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빈곤층 사회적 약자 포용을 위한 에너지복지
이상고온·홍수로 에너지가격 폭등…전기 끊긴 빈곤층 1년새 2배↑
에너지바우처 '땜질처방' 지적…“기후대책에 불평등·노약자 반영"
▲7월 17일 오후 경북 예천군 감천면 진평2리 산사태 현장에서 한 주민이 다가오는 비구름을 바라보고 있다. 이날 오후 예천군은 집중호우가 내리는 일부 지역에 대해 안전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연합 |
기후 변화로 지구촌 곳곳에 집중호우와 이상고온, 잦은 대형산불이 빈발하면서 인류를 포함한 자연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국(NOAA)에 따르면, 올해 6월 세계 평균 기온은 16.55℃로 역대 관측상 가장 더운 6월로 기록됐고, 7월 들어 지난 3~5일 지구 평균 온도가 사흘연속 17℃를 웃돌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같은 이상기온과 재해는 자연생태계를 교란해 곡물 및 에너지 수급에 악영향을 끼쳐 관련 식품과 제품 가격의 폭등을 야기시키고 있다. 특히, 에너지 가격의 상승은 사회 빈곤층에 직접 피해를 입힌다. 전기·가스 등 구매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생존권마저 위협받는 ‘에너지 소외’로 국민행복권과 사회안전망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에너지 빈곤층 등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기 위한 에너지 복지의 중요성을 환기시키기 위해 국내외 관련 정책과 전문가 제언을 집중 소개한다. <편집자 주>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자연은 공평하지 않다. 그러나 에너지는 공평해야 한다.’
한화그룹이 지난 5월 공개한 ‘최적의 에너지 솔루션편’ 광고에 삽입된 문구 중 하나다. 해당 영상은 각 국가와 지역마다 바람·일조량 등 자연의 상황은 다르지만, 에너지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제공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기후변화로 전 세계가 폭염 등 재해에 시달리면서 자칫 빈부 차이로 에너지 복지 양극화가 초래되는 막고, 에너지를 공평하게 누려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우리나라의 에너지 빈곤층을 어떻게 정의할 지는 전문가들마다 의견이 갈린다. 아직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한 정의는 물론 명확한 통계도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통상 에너지 빈곤층을 에너지 구매비용이 전체 소득의 10%를 넘는 가구로 정의하고 있지만, 해당 통계에는 에너지 과소비 가구도 포함될 수 있어 적절한 표현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작년 11월∼올해 2월 겨울기간 에너지 빈곤층 5만3700여명…1년새 2.3배 급증
문제는 여러 자료들을 종합해 보면, 기후변화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에너지 빈곤층의 고통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 신영대 의원이 한국사회보장정보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에너지 취약계층 발굴 현황에 따르면 작년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에너지 취약계층은 5만3753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2021년 11월~2022년 2월) 2만3518명보다 129% 많다. 항목별로 보면 올 겨울 기준 전기료를 납부하지 못한 체납자가 4만1052명으로 가장 많았고, 가스나 전기가 끊긴 단가스 및 단전 사례도 각각 8324명, 4377명이었다.
박광수 에너지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은 "현재도 많은 사람들이 에너지 지출이 전체 소득에서 10%가 넘는 가구를 에너지 빈곤층이라고 정의하지만, 통계의 오류가 있기 때문에 보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정의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명예위원은 "에너지 빈곤층의 통계를 내리기 위해서는 소득 수준, 적절한 에너지 소비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등을 종합해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나 이상 고온, 집중호우, 기록적인 한파 등 이상 기후가 극심해지고,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까지 맞물리면서 이른바 지·옥·고(지하, 옥탑방, 고시원)로 불리는 곳에 사는 주거 취약계층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에너지 빈곤층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계절은 대체로 여름보다는 겨울이다. 가스요금 인상, 겨울철 난방 수요 급증으로 난방비 부담이 가중되는데다 겨울철에는 계절 요인으로 저소득층의 소득이 급감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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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들이 지난해 10월 경기도 고양시 소재 경로당을 방문해 고효율의 냉·난방 단열·창호 시공 지원 현장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
◇ 잠재적 빈곤층 차상위계층, 에너지바우처 미적용 가구에 에너지복지 ‘미흡’
정부는 에너지 빈곤층의 부담을 덜기 위해 각종 대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이것이 실제 현장에 온전히 적용되고, 빈곤층의 부담 경감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아직 손볼 게 많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정부는 올해 1월 난방비 급등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난방비 절감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잠재적 빈곤층인 차상위계층은 물론 에너지바우처를 받지 못하는 가구에 대한 지원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정부는 사각지대를 막기 위한 추가적인 대책을 발표했는데, 이를 두고도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판이 들끓었다.
에너지 복지가 더욱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곧 기후변화에 대응력을 높이는 것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권호장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올해 6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을 통해 발간한 ‘나를 위협하는 기후위기,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 보고서에서 "기후 위기는 전 세계적인 위기이지만 건강 피해가 균등하게 분포하지 않고, 한 나라에서도 피해는 균등하게 분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폭염이 왔을 때 야외 노동을 해야 하는 사람, 에어컨이 없거나, 있더라도 전기료를 부담할 수 없는 사람, 노약자나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훨씬 더 큰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여기에 개인 특성 외에도 지리적 위치(해안 또는 분지), 보건의료 접근성, 사회기반 시설, 지역사회 대응 능력 등에 따라 기상이변에 따른 피해는 증폭하기도, 완화되기도 한다고 진단했다.
권 교수는 "따라서 기후변화 적응 대책을 수립할 때에는 지역사회의 취약성을 평가해 낮춰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회적 불평등 해소, 지역균형 발전, 노약자 배려 등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곧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 능력을 높이는 것과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ys106@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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