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희 부회장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낙점
LIG손보 인수 주도, KB손보 핵심 계열사 반열에
부회장 선임 후 은행·비은행 총괄
금융지주사 회장 장기집권 분위기 사라져
KB금융 투명한 선정 절차로 모범사례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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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희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 |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9년 동안 KB금융그룹을 이끌어온 윤종규 회장의 바통을 받을 차기 회장으로 양종희 KB금융 부회장이 낙점됐다. 비은행권 출신 인물이 KB금융의 차기 회장으로 오르며 이례적인 인사란 평가가 나온다.
KB금융은 이번 회장 선출 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내세우며 세부 일정과 계획 등을 공개하며 깜깜이 의혹이 생기지 않았다. 금융당국이 금융사의 지배구조 선진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KB금융의 이번 사례는 앞으로 다른 금융지주사들에게 좋은 선례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지난 8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양 부회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자로 선정했다.
회추위는 지난 7월 20일 차기 회장 인선을 위한 경영승계절차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KB금융은 이후 지난달 8일 1차 숏리스트 6명을 확정했고, 지난달 29일 2차 숏리스트 3명을 결정한 후 이날 최종 후보자를 선정했다. 숏리스트 3명으로 양 내정자를 비롯해 허인 KB금융 부회장, 김병호 베트남 호치민시개발은행(HD은행) 회장이 이름을 올렸고, 이들은 이날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며 마지막까지 선의의 경쟁을 했다.
그동안 은행 출신 후보자가 지주 회장으로 발탁되는 경우가 많았던 만큼 이번 결정은 파격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함께 최종 후보에 올랐던 허인 부회장의 선임 가능성에 높다고 예상됐기 때문이다. 단 금융당국이 지배구조 변화를 강조했던 만큼 기존과 다른 인사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회추위는 양 내정자가 은행과 비은행 모두에서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회추위는 "지주, 은행, 계열사의 주요 경영진으로 재직하면서 쌓은 은행과 비은행 전반에 대한 탁월한 전문성 뿐만 아니라 디지털, 글로벌, ESG(환경·사회·거버넌스) 경영에 대한 높은 식견과 통찰력까지 겸비했다"며 추천 사유를 밝혔다.
양 내정자는 윤종규 회장과 오래 호흡을 맞춘 인물이다. 국민은행에서 20여년간 근무한 후 2008년 지주로 자리를 옮겨 주요 부서장을 맡았다. 대표적인 전략·재무통으로 LIG손해보험(현 KB손보) 인수를 이끌어냈으며, KB손보 대표를 2016년부터 5년간 맡으면서 그룹 핵심 계열사 반열에 올리는 등 그룹 내 비은행 강화를 이끌었다. 2021년 부회장에 선임된 후에는 3년간 글로벌, 보험, 디지털, 개인고객, 자산관리, 중소상공인(SME) 등의 부문장을 맡으며 그룹 내 은행·비은행 사업 영역을 총괄 지휘했다.
양 내정자가 차기 회장으로 낙점되며 KB금융의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사들은 현재 은행 중심의 성장에서 벗어나 비은행과의 고른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KB금융은 은행과 비은행 수익, 이자 수익과 비이자 수익을 6대 4로 맞춘다는 계획이다.
윤종규 회장은 1955년생, 양 내정자는 1961년생으로 9년 만에 세대교체도 이뤄졌다. KB금융의 수장이 바뀌면서 당장 연말 인사부터 큰 폭의 변화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금융사들에게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어 이를 반영해 KB금융도 조직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원회는 책무구조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신한금융그룹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KB금융도 금융당국 요구에 부응하는 움직임을 보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금융위가 이사회 구성 등 거버너스 정비도 추진할 계획이라 금융사들의 지배구조 손실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지난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새로 수장을 맡은 금융당국 요구에 따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던 금융지주 회장들이 모두 교체되면서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집권 분위기도 사라지고 있다. 신한금융과 NH농협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에 이어 KB금융도 회장이 바뀌며 모두 새로운 리더십을 맞이했다.
이 과정에서 깜깜이 의혹이 나오기도 했지만 KB금융은 투명하게 선임 절차를 공개하면서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켰다. KB금융은 지난 7월 20일 경영승계절차 시작을 발표하면서 후보 선정에 대한 기준을 밝히고, 향후 후보자 선정 과정과 일정 등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면서 회장 후보 선정 과정에서의 의구심을 해소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KB금융은 매 분기마다 롱리스트를 관리하면서 내부 후보자군 육성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며 "이번 차기 회장 선정 과정에서 내부 출신 후보자들의 선정 가능성이 높게 예상된 점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KB금융은 이번 뿐 아니라 지난 회장 선정 과정에서도 선정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며 선도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KB금융이 공정한 선정 절차를 보여준 만큼 다른 금융지주사들도 참고할 수 있는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