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원 칼럼] 중국 디플레이션, 쉽게 볼 일 아니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09.12 07:51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이사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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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이사대우


 한국 경제에 또 다른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바로 중국 경제의 부동산시장발 디플레이션이다. 이 이슈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한국과 중국의 경기 동조성 때문이다. 우리의 대 중국 수출의존도는 2022년 기준 22.8%(홍콩 포함 땐 26.8%)로 수출 대상국 중 비중이 가장 높다. 그 다음인 미국은 16.1%에 불과하다. 중국 경제가 위기에 빠지면 한국 경제도 함께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러한 중국발 경제 위기의 전이효과는 유럽 재정위기 직후에 경험한 바 있다. 2013~2015년 세계 경제성장률은 3.5% 안팎으로 안정세를 유지했지만,같은 기간 중국은 7.8%에서 7.0%로 하락했다. 당시는 경제 위기 수준은 아니지만 내부적인 조정 과정에 따른 경착륙을 경험했다. 이 여파로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경제성장률도 2013년 3.2%에서 2015년 2.8%로 둔화됐다. 당시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감안할 때 중국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한국은 0.5% 포인트 하락압력을 받는 것으로 추정됐다.

지금은 한국 경제가 중국 시장에 대한 교역과 투자 의존도가 그때보다는 낮아져 당시 만큼의 경제성장률 하락은 아니더라도 일정 부분 연쇄적인 경기 둔화 압력을 받을 것은 분명하다. 최근 주요 투자은행(IB)들이 중국 경제성장률을 올해와 내년에 큰 폭으로 하향조정하는 분위기를 감안하면 앞으로 한국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실물 경제의 동조성보다는 금융시장이다. 실물경제의 위기 전이는 그나마 다소 시차를 두기 때문에 최소한 준비를 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 그러나 금융시장은 거의 시차 없이 위기가 전이된다. 금융시장에서는 위기가 인터넷을 통해 빛의 속도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의 전이효과가 우려되는 이유는 금융지표가 한 국가 경제에 대한 대외적인 평판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발 디플레 쓰나미의 첫 번째 파도가 금융시장을 통해서 밀려 들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다소 진정되는 듯이 보이지만 주식시장에서의 동조성이 매우 높아졌다. 나아가 위안화와 원화도 최근에 부쩍 동조화가 강화되는 모습니다. 이러한 동조성은 시장에서의 단순한 공포 심리의 전이효과만으로 해석될 수는 없다. 중요한 정보를 가진 대규모 글로벌 자금들이 먼저 움직이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에서 중국 경제의 위기를 ‘강 건너 불 구경’식으로 취급해선 안되는 이유다.

무엇보다 한국 밖에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정부 차원에서 비상조직을 가동하는 등 비상계획 마련이 급선무다. 정부가 지난 8월 20일 기획재정부 주도로 산업통상자원부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주요 정부 부처가 참여하는 ‘중국경제상황반’을 운영계획을 밝힌 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여기에 그쳐서는 안된다. 정부 차원을 넘어 민·관 합동의 비상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 여기에는 반드시 주요 금융기관이 참여해 협업 체제를 이뤄야 한다. 그리고 드러나지 않는 잠재적 위험을 관리·감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중국발 위기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다. 코로나19발 경제위기 이후 다양한 중국발 리스크가 하도 많이 부상하면서, 중국 경제의 변동성에 한국 경제가 강한 내성이 생겼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시작되는 차이나 리스크는 그런 내성으로 감당할 수준을 훨씬 넘어설 것 같은 불안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정훈식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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