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무량판 구조 민간아파트 293개 단지 전수조사 착수
LH발주 공사에서도 철근 누락 적발돼…민간 더 심각할 것
"반복되는 부실시공, 건설산업 ‘이권 카르텔’ 혁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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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발주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로 인해 민간아파트로 전수조사가 확대되는 분위기에서 건설업계가 긴장을 하고 있다. 사진은 지하주차장 지붕 구조물이 붕괴된 인천 아파트 공사 현장.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 기자] 해외 사우디아라비아 등 국가에서 굵직한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K-건설 위상을 뽐내고 있지만, 정작 이보다 기술력이 덜 요구되는 주택건설 현장에서 부실시공이 지속 발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월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에 이어 올해 4월 인천 검단신도시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까지 국내 상위 10대 대형건설사에서 이같은 사고가 발생하다 보니 국민 신뢰가 무너지는 실정이다.
결국 이른바 ‘LH 순살 아파트’ 사태와 관련 국토교통부가 민간 아파트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하기로 해 건설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 민간아파트 전수조사 예고…대형사도 긴장감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이후 국내 건설사 상당수가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주차장에 적용됐던 무량판 구조 공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철근 누락’ 전수조사에 나서기로 한 민간아파트 293개 단지에서 무량판 구조가 지하 주차장뿐 아니라 주거동에도 적용돼 국토부는 결국 조사대상을 민간아파트로까지 확대한 것이다.
관련업계에선 불똥이 어디로 튈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 31일 정부가 공개한 ‘LH 무량판 구조 조사결과 브리핑’을 보면 당시 대림건설(현 DL건설)을 포함해 대보건설, 한라(현 HL디앤아이한라), 동문건설, 삼환기업, 이수건설 등 굵직한 건설사들이 시공한 곳에서 철근 누락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건설사에 비상이 걸렸다. 각 건설사들은 무량판 구조로 시공한 곳들에 대해 긴급 점검에 들어가거나 필요한 부분은 보강까지 검토하는 분위기다. 업계 일각에서는 부동산 경기가 바닥을 찍고 서서히 살아나는 분위기에서 철근 누락 전수조사가 이뤄지면 건설업계 전반이 불신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동안 주택 시장이 부진하면서 업황이 어려운데 이번 사태로 국민적 불신이 증폭될 경우 분양 시장이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지하주차장은 본래 ‘보’가 있는 라멘구조로 지었다가 지난 정권 당시 LH와 일부 대형사에서 무량판 구조에 대해 홍보해 반짝 흥했던 적이 있었다"며 "그러나 당시에 철근이 너무 많이 들어가다 보니 다시 라멘으로 넘어가는 추세에서 이같은 상황이 번져 안타깝다"고 전했다.
◇ 반복 부실시공, 이권 카르텔 혁파 요구
이는 비단 건설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LH 철근 누락 사태에는 대부분이 설계단계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또한 설계나 시공의 부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최종 점검이라고 할 수 있는 감리에서마저 이를 잡아내지 못했다는 비난은 건설산업 전체가 비난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게다가 몇몇 단지는 LH가 직접 감리로 나서 감독한 곳도 문제가 있었다.
건축사사무소 한 설계사는 "검단아파트의 말도 안 되는 설계도면을 봤는데 아무래도 팀장급이나 직원에게 설계도면 검수를 시킨 것 같다"며 "정상적인 건축사가 그 도면을 봤다면 분명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을 테지만, 결국 이를 확인하지 못한 모두의 잘못이다"고 지적했다.
LH 관계자는 "철근 누락이 확인된 15개 단지 중 LH가 직접 감리를 맡은 단지의 철근 누락 정도가 타 단지 대비 상대적 경미한 수준이긴 했으나 업무 수행과정에서 부실시공 여부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점 깊이 사죄드린다"며 "입주민 피해가 없도록 조속한 시일 내에 보강공사를 완료하고 부실시공의 원인도 철저히 조사해 재발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후진국형 안전사고’를 두고 건설현장에서 지켜야 할 기본 원칙이 무너진 탓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설계부터 시공, 감리까지 공사 단계마다 지켜야 할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붕괴 사고라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LH 철근 사태를 두고 불법 재하도급 관행이나 설계도면 등에 대한 해석 오류 등 전문성 부족, 비용 절감을 위한 날림 공사 등 잠재된 문제가 이제야 곪아터졌다는 입장이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건설현장 안전사고와 품질사고는 보통 기본에서 벗어나 있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이기에 원점에서 다시 기본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원점에서 바라보다 보면 기존에 굳건하게 형성돼 있던 이권 카르텔 영역을 침범하게 되는데 이를 혁파할 수 있도록 모두가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kjh123@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