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미래 모빌리티, 파운드리에게 물어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8.23 09:37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김필수자동차연구소 소장

2023082401001280700061701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김필수자동차연구소 소장

요즘 모빌리티 시장에서 전기차가 대세다. 최근 뉴스만 봐도 내연기관차 얘기는 한 줄도 없고 전기차·수소차 얘기뿐이다. 전기차를 구성하는 배터리 ·차량용 반도체·배터리 리사이클링·자율주행·커넥티드카·인공지능을 포함한 알고리즘 구현 등이 단골 키워드다. 부품중심으로 이뤄지는 이전과 달리 미래 모빌리티는 융합이 화두다. 단순한 운송수단을 넘어 ‘움직이는 생활공간’, ‘움직이는 가전제품’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미래모빌리티 시장의 최종 승자는 누구냐에도 관심이 쏠린다. 물론 당분간은 기존의 완성차업계가 시장을 주도할 것이다. 여기에 차량용 반도체 기업과 라이더 센서 등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하는 하드웨어업체 등이 가세할 것이다. 그러나 내연자동차와 같이 하나의 영역으로 모두를 지배할 수 있는 시대는 물건너 갔다는 점은 분명하다. 결국 피라미드의 꼭지점은 인공지능(AI)를 포함한 알고리즘 기업이 미래모빌리티 시장을 주도할 것이다. 주도권이 기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넘어가는 것이다.

미래모빌리티 시장의 주도권 싸움은 미국과 중국,이른바 G2간에 펼쳐지고 있다. 바로 GAFA(구글, 아마존닷컴, 페이스북, 애플)와 BATH(바이두, 일리바바, 텐젠트, 화웨이)간의 대결이다. 미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알고리즘 회사들이다. 이렇다 보니 각 기업들도 알고리즘의 독립을 통한 부가가치 높이기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를 대신할 ‘타이젠’을 개발 중이고, 현대차그룹은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를 선언했다.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좌우할 또 다른 분야가 바로 ‘모빌리티 파운드리’(자동차 위탁생산)다. 모빌리티 파운드리는 전기차 등의 모빌리티를 대량으로 위탁생산하는 기업이다.

전기차는 우스갯소리로 ‘초등학생도 만든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누구나 만들 수 있다. 수만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내연기관차와 달리 장난감 처럼 모터와 배터리,바퀴 등으로 제작이 단순하기 때문이다.구조가 단순하고 모듈별로 쉽게 제작할 수 있다. 최근 유럽의 한 기업은 가정에서 조립해 이용할 수 있는 초소형 전기차 모듈을 내놓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에 앞으로는 전기차 전용플랫폼이 오픈 플랫폼으로 전환돼 완성도 높은 전기차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시대도 열릴 것이다. 대표적인 게 ‘애플카’다. 애플카는 원래 자율주행 레벨4를 기반으로 위탁 생산한 전기차에 자체의 알고리즘을 구현하는 전기차를 보급하기 위한 차종으로 오는 2026년께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모빌리티 파운드리’가 실현되는 셈이다. 외부 위탁을 통해 제작한 수백 만대의 ‘베어 샤시’ 위에 모양이 다른 덥개를 씌우고 새로운 알고리즘을 부여하면 완전히 새로운 애플카가 탄생한다. 이른바 ‘애플 스마트폰에 바퀴를 붙이고 자율주행하는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애플카의 등장은 곧 모빌리티 파운드리 시대의 개막을 의미하는 셈이다.

모빌리티 파운드리시대의 개막에 따라 앞으로는 구글카와 아마존카는 물론이고 LG카, 삼성카도 등장할 수 있다. 지금의 반도체 펩리스와 파운드리로 나누어지는 것과 같이 미래 전기차 등도 알고리즘 전문 개발 기업과 이를 구현해 하드웨어적로 공급하는 ‘모빌리티 파운드리’가 등장해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다. 물론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가지면서 프리미엄급의 독자적인 모빌리티를 생산하는 글로벌 제작사도 등장할 수 있다.

‘아직 가 보지 않은’ 미래 모빌리티 시장은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시장 주도권을 놓고 새로운 강력한 모델을 중심으로 짝짓기가 한창이다. 그래서 앞으로 5~10년이 골든타임이다. 이 시장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가지려면 산학연관의 융합이 더욱 중요하다. 정부도 예외일 수 없다.

정훈식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