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인도네시아 연이어 출장길
생산거점 돌아보고 유력 인사와 회동
전기차 중심 ‘미래차 시장’ 적극 공략
"일본 브랜드 누른다"
인도와 인도네시아가 주목받고 있다. 인구와 자원이 풍부한데다 경제적으로 성장잠재력이 충분해서다. 특히 중국 경제가 침체되고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교역국으로서 가치가 크게 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일부터 5박7일 일정으로 인도·인도네시아를 방문하는 데 경제인들이 대거 동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양국은 올해로 나란히 우리나라와 수교 50주년을 맞았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인도·인도네시아 경제·산업 상황을 진단하고 우리 기업들의 움직임을 정리했다. 공급망·첨단기술 등 앞으로 협력을 강화해야 할 분야가 어디인지도 살펴봤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인도·인니 수교 50주년 기획①] 韓기업 ‘종횡무진’ 현장 누빈다
[인도·인니 수교 50주년 기획②] 성장 가능성 ‘무궁무진’ 제2의 中 되나
[인도·인니 수교 50주년 기획③] "공급망·첨단기술 등 협력 강화해야"
[인도·인니 수교 50주년 기획④] ‘모범생’ 현대차그룹, 정의선 ‘현장경영’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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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7일(현지시간) 현대차·기아 인도기술연구소를 방문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오른쪽 첫 번째)이 자사 및 경쟁사 전기차들을 둘러보고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우리나라와 수교 50주년을 맞은 인도와 인도네시아가 ‘제2의 중국’으로 각광받는 가운데 유독 현대자동차그룹이 현지에서 발 빠르게 성과를 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정의선 회장이 직접 출장길에 나서며 종횡무진 ‘현장 경영’을 펼친 성과가 속속 나고 있다는 평가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달 인도에 다녀온 데 이어 이달 초에는 인도네시아를 찾아 경영 현황을 점검했다.
키워드는 ‘미래차’였다는 분석이다. 정 회장은 우선 지난달 7~8일(현지시간) 현대차·기아 인도기술연구소와 현대차 인도공장을 둘러봤다. 현지 임직원들과 중장기 성장 전략에 대해 논의했다.
세계 최대 규모 인구를 보유한 인도는 지난해 476만대의 신차가 판매되며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에 올랐다. 이중 승용차시장은 380만대 규모로 오는 2030년 5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생산 및 판매 거점으로서의 중요도도 높아지고 있다. 인도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3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강력한 전동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 회장은 인도기술연구소에서 인도 연구개발(R&D) 전략을 점검하고 현지 전기차 시장 동향을 체크했다. 인도기술연구소는 국내 남양연구소와 긴밀히 협업해 인도 현지에 적합한 차량을 개발하는 등 인도시장에서 판매를 증대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인도기술연구소는 향후 현지 연구개발 역량 강화는 물론 전동화, 자율주행, 인도 현지어 음성인식 기술 개발 등 미래 모빌리티 연구 중추로서 역할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신규 시험 시설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정 회장은 수요가 증가하는 인도 전기차 시장에서 퍼스트 무버의 입지를 빠르게 구축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상품성을 갖춘 제품을 적기에 공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 측면에서 인도기술연구소가 인도 시장에서의 현대차그룹 성장을 견인해야 한다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정 회장은 이어 인도 첸나이에 위치한 현대차 인도공장에서 인도법인 임직원들과 생산 및 판매 분야 중장기 발전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특히 인도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 밸류 체인 재편 동향에 대해 논의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인도 자동차 시장 2위 메이커로 확고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인 80만7067대 판매에 이어 올해 7월까지 전년 대비 8.8% 증가한 50만2821대를 판매했다. 올해 판매 목표는 지난해 보다 8.2% 높은 87만3000대다.
정 회장 이밖에 인도 타밀나두주 정부 청사에서 M.K. 스탈린 타밀나두주 수상을 만나 인도 자동차 시장 발전 방안 및 현대차그룹 인도 사업 협력방안에 대해 협의했다. 현대차와 타밀나두주는 지난 5월 업무협약을 맺고 올해부터 10년간 전기차 생태계 조성과 생산설비 현대화 등을 위해 2000억루피(약 3조2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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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HLI그린파워’를 방문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배터리셀 시제품이 생산되는 전극공정을 둘러보고 있다. |
정 회장은 이달 초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대표적 경제협력 거점인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인도네시아 배터리셀 합작공장을 방문했다. 현대차 아세안권역본부 임직원들과 현지 전동화 전략 등을 논의했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와 연계해 한국 기업인으로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정 회장은 7일(현지시간)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앞서, 양국이 협력해 인도네시아 전동화를 선도하고 있는 핵심 사업장을 찾았다.
정의선 회장은 먼저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합작해 설립한 배터리셀 공장 ‘HLI그린파워’를 방문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인 2021년 9월 열린 착공식에 온라인 화상으로 참석했으며, 현장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도네시아 카라왕 신산업단지에 위치한 HLI그린파워는 올해 6월 완공됐다. 시험생산을 거쳐 내년부터 배터리셀을 양산하게 된다.
합작공장에서 생산되는 배터리셀은 고함량 니켈(N)과 코발트(C), 망간(M)에 출력을 높여주고 화학적 불안정성을 낮춰줄 수 있는 알루미늄(A)을 추가한 고성능 NCMA 리튬이온 배터리셀로,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생산하는 전기차를 비롯 향후 출시될 현대차·기아 전기차에 탑재된다.
정 회장은 배터리셀 시제품이 생산되는 전극공정, 조립공정, 활성화공정을 차례로 둘러봤다. 완벽한 품질의 배터리셀이 양산될 수 있도록 각 공정별 세부 사항을 살폈다.
정 회장은 또 현대차 아세안권역본부 임직원들과 전기차 생산 및 판매계획을 비롯 현지 전동화 생태계 구축 전략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현대차그룹은 세계 4위 인구 국가이자 배터리 핵심 광물인 니켈 매장량 및 채굴량 세계 1위인 인도네시아를 거점으로 아세안 지역 전동화 톱티어 브랜드로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내년 HLI그린파워에서 배터리셀을 양산하게 되면 현대차는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자동차 업체 중 처음으로 전기차 배터리셀부터 완성차까지 현지 생산 및 판매 체계를 갖춘 유일한 메이커로서 인도네시아 전동화 전환을 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원자재 조달-배터리 및 완성차 생산-충전 시스템 확대-배터리 재활용을 포괄하는 현지 전기차 에코 시스템을 구축해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아세안 전기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아세안자유무역협정(AFTA)에 따라 부품 현지화율이 40% 이상일 경우 인도네시아공장에서 생산한 전기차를 아세안 국가들에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다. 특히 올해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이 발효되면서 양국의 자동차 분야 경제 협력이 더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에서 인도네시아로 수출하는 대부분의 자동차 부품 관세가 즉시 또는 단계적으로 철폐되면서, 완성차 생산을 위한 철강 제품과 주요 자동차 부품 등을 무관세 또는 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국가들보다 낮은 세율로 인도네시아에 수출할 수 있게 됐다.
현대차그룹 측은 "전동화 선도 브랜드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