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 의원들 단식 천막 방문해 "이제는 단식 중단해야" 권유 목소리
"단식투쟁으로 결속 다졌지만 체포안 표결은 숙제…계파갈등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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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농성을 12일째 이어가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전 국회 앞 천막에서 중진의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윤수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의 무기한 단식으로 당내 결집 분위기가 형성되는 모양새다. 야권 원로 인사들과 비이재명(비명)계 의원들의 잇단 격려 방문으로 당내 계파 갈등이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다.
다만 검찰이 추석 전에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다가 올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에 대한 리스크가 남아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가 윤석열 정권의 국정 운영 기조 방향 변경 등을 요구하며 시작된 단식이 12일째에 접어들었다.
이 대표가 머무르고 있는 천막에는 야권 인사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이낙연·이해찬 전 대표, 박지원 전 국정원장, 김동연 경기도지사, 추미애 전 법무 장관 등이 이 대표를 찾아 힘을 실어줬다.
원내에서는 김진표 국회의장과 비명계로 분류되는 설훈·전해철·홍영표 의원도 방문했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윤석열 정부의 폭주가 너무 심해 제1야당 대표가 단식하는 상황이 염려스럽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이 주목받기도 했다.
지지층이 결집하는 효과가 나타난 여론조사도 포착됐다.
한국갤럽이 지난 8일 공개한 조사(조사기간 5~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9월 1주 차 민주당에 대한 정당 지지도는 전 주 대비 7% 포인트 상승한 34%를 기록했다.
다만 이 기류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리얼미터가 11일 공개한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전국 성인 25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44.2%로 보합을 유지하고 있는 결과도 나온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에너지경제신문-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선 무당층이 전반적으로 줄어든 가운데 비교적 두터운 민주당을 보여온 광주·전라, 30대 연령층에선 무당층 비중이 크게 올라 이 대표의 단식이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의 건강을 우려해 단식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일각에선 이 대표의 단식 중단을 위한 출구전략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친이재명(친명)계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이 대표 건강이 심히 걱정된다. 하루하루가 고통의 연속"이라며 "많은 당원과 지지자들로부터 대표 단식 중단을 요청하는 문자가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중진 의원들도 이날 오전 이 대표 단식 천막에 방문해 건강을 우려하며 단식을 중단할 것을 권유했다.
박병석 전 국회의장을 포함해 김상희·김영주·김태년·노웅래·설훈·안규백·안민석·우상호·윤호중·이인영·정성호 의원 등 12명이 이 대표를 찾았다.
박 의원은 이 자리에서 이 대표에게 "이미 단식을 시작한지 열흘이 넘었고 건강과 체력에 한계가 있어 보인다"며 "이제 단식을 중단하고 건강을 회복해야 여러 가지 산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단식투쟁으로 당의 단일대오가 형성됐지만 계파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추석 전에 국회에 제출되고 체포동의안 표결 절차가 본격화하면 친명계와 비명계 사이의 갈등은 불가피하다.
친명계는 정치 보복으로부터 이 대표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비명계에서는 가결을 당론을 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BBS불교방송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압도적으로 가결을 시켜서 영장 심사에서 승부수를 띄워야 된단 의견이 있고, 반면 정당한 영장 청구가 아닌데다 단식 중인 대표를 어떻게 법원에 보내느냐, 부결이 맞다는 식으로 의견이 갈린다’는 질문에 "저도 지금 당장 이렇다 저렇다 말씀 드리기 어려울 것 같다"며 "우선은 영장이 어떤 식으로 또 어떤 내용으로 청구되느냐가 제일 중요한 판단 기준 중에 하나가 되지 않겠나"라고 했다.
박 의원은 "그런 것들을 좀 봐야 될 것 같고 그 다음에 논의가 필요하겠다. 당내에서의 복잡한 과정이 될 것 같다"며 "의견이 분분하다. 의견이 굉장히 분분하고, 아직 영장 청구가 현실화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분분함이기 때문에 영장이 만약 청구되면 그 내용이라든지 시기나 상황 이런 것들을 확인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ys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