이기에 건축사의 설계를 통한 구조계산을 하고 있어 포괄적으로 건축사 잘못"이라고 반박하는 실정이다.
건축구조기술사회는 "건축사들은 모든 ‘설계’는 건축사만 할 수 있다는 법조항으로 모든 권한을 가지고 설계 용역을 수주하고 있다"며 "특히 ‘구조설계’라는 용어도 쓰지 못하게 하면서 사고가 날 때만 구조기술사를 설계자라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난 2014년 적설하중에 의해 무너진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사고 재판과정에서도 트러스트 구조물(PEB : 외측 철골조로 하중 모두를 지지하는 구조물)과 같은 특수 구조는 건축사가 설계할 수 없다며 책임을 면하려 했지만, 결국 건축 설계자가 선고를 받은 예를 들었다.
이는 즉 건축사의 독점적 법 지위 및 계약 관계의 ‘갑’으로서 을인 건축구조기술사에게 하청을 주며 결정한 용역 금액과 기간이 용역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적 요소이기에 건축사의 책임이란 주장이다.
이와 관련 양측은 각자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건축사협회는 건축물 붕괴사고 때마다 조사위원회에 건축사는 배제한 채 기술사 위주로 구성하는 정부의 대책을 꼬집었다.
반면 건축구조기술사회는 ‘건축법’과 ‘건축사법’에서 건축사만이 설계와 감리를 하도록 한 독점적이고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벗어난 조항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축 전문분야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건축사의 불합리한 법적 지위와 계약관계에서 벗어나 각자의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를 두고 설계와 감리를 동시에 진행하는 감리 A씨는 "이번 인천 검단아파트 현장 도면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 봤다"며 "정상적인 건축사가 그 도면을 봤다면 분명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을 텐데 건축사든, 구조기술사든, 감리든, CM(건설사업자)이든, 시공사든 누구도 이를 지적하지 않아 모두의 잘못임을 인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jh123@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