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전력수급, 역대급 폭염에도 '안정' 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8.02 16:15

전력 예비율, 장마 이후 폭염 이어지는 상황서도 대부분 매일 20% 웃돌아
올 7월 한 자리 수 '0'로 비상상황 안 생겨…하루 최대전력도 작년 못미쳐
20% 밑돈 날 7일 그쳐…작년 동기 20일에 한 자리수 날 이틀 기록과 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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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이어지며 전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지난달 3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한국전력공사 경기지역본부 전력관리처 계통운영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전력수급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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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전력거래소.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올 여름 전력수급이 역대급 폭염에도 예년과 달리 큰 문제를 나타내지 않고 있다.

다만 산업현장의 휴가 기간이 끝나 일제 업무에 복귀하는 다음주 전력수급이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올 여름엔 전력의 수급상태가 어느 정도인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전력 예비율이 대부분 20%를 넘었다.

전력 예비율은 예비전력 (공급능력-최대수요)을 전력 최대수로 나눠 산출한다.

전력예비율이 지난달 20%를 밑돈 날은 7일에 그쳤고 최저 예비율은 17%를 나타냈다.

반면 지난해 7월엔 예비율이 20% 아래를 나타낸 날은 무려 올해의 두 배를 넘는 20차례나 됐고 그 중 이틀(7월 5∼6일)은 한 자리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예년 같으면 이미 7월 초순부터 폭염이 오면 전력 예비율이 한 자리로 뚝 떨어져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하루 중 최대 전력수요도 오히려 지난해보다 늘어나지 않고 있다.

올 여름 전력수급이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원자력발전과 비계량 태양광이 대폭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됐다.

전날 최대 전력수요는 8만 2962메가와트(MW)를 기록했다. 예비율은 23%였다. 7월 최대전력수요도 8만 7033MW에 그쳤다. 지난해 8월 8만 9263MW, 7월 9만 2990MW에 한 참 못 미치는 수치다.

심현보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장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7월 말과 8월 초 휴가철 영향도 있고 올해 원전 2.8기가와트(GW)가 추가된데다 폭염에도 화창한 날씨로 전력시장 밖 비계량 태양광 발전량이 급증해 최대 전력수요 줄어든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난 1일 전력시장 내 최대 전력수요 시간대는 20시였는데 이는 비계량 태양광 등 전력시장 외 전력 생산량이 늘어나 피크시간대가 옮겨진 것"이라며 "원래 최대 전력수요 시간대는 15시로 총 수요는 8만 8428MW인데 이 시간대에 비계량 태양광 1만 5508MW가 발전돼 전력시장 집계 수요를 잡아먹으면서 전력시장 내 최대 수요 집계에는 7만 7364MW가 찍혔다"고 덧붙였다.

비계량 태양광발전은 한전 직접전력구매(PPA)와 자가용 등으로 태양광 발전량과 전력소비가 집중되는 낮시간 실제 총수요를 상쇄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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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전력거래소.



산업통상자원부는 하계전력수급대책 발표 당시 올 여름 최대전력수요 발생 시기로 8월 2주 9만 2700MW로 전망했다. 전력당국은 이 시기에도 안정적 전력공급을 자신하고 있다.

심 센터장은 "지난해 7월 7일 최대 전력수요 9만 2990만MW를 기록한 것은 태풍이 오면서 서울은 덥고 태양광 발전기가 많은 남부지방은 비가오고 흐린 날씨로 태양광 발전량이 없었던 영향이 컸다"며 "그런데 지금은 날씨가 덥지만 태양광 발전량도 잘 나오고 있어서 최대 수요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8월 최대 수요로 9만 2000∼9만 3000MW를 예상하고 있다. 중앙전력관제센터 기상박사들이 전망을 하고 있는데 그 이상으로 수요가 올라갈 것 같지는 않다. 다만 한빛2호기 고장과 지금 올라오고 있는 태풍 ‘카눈’이 얼마나 커질지, 태양광을 얼마나 가릴지가 변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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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정부는 올여름 전력 최대 공급 능력이 역대 최고 수준인 106.4GW에 달해 한여름 전력 공급이 수월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다만 현재 공급능력은 103.8GW로 2.6GW 감소했다. 약 1GW 설비용량의 한빛 2호기가 지난달 24일 고장 파급방지장치 개량 시험 중 갑자기 정지된 뒤 가동이 중단된데다 양산 열병합 발전소의 상업운전이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기존 전망보다 공급 능력이 줄었다.

정부는 공급 능력이 다소 감소했지만 예비력이 여전히 6∼11.3GW 수준이어서 전력 수요가 최고조에 달하는 다음 주에도 전력 수급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날씨 등 변수로 최대 전력 수요가 ‘상향 전망’을 넘는 상황이 벌어지거나, 한반도 쪽으로 이동 중인 태풍 카눈 여파로 일부 발전 설비가 고장나는 상황을 가정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등 안정적 전력 공급에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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