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분양가 폭등 우려 커진다…이유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7.30 14:02

시멘트 가격 2년 간 60%↑…내년 ZEB 인증 의무화 ‘실행’



건설 업계 "시멘트는 건물 주재료…분양가에 지대한 영향"



시멘트 업계 "시멘트 가격 인상 없을 때도 분양가는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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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가격 인상과 ZEB 인증 의무화로 인해 아파트 분양가의 추가 폭등이 임박했다는 의견이 나온 가운데 건설업계와 시멘트업계가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에너지경제신문 김다니엘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김다니엘 기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시멘트 가격 인상과 더불어 내년부터 30가구 이상 민간 분양·분양임대 아파트에 ‘제로에너지건축물(ZEB·Zero Energy Building)’ 인증이 의무화 되면서 분양가 폭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금리가 올해 말 고점을 찍으면서 올 한해 연기됐던 분양이 내년 본격화되면 이 같은 상승 요인들이 수요자들에게 아파트 매수에 있어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연면적 1000㎡ 이상인 민간 건축물이나 30가구 이상 민간 아파트에 ZEB 인증을 의무화하며 사업계획 승인을 새로 신청하는 모든 민간 아파트는 적용 대상에 올라간다.

정부는 2020년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기준 대비 40% 감축하기로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총 탄소 배출량의 4분의 1가량은 건축물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ZEB 인증 의무화는 내년 업계에 불가피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더해 최근 시멘트 업계에서 가격 줄인상을 예고하면서 내년 분양가 상승에 대한 가능성은 더욱 높아져만 가고 있다.

한일시멘트와 한일·현대시멘트는 오는 9월부터 시멘트 가격을 톤(t)당 10만5000원에서 11만8400원으로 12.8% 올린다고 밝혔다. 앞서 쌍용C&E와 성신양회는 이달부터 시멘트 가격을 t당 각각 11만9600원, 12만원으로 14.1%, 14.3% 인상한 바 있다.

해당 업체들이 일제히 가격을 올리면서 향후 삼표시멘트, 아세아시멘트, 한라시멘트 등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t당 시멘트 가격은 2021년 7만5000원 수준에서 최근 12만원 선으로 인상되면서 2년간 약 60%나 급등했다.

이러한 상황의 가장 큰 문제로 꼽히고 있는 것은 분양가 인상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에 따르면 ZEB 시행 시 공동주택의 경우 표준건축비가 상한가격 대비 4∼8%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건산연은 지난 26일 발표한 ‘시멘트 가격 불안정이 공사 재료비에 미치는 파급효과’ 보고서에서 시멘트 가격이 10% 인상될 경우 100억원 규모 공사 기준으로 주거용 건물(주택)은 6800만원의 재료비가 추가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는 시멘트 가격 상승 이외의 다른 자재 가격 변화 및 노무비, 경비 변동 등은 고려하지 않은 분석 결과다.

이처럼 시멘트 가격 인상과 ZEB 인증 의무화로 인해 향후 분양가 폭등이 예상되는 가운데, 시멘트 가격 변동이 분양가 상승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건설업계와 시멘트업계의 의견이 갈리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건설업계는 ZEB 인증 의무화 및 시멘트 가격 인상이 분양가 인상에 미칠 영향은 명약관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ZEB 인증을 획득하기 위한 기술들을 신축 아파트에 적용한다면 어쩔 수 없이 단가 및 분양가가 올라갈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시멘트는 콘크리트의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원재료이기 때문에 영향이 없을 수 없다"며 "시멘트는 건물의 주재료이기 때문에 가격 변동이 분양가에 끼치는 영향은 지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시멘트업계는 시멘트 가격이 분양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과 시멘트 가격 동결 기간에도 분양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가격 인상이 분양가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건산연 보고서는 포장시멘트를 기준으로 삼고 있지만 이는 전체 시멘트 출하량의 3%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어떤 가격 책정 방식을 사용했는지 모르겠지만 시멘트 가격에도 오류가 있다"며 건산연 보고서를 일갈했다.

그는 이어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시멘트 가격은 동결돼 있었지만 분양가는 두 배 가량 상승했다"며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으로 시멘트 가격이 분양가에 끼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시멘트 가격이 14% 오를 경우 한 가구 당 분양가 인상 비용은 약 30만원 쯤으로, 약 0.0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daniel111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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