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유럽과 중국의 경제 침체가 주는 교훈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8.29 08:36

유정주 한국경제인협회 기업제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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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주 한국경제인협회 기업제도팀장


최근 유럽과 중국의 경기 침체가 심상치 않다. 유럽의 경제부진은 영국, 독일과 같은 중추 국가의 경기 침체와 맞물려 있다. 영국은 브렉시트(EU탈퇴) 이후 경제가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다. 올해 1월 국제통화기금은 영국의 올해 GDP 증가율이 -0.6%로, G7 국가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은 다소 개선돼 -0.3%로 예상하지만 여전히 경치침체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생활도 덩달아 어려워지고 있다. 영국 가구의 40%가 생필품 구입비용이 부족하고, 24%는 전기비, 난방비 등을 내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일부 기관에서는 이대로 인플레이션이 지속된다면 2024년 에는 3000만 명의 영국인이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올해 기준 영국 인구가 6774만 명 정도이니 절반에 가까운 44%가 빈곤층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독일도 최근 ‘유럽의 병자’ 소리를 듣는다. 독일은 제조업 비중이 높아 에너지 소비가 많다. 독일은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달한다. 미국, 프랑스, 영국의 2배 수준이다. 독일은 이런 전력다소비 산업구조를 외면한 채 원전을 폐쇄하고 신재생에너지를 장려했다. 그런데 태양광·풍력으로는 전기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아졌다. 우크라이나전쟁 이전에는 러시아에서 싼 천연가스를 수입해 에너지 수요를 충당했지만 전쟁으로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이 막히자 에너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이는 독일 제조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졌다. 결국 모자라는 전력을 이웃국가인 프랑스에서,그것도 원전에서 만든 전력을 구입하는 웃지못할 일이 빚어지고 있다.

중국은 ‘부동산발 경제 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GDP에서 건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달한다. 그런데 경기 부진과 고금리로 인해 부동산 경기가 식으면서 그 동안 감추어져 있던 잠재적 부실이 수면위로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2021년 헝다 사태와 최근의 부동산개발 1위 업체인 비구이위안의 디폴트 위기 등 몇 몇 대형 부동산개발 업체의 위기가 중국경제 전체를 수렁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들 국가가 겪는 위기는 복합적이다. 표면적으로는 고금리, 전쟁, 코로나19 사태 등이 지목되지만 좀 더 파고들면 자유민주주의 부재와 시장경제 원리의 부정에서 찾을 수 있다. 영국의 경제위기는 브렉시트가 가장 큰 원인이다. 불법이민자를 막겠다는 이유로 다른 유럽 국가와의 자유로운 상품과 자본의 이동을 막아버린 것이다. 영국 국민들은 EU를 탈퇴해 불법 이민자를 막고 EU에 지불하는 분담금을 국내에 투자한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유로운 무역으로 인한 경제적 이익이 불법이민, EU 분담금 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을 영국 국민들은 알지 못했다. 브렉시트의 대가는 자본의 해외 탈출, 수출 부진, 물가 상승 등으로 돌아왔다.

독일은 우크라이나 전쟁이전 친 러시아 정책을 펼쳐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높인 것이 패착이 됐다. 더구나 러시아는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권위주의 국가로 정책결정에서 자유민주주의적 절차를 따르지 않는다. 독일은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중국도 공산당 일당 체제로 국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시장경제 원칙을 무시하고 기업을 정책달성의 수단으로 이용한다. 시장원리를 무시한 권위주의 정부의 정책결정이 국가 경제의 침체를 불러온 근원이다.

영국, 독일, 중국의 사례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칙은 정치적ㆍ철학적 관념에 그치지 않고 국민의 삶과 국가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칙은 우리가 소중이 지켜야 할 큰 자산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훈식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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