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킬러 규제' 개선,제대로 하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7.25 09:48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제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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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제도팀장


올해 6월 1일 대법원은 신 개념 운송 플랫폼 ‘타다’의 전 경영진에 대해 무죄를 최종 선고했다. 2019년 2월 택시업계가 타다 경영진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하면서 시작된 소송이 4년 만에 끝이 났다. 타다는 사업을 시작할 당시 ‘11~15인승 승합차 기사를 알선하는 운송서비스는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정부의 법령해석에 따라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시작했다. 필자는 업계 지인으로부터 사업자가 3차례에 걸쳐 정부의 법령해석을 받은 것으로 전해 들었다. 그 때마다 사업에 문제가 없다는 정부의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서비스가 시작되자 고객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가격은 비싸지만 기존 택시와는 다른 차별적인 서비스 제공과 이용의 편의성이 부각되며 이용하는 승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이에 위기를 느낀 기존 택시업계는 강력 반발했다. 여러 명의 택시기사가 분신하는 등 사회적 갈등이 극에 달했다. 결국 정치권은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금지하는 ‘타다 금지법’을 만들었다.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정치권이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은 일견 수긍이 간다. 하지만 혁신의 싹을 잘라버렸다는 부정적 평가는 피할 수 없게됐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은 타다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 할 수 있도록 제도권으로 편입했지만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이다. 과거 영국에서 자동차가 등장하면서 실직위기에 처한 마부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붉은 깃발법이 오늘의 대한민국에서 환생한 느낌이다. 신 산업이 나타나면서 사회적인 갈등을 일으킨 사례는 많다. 우버, 에어비엔비, 로톡, 강남언니 등도 기존 사업자와의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 산업 출현이 어려운 것은 비단 기존 사업자의 반발 뿐만이 아니다. 규제로 시작조차 못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원격진료이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원격진료가 허용되면서 대면진료가 어려운 환자들이 큰 혜택을 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2020년 2월 정부가 원격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할 당시 2만4727명에 불과하던 원격 진료 환자 수는 1년 뒤인 2021년 1월 159만2651명으로 늘었고 2022년 1월 기준으로는 누적 352만 3451명에 이른다. 덩달아 굿닥, Dr. Call 등 원격진료 플랫폼 이용자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원격진료가 전면 허용되면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끝나자 원격진료는 다시 불법이 됐다. 정부는 비대면 진료를 시범사업으로 운영하며 제도화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제도화가 언제 이루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많은 신기술 제품들이 인증절차가 없다는 이유로 또는 기존 제품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인증을 받지 못해 공공조달에 참여할 수 없거나 제품의 출시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령의 개정도 필요하지만 담당 공무원의 적극적인 규제개혁 의지 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정부는 공무원의 규제개혁을 장려하기 위해 ‘적극행정’이라는 제도를 두고 있다. 적극행정은 ‘공무원이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는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창의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행위’로 정의된다. 규제개혁 추진 중에 발생할 수 있는 규정위반시 책임을 면해주고 성과를 낸 공무원에 대해서는 포상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적극행정 도입에도 여전히 보수적인 공직사회의 분위기상 미흡하다는 평가가 많다. 공무원들조차 적극행정이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업을 한다는 것, 특히 신 산업을 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아무리 기술과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있어도 기존 사업자의 반발, 규제, 행정절차 등 수많은 난관을 극복해야만 한다. 이러한 문제를 고치지 않으면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은 요원해진다. 정부는 기업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자 킬러규제 개선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시의적절하고 환영할 만한 조치다. 다만 용두사미가 되지 않기를….
정훈식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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