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원 S&P Global 상무/거시경제 및 국가리스크 한국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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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원 S&P Global 상무/거시경제 및 국가리스크 한국 총괄 |
7월 중순 집중호우로 사망자와 실종자 등 70명에 가까운 인명피해가 났다. 예측을 넘어서는 극한호우가 인명 피해를 키웠다. 이는 우리나라에 국한된 상황이 아니다. 전 세계가 극단적인 기상 현상으로 신음하고 있다. 갑작스런 강우가 한정된 시간에 집중되다 보니 돌발 홍수와 산사태가 상시화되는 상황이다. 집중 호우와 같은 개별 기상 현상과 기후 변화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 관계를 정확히 단정 짓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지만 기후 변화가 게릴라성 폭우와 같은 극한의 강우 현상의 빈도와 강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시사하는 과학적 증거가 많다.
기후 변화는 지구 표면의 대기 및 해양에서의 물의 증발→구름→강수→지표수화→다시 증발이라는 물 순환에 영향을 미친다. 온실 가스 배출 증가로 인한 지구 대기의 온난화는 폭우 발생에 기여하는 몇 가지 주요 요인으로 이어진다. 첫 번째는 대기 수분 증가다. 기온이 높아지면 바다, 강, 지표면에서 물의 증발이 가속화돼 대기의 수분 양이 증가한다. 이렇게 늘어난 수분 함량은 강렬한 강우 호우의 연료가 된다.
두번째는 대기 순환 패턴의 변화다. 기후 변화는 제트 기류 및 몬순 시스템과 같은 대규모 대기 순환 패턴을 변화 시킨다. 이러한 변화는 극한 강우 현상의 발달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내곤 한다. 결국 인류가 만들어낸 온실 가스의 증가와 기후변화는 매년 적지 않은 인명피해 뿐만 아니라 우리 전체의 생존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기후변화와 관련해 가장 위기감과 좌절감을 주는 사실 중 하나는 초기에 행동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한 행동을 취하지 않은 상태로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지구 온난화를 관리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탄소감축량은 급증한다. 결국 기후변화는 우리에게 기후위기라는 재앙으로 돌아왔다. 이는 21세기 인류가 직면한 환경적 도전이다.
우리는 기후변화 대책의 시급성을 몸으로 더 느껴야 한다. 가장 빠른 산업화 국가로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기후변화를 일으킨 선진국 중에 우리나라도 포함돼 있다. 이번 여름의 극한호우와 이로 인한 피해는 우리가 야기한 기후 변화와의 큰 연관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해 나가야 하는 책무가 있다. 이제는 상황 개선을 위해 실제적인 행동으로 옮겨야 할 시점이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행동은 너나 할 것 없이 정부,기업,개인 등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연구 및 대응 전략과 전술을 업데이트하고 그에 맞춰 온실 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에 높은 수준의 ESG 활동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감시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더불어 범 국가적 노력과 기업들의 ESG 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도록 개인(소비자)는 그린 컨슈머(Green Consumer) 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전 세계에서 진행되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캠페인에도 적극 나서고 선진적인 환경단체에 후원금을 보내는 방법도 있다.
해변을 걸으며 해양쓰레기를 줍고, 산악 모임에선 타인이 버려진 쓰레기를 수거하는 한편 야생동물에게 물을 주는 등 이른바 ‘플로깅’의 생활화도 필요하다. 더 적극적 활동을 위해 노벨상 후보였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좋은 롤모델이 될 수 있다. 기후 변화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행동 선택권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급격한 기후 변화로 인해 평균 기온이 올라가고, 빙하가 녹으며 해수면이 점점 높아져 육지가 사라질 것이라는 과거의 ‘괴담’이 지금 코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기후변화와 기상재해는 인류 모두에게 그 책임을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