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새만금, 문제는 예산이 아니라 전략의 부재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3.10.09 07:43

윤덕균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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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균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국책사업으로 추진 중인 새만금 SOC 사업 내년도 예산 6626억원에 대해 기획재정부 심사과정에서 1479억 원으로 무려 78%가 삭감됐다. 이 같은 일방적인 예산 삭감에 대해 전라북도는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대회 파행에 대한 전북 책임론을 기화로 명백한 보복성 예산폭력 행위로 규정하고 강력히 대응에 나섰다. 전북도의회 의원과 김제시의회 의원들의 삭발 투쟁을 시작으로 부안군의회,정읍시의회 의원들이 삭발에 동참했고 군산시의회 의원들도 삭발을 예고했다. 문제의 본질을 보면 이 예산의 결정 라인 상에 기본계획을 승인하는 새만금 위원회 수장인 한덕수 국무총리와 집행부처인 행정자치부의 수장인 이상민 장관이 전라북도 출신이라는 점으로 볼 때 보복성으로만 매도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한덕수 총리의 말대로 전북 경제를 위해 새만금의 ‘큰 그림’을 그릴 시점이다.

1971년 박정희 당시 대통령은 전북 표심을 잡기 위해 선거공약으로 새만금 개발을 제시했다. 당시는 안정적인 식량 확보를 위해 간척지 개발이 중요했기 때문에 농어촌개발공사가 주도했다. 그러나 대통령에 당선되자 흐지부지됐다. 이후 1987년 노태우 후보가 새만금 사업을 선거공약으로 내걸었고 당선된 후 1989년 새만금종합개발사업 기본계획을 세우고, 1991년 기공식을 가졌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새만금 사업은 1995년 환경분쟁으로, 10여 년간 환경단체의 시위와 소송 등에 휘말리며 사회갈등의 대명사가 됐다. 2006년 대법원 승소판결을 받아 20년간의 대역사 끝에 2010년 준공됐다.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로 기네스북에도 올랐다. 이로써 개성공단(100만평)의 80배에 달하는 8000만 평의 간척지와 호소를 얻었다.

그런데 문제는 처음 의도했던 대로 농지로 사용하기에는 축구장 3만3000개에 달하는 이 간척지가 너무 컸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동북아 경제중심지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으로 새만금은 전환점을 맞았다. 새만금 부지가 농업용지에서 산업 중심으로 전환되고, 새만금 경제자유구역 지정과 새만금 위원회 발족, 새만금 종합실천계획안 최종 확정 등 새만금 개발이 탄력을 받았다. 동북아 경제중심지 발상은 타당하다. 새만금은 일제 강점기에 대륙침략을 위한 병참·식량 기지화 정책의 핵심지역으로 검토됐다. 1931년 만주침략 기반으로 1937년 중일전쟁 통해 대륙을 침략하고자 했던 일제는 전쟁물자와 인력 보급의 전초기지를 한반도로 정하고 그 중심에 새만금을 검토했다. 그만큼 새만금은 중국의 경제 공략의 전략적 위치에 있다.

이런 입지여건을 고려할 때 새만금의 문제는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21세기 먹거리 신산업을 찾는 전략의 문제다. 문제는 그 밑그림을 그릴 인재의 부재다. 동북아 경제 중심으로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현재의 새만금개발청이나 개발공사의 인적 구성으로는 역부족이다. 적어도 동북아 경제중심지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국제감각과 먹거리 산업에 대한 본능적 감각이 필요하다.

최근에 먹거리 산업으로 추진하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환경·경제적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하책 중의 하책이다. 더구나 새만금에서 발전된 신재생에너지가 송배전망 부재로 버려지는 현실이다. 최근에 새만금에 이차전지 소재 제조시설 건립이 활성화되는 것은 그나마 고무적인 측면이 있지만, 그 역시 미봉책에 불과하다. 2차 전지산업 자체는 유망산업이지만 금속·화학 산업은 새만금 방조제에 치명적인 공해 배출업종이 때문이다.

그 대안으로 농수산 식품클러스터가 제시되고 있다. 새만금이 위치한 익산에 농식품 산업 클러스터가 있는 데를 이를 확장해 새만금에 글로벌 농식품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푸드밸리가 좋은 본보기다. 오에닝겐에 있는 푸드밸리는 반경 30㎞ 달하는 대표적인 글로벌 식품클러스터로 연간 매출이 650억달러에 달한다. 이곳 고용 규모는 70만 명으로 새만금의 계획인구 70만 명과 일치한다. 새만금 글로벌 농식품 클러스터는 중국 인구의 5%인 7000만 명의 프리미엄 시장을 목표로 한다. 할랄 식품은 보너스다.

정훈식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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